서울성모병원 김성환 교수팀, 심평원 데이터 통해 NOAC 뇌졸중 예방 효과 확인
연구 참여한 성바오로병원 노태호 교수 "전 세계 최초 가능성 제시…이중맹검 연구 필요"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국내 연구팀이 승모판막 협착증을 동반한 심방세동 환자(이하 승모판막 협착증 환자) 치료에 비-비타민 K 길항제(NOAC)를 고려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전 세계 최초로 확인했다.

서울성모병원 김성환 교수(순환기내과)팀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NOAC을 복용한 승모판막 협착증 환자는 와파린을 복용한 이들보다 허혈성 뇌졸중 또는 전신색전증 발생 위험이 낮았다.

이번 연구는 승모판막 협착증 환자에게 NOAC 치료 혜택이 와파린보다 더 클 수 있음을 처음으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지금까지 진행된 NOAC 대규모 임상연구에는 중등도 이상 승모판막 협착증 환자가 제외됐다. 승모판막 협착증 환자는 혈전 발생 위험 높아, 이들을 NOAC 복용군과 비복용군으로 나누기에는 윤리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환자 수도 적어 임상연구가 쉽지 않았다.

근거 부족으로 2016년 유럽심장학회(ESC) 심방세동 치료 가이드라인에서는 중등도 이상의 승모판막 협착증 환자에게 NOAC을 추천하지 않았다. 같은 이유로 지난 1월 발표된 미국심장협회·심장학회·부정맥학회(AHA·ACC·HRS) 심방세동 관리 가이드라인에서는 중증 승모판막 협착증 환자에게 NOAC을 권고하지 않았다. 

대한부정맥학회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예방 지침에서도 NOAC 치료가 가능한 환자 중 중등도 이상 승모판막 협착증 환자는 제외됐다. 

가이드라인 상 승모판막 협착증 환자는 NOAC을 복용해선 안 되지만, 연구팀이 심평원 데이터를 확인한 결과 오프라벨로 NOAC을 처방받은 환자가 있었다. 이들 중 일부는 심방세동으로 NOAC을 복용하는 중 승모판막 협착증 진단을 받았다. 

연구팀은 승모판막 협착증 환자 총 2230명 데이터를 통해 NOAC 또는 와파린 복용에 따른 효능 및 안전성을 비교했다. 승모판막 수술을 받은 환자는 분석에서 제외됐다. 평균 나이는 69.7세였고 682명(30.6%)이 남성이었다. 평균 CHA2DS2-VASc 점수는 5.2점이었다.

NOAC 중 리바록사반 복용군이 42.3%로 가장 많았고, 다비가트란 복용군은 32.9%, 아픽사반 복용군은 17.2%, 에독사반 복용군은 7.5%였다.

1차 효능 종료점은 허혈성 뇌졸중 또는 전신색전증으로, 안전성 종료점은 두개내출혈로 정의했다.

분석 결과 연간 1차 효능 종료점 발생률은 NOAC 복용군 2.22%, 와파린 복용군 4.19%로, NOAC 복용 시 1차 효능 종료점 발생 위험이 72% 감소했다(aHR 0.28; 95% CI 0.18~0.45).

두개내출혈은 평균 27개월 추적관찰 동안 NOAC 복용군에서 0.49%, 와파린 복용군에서 0.98% 발생했다. NOAC 복용군의 두개내출혈 위험이 와파린 복용군보다 47% 낮았으나 통계적인 유의성은 없었다(aHR 0.53; 95% CI 0.22~1.26).

연간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발생률은 NOAC 복용군이 3.45%로 와파린 복용군(8.08%) 대비 사망 위험이 59% 낮았다(aHR 0.41; 95% CI 0.30~0.56). 

이번 연구는 승모판막 협착증 환자 치료에 와파린 대신 NOAC을 고려할 수 있다는 가설을 제시한다. 본 연구 결과를 토대로 향후 승모판막 협착증 환자를 대상으로 NOAC 효능을 검증한 무작위 이중맹검 연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에 참여한 성바오로병원 노태호 교수(순환기내과)는 "심평원 데이터를 찾아보니 NOAC을 복용한 승모판막 협착증 환자가 일부 있었다"며 "승모판막 협착증 환자를 대상으로 NOAC 효능을 검증한 엄격한 임상연구를 진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번 연구는 관찰연구를 통해 승모판막 협착증 환자에서 NOAC 치료 가능성을 전 세계 최초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향후 승모판막 협착증 환자를 대상으로 무작위 이중맹검 연구를 진행해야만 NOAC을 이들에게 투약할 수 있는지 명확해질 것"이라며 "본 연구와 유사한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근거가 쌓인다면 국내외 가이드라인이 바뀔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Journal of the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3월호에 실렸다(J Am Coll Cardiol 2019;73:1123-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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