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정례브리핑서 투쟁 카드로 언급...내과·가정의학과 및 회원 동의는 미지수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참여 개원가 "회원 볼모로 삼나" 비판...의협 "소통으로 답 찾겠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대정부 투쟁 성공을 위해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을 카드로 내밀 것으로 보인다. 

의협 박종혁 대변인은 지난 13일 정례브리핑에서 "보건복지부가 신뢰를 져버린 상태에서 만성질환관리제 시범사업 중단도 투쟁의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전국광역시도의사회는 의협 집행부에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을 전면 철회하라고 권고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16개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은 9일 제주도에서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을 포함한 의료현안 회의를 진행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정부가 대화를 중단한 상황에서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자체를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찬반 투표를 진행한 결과 12명 중 9명이 전면 철회해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도의사회장들도 대정부 투쟁 국면의 힘을 싣기 위해 만성질환관리제 시범사업 중단 필요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이 같은 결과는 의협 집행부에 전달됐고, 의협도 이를 대정부 투쟁의 도구로 사용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의협 정례브리핑에서 박종혁 대변인은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은 의사를 비롯해 환자도 함께 참여하는 사업인 만큼 이를 철회한다면 정부도 우리의 의지를 가볍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정부 투쟁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만성질환관리제 시범사업 철회를 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철회는 우리의 대정부 투쟁 의지를 보여주는 방법이 될 것"이라며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단 차원에서도 이야기가 나온 만큼 제대로 된 진료를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회원 동의 가능할까...일선 개원가 "회원 볼모로 삼은 것"

상황이 이렇지만 의협이 실제로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철회를 투쟁 도구로 사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미 내과와 가정의학과 등은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고, 회원들 역시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보고 있어 철회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반발은 거세다.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한 개원의는 "개원가에서는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이 이미 정착돼 잘 돌아가고 있는 사업"이라며 "의협이 대정부 투쟁 성공을 위해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철회를 카드로 삼는 건 투쟁을 위한 투쟁을 위해 회원을 볼모로 삼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개원의는 "투쟁을 성공적으로 이끌겠다고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참여를 철회한다는 건 명분도 약할 뿐더러 회원의 동의를 이끌어 내는 것도 어렵다.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어느 개원의가 의협의 대정부 투쟁에 동참하겠는가"라며 "비급여의 급여화 등 정부의 급진적인 보장성 강화 정책에 대한 투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의협은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철회를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는 걸 감안, 논의의 시간을 통해 답을 찾아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박 대변인은 "당연히 답을 찾는 과정에서 서로 간의 논의는 필요하다"며 "내과, 가정의학과를 비롯해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회원들과 소통한다면 답이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