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병원 김정한 교수(소화기내과)
"말기 간세포암이나 3기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연구 한창"

건국대병원 김정한 교수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김정한 교수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요즘 국제학술대회를 다녀 보면 미국이나 유럽 등의 세계적인 학회 관계자가 참석한다. 간세포암이나 간염 등의 문제를 한 대륙의 문제로만 풀 수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2월 말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2019 아시아·태평양간학회(APASL)도 마찬가지로 미국간학회(AASLD), 유럽간학회(EASL) 등이 참석했다. 학술대회에는 세계보건기구(WHO)도 참석해 '간염 바이러스퇴치 2030' 프로젝트를 강조하며, 각국의 협조를 구했다"

'간경변 임상양상의 변화에 관한 초록'이 APASL에 채택돼 마닐라를 다녀온 건국대병원 김정한 교수(소화기내과)의 말이다. 임상연구나 C형 간염, 알코올성 간질환 등에 대해 APASL과 AASLD, EASL이 공동 심포지엄을 개최했다고 학회 분위기를 전했다.  

- APASL 분위기는 어땠는지?

APASL은 깜짝 놀랄 논문들이 나오지 않지만 간염이나 간세포암 등 연구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학술대회다. 아시아는 B형과 C형간염 유병률이 높은 편이지만 우리나라와 일본, 대만, 홍콩 등을 제외하고는 관리가 잘 되지 않는 편이다. 이번 학회에서도 간염을 예방하는 환경이나 개선방법 등에 대한 논의가 많았다. 

지난 2008년 대한간학회 서동진 회장 때 APASL이 서울에서 개최된 적이 있다. 이후 유치를 위해 계속 노력했는데, 쉽게 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오는 2022년 우리나라에서 APASL을 개최한다고 들었다. 

- 국내 연구자들은 어떤 연구를 발표했는지?

세브란스병원 이혜원 교수팀의 "면역글로불린 'GC1102'의 만성 B형 간염 치료에 대한 임상 1상 연구"가 플래너리 세션에서 발표됐고, 이 연구가 학회장 상을 받았다. 만성 B형 간염 치료에 대한 투여 용량 대비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인했다고 보고, 임상 1상이지만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 같다. 이 연구는 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 등에서 임상 2상이 진행 중이다.  

젊은 연구자상에는 'B형 간염 바이러스와 연관된 간세포암 환자에서 초기 치료를 색전술로 한 환자의 항바이러스 치료 효과'를 연구한 울산의대 전백규 교수팀이 수상했다.

또 서울아산병원 최종기, 임영석 교수 등이 발표한 '여러 약물에 내성이 있는 B형 간염 환자에서 비리어드정 단독요법을 5년 동안 시행한 결과 연구'와 같은 병원 김강모, 최종기 교수 등이 발표한 '아시아국가에서 자가면역간염 환자의 장기 연구 결과'가 베스트 포스터에 선정됐다. 

이외에도 일동제약 베시포비어(베시보)와 간성 혼수 환자를 다기관에서 연구한 한양대병원 전대원 교수 연구도 눈에 띄었다. 전 교수의 발표는 해외에서 시도된 간성혼수 환자 평가법을 한국형으로 개발한 것이다.  

- 최근 간세포암 분야의 큰 흐름은 무엇인지? 

"도전"이 아닐까 한다. 초기 간세포암의 치료 방법은 자리를 잡았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수술할 수 없는 간세포암 환자, 즉 말기 간세포암 환자나 바로 3기 환자의 치료 방법을 찾고 있다. 또 소라페닙과 렌바티닙으로 효과를 볼 수 없는 환자에 대한 대안을 찾는 일이다. 

지난해 국립암센터 박중원 교수가 '진행성 간세포암종 환자에서 소라페닙과 통상적 경동맥화학색전술 병행치료 효과'에 대한 결과를 여러 학회에서 발표한 적이 있다. 시도해볼 만한 치료법이지만, 보험 규정 때문에 임상 연구만 가능하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건국대병원 김정한 교수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최근 렌바티닙(랜비마)이 간암 1차 치료제로 들어왔다. 임상에서 느끼는 변화가 있는지? 

렌바티닙은 1차 치료제로 충분히 써볼 만 한 치료제라고 생각한다. 일각에서 1차 치료에 실패했을 때 대안이 없다는 우려가 있지만, 그 문제를 상쇄할 정도의 효과가 있다고 본다. 신약이 개발되거나 다른 임상 연구에서 효과를 보이는 등의 2차 치료를 위한 연구는 필요하다. 렌바티닙의 더 절실한 문제는 급여 등재다. 올해 안에는 보험 문제가 풀릴 것으로 보는데, 만일 급여가 되면 소라페닙보다는 비싸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나 일본 등에서는 새로운 간세포암 치료 트렌드로 의사가 좀 더 자유롭게 약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생각은? 

간세포암을 치료하는 의사에게 재량권을 더 주고, 가능성 있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가는 건 맞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국민건강보험 제도의 경직성으로 의사의 판단을 발휘하는 데 한계가 있다. 

- 니볼루맙(옵디보)이 간암 1차 치료제로 진입을 시도하고 있고, 올해 안에 임상 결과가 공개될 것이란 애기도 있다. 

간암학회 가이드라인에 니볼루맙은 소라페닙(넥사바) 치료 후 2차 옵션으로 권고된 상황이다. 1차 치료제로 사용하려면 데이터를 더 많이 쌓아야 한다. 올해 임상 데이터가 나온다고 하니 지켜보자. 

- 얼마 전 테노포비어(비리어드)가 간암 예방에 있어 엔테카비어(바라쿠르드)보다 앞선다는 연구가 나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 환자들이 처방을 변경해 달라고 하는 등의 혼란은 없었다. 사실 그 연구는 좀 더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 엔테카비어 위험이 더 높다는 것이 아니라, 테노포비어가 암예방을 더 낮춘다는 얘기다. 엔테카비어가 더 먼저 출시된 약이고, 테노포비어가 최근에 나온 약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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