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독·제넥신, 美 바이오의약품 개발사 인수-바이오업계, 해외공장 인수전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 차원 "해외시장 공략 전초전"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지난해 CJ헬스케어와 한국콜마의 인수합병 이후 제약·바이오업계가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M&A를 무기로 삼고 있다. 

그동안 M&A에 보수적이었던 국내 제약업계가 변화하고 있는 셈이다. 

주목할 부분은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이 해외 업체에 시선을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해외 공장 등을 인수하면서 시장 진출의 전초기지로 삼고 있다. 

 

국내 제약, 해외 기업 인수 열전  

과거 국내 제약업계는 글로벌 추세와 달리 M&A 추세에 동떨어져 있었던 게 현실이다. 

지난해 SK가 미국 바이오제약사 엠팩을 약 8000억원에, 한국콜마가 CJ헬스케어를 1조 3000억원에 각각 인수한 사례가 손에 꼽힐 정도다. 

하지만 최근들어 제약사 간 M&A 사례가 다시금 나오면서 트렌드를 재편하고 있다. 

최근 한독과 관계사 제넥신은 미국 바이오의약품 개발사 레졸루트를 2500만 달러(약 250억원)에 인수했다. 양사는 레졸루트에 5대 5로 공동투자해 지분 총 54%를 확보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레졸루트는 2010년 설립된 회사로 대사성 희귀질환 분야 치료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한독과 제넥신은 이번 M&A는 오픈이노베이션의 일환으로, 그간 레졸루트가 쌓아온 바이오의약품 개발 경험을 확보하고 미국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한독은 "레졸루트의 성장호르몬 개발 경험은 개발 중인 지속형 성장호르몬(GX-H9) 글로벌 임상 3상에 촉매 역할을 할 것"이라며 "향후 한독의 미국 진출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다. 국내 제약사 중 M&A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부광약품이다. 

실제 부광약품은 2014년 덴마크 신약개발 전문 바이오벤처인 콘테라파마의 지분 100%를 34억원에 인수해 자회사로 운영 중이다. 

그동안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신약개발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이 과정에서 창출된 수익을 재투자하는 수익구조를 구축해왔던 부광약품은 올해 M&A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제약업계는 아직까지 M&A보다는 기술력이 뛰어난 벤처에 대한 투자나 공동 제품 개발을 선호는 추세"라며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을 위해서는 M&A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해외공장 인수도 트렌드..."수월한 현지공략"

업체 간 인수합병 만큼 주목받는 분야는 해외 현지공장 인수 방법이다. 생산공장을 인수하면 곧바로 제품을 생산할 수 있어 진출하려는 시장 공략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이는 실제 결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제넥신은 SCM생명과학과 최근 미국 아르고스테라퓨틱스의 세포치료제 생산시설을 125억원에 인수했다.

바이로메드도 지난해 7월 유전자치료제 VM202 생산을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에 500L 규모의 DNA 생산시설을 인수하기도 했다. 

해외 시장 진출에 가장 큰 변수로 꼽히는 현지생산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다. 현지에 공장을 직접 설립하는 방법이 어려운 경우 현지에 의약품 원료 공장을 통째로 사들여 해외진출 전초기지로 육성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SK바이오텍이 글로벌 제약사 BMS로부터 아일랜드 스워즈 공장을 인수가 꼽힌다. 이 공장의 생산능력은 8만 1000L로, 국내 기업이 글로벌 제약사의 생산설비를 통째로 인수한 첫 사례다. 

특히 SK바이오텍은 생산설비와 전문인력은 물론 BMS의 합성의약품 공급계약과 스워즈 공장에서 생산 중인 아스트라제네카 공급계약까지 가져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바이오 기업이 해외 공장을 인수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이오의약품 특성상 인허가 과정이 국가별로 달라 수출 문턱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라며 "해외공장 인수는 판로를 넓히는 대표적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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