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자이 고홍병 대표, 작지만 강하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회사 만들고파

한국에자이 고홍병 대표

[메디칼업저버 이현주 기자] 균형잡힌 일과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이른바 '워라밸'이 사회적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지만 이를 실천할 수 있는 회사는 많지 않다. 때문에 한국에자이의 '상사 승인없는 자유로운 연차 사용', '안식 휴가 및 경비 제공' 등의 노력이 눈에 띈다.

고홍병 대표는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 후 오히려 더 좋은 성과를 보인다고 말한다. 또 공정이나 투명은 기업으로서 당연히 추구해야 하는 의무이자 책임이며, 즐겁게 일하는 곳을 만들고 싶다고.

지난해는 제비뽑기 등을 통해 자리를 배치하는데 3개월간 신입사원에게 대표실을 내준적도 있다. 고 대표는 "직원들이 행복해야 서비스와 가치를 전달해야 하는 고객에게 행복을 전달할 수 있다"면서 직원들과 소통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서포터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Q. 에자이 기업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린다.

기업명을 영문으로 인지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에자이는 위생의 ‘위’ 자와 재료 ‘재’ 자를 쓰는 일본어다. 1941년 일본 도쿄에서 처음 위생재료를 만드는 회사로 설립됐다. 현재 에자이는 전세계 30개국 이상에 지사를 두고 있고, 전 세계 80여 개국에서 현지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어 비즈니스를 진행하고 있다. 

에자이가 글로벌 사업에 뛰어든 시기는 90년대 후반이다. 1997년도 미국식품의약국(FDA)로부터 치매 치료제 ‘아리셉트’ 승인을 받은 뒤 1999년에는 위산분비 억제제인 ‘파리에트’를 승인 받아 적극적으로 해외 비즈니스에 나서기 시작했다. 2006년부터는 항암제 분야에 집중, 여러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에자이는 전 세계 40위권 규모의 작은 기업이지만 치매나 뇌전증 등의 CNS 및 항암제 영역에 특화된 회사다.

Q.한국에자이 기업문화는 어떠한가. 

직원들의 워라밸을 지켜주기 위해 휴가 제도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는 상사의 승인 없이도 휴가를 쓸 수 있도록 연차 승인 시스템을 없앴다. 5년 단위로 장기 근속자에게 안식 휴가와 여행 경비를 제공하고 있다. 재충전하고 온 직원들이 회사에 대한 로열티도 높고 성과도 오히려 더 좋게 나타난다.

또한 자유로운 소통을 추구하고 있어, 서로를 부를 때 직급을 뺀 영어 호칭을 2년 째 사용 중이다. 회사와 직원이 자유롭게 소통해야 직원들로부터 좋은 의견이 나올 수 있고 그 의견들이 빠르게 반영할 수 있다고 본다.

최근에는 직원들과의 대화를 통해 배우자 출산 휴가를 한 달로 연장, 근무일 기준 20일로 하기로 협의했다. 자녀양육의 어려움을 알기에 결정할 수 있었다. 자녀 계획이 없던 직원들도 2세 계획을 고려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  

회사에 대한 평가를 스스로 하기 어렵지만, 외부에서는 복리후생이 좋은 회사, 일하기 좋은 회사라고만 보여질 수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치열하게 노력하는 회사기도 하다. 

Q. 회사 주력 품목과 기대 품목은 무엇인가. 

98년도에 국내 출시한 아리셉트는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치매치료제 시장을 이끌어 가고 있다. 출시 당시 치매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사업에 어려움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정부에서도 치매를 주요 사업 과제로 삼을 만큼 인식이 많이 개선되고 있어 비즈니스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  

2006년부터 시작한 항암제 분야에는 크게 3가지 제품에 주력하고 있다.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 ‘할라벤’, 혈액암 치료제 ‘심벤다’, 갑상선암 치료제 ‘렌비마’로, 렌비마는 최근에 간암 적응증을 취득해서 보험 약가와 기준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항후 기대되는 품목으로 에자이와 바이오젠이 공동 개발하는 치매 치료제가 몇 가지 있는데, 현재 3상을 하고 있거나 3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치료제들이 출시 된다면 향후 에자이의 주력 제품으로 회사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한국에자이 고홍병 대표

Q. 에자이가 항암분야에 있어 다소 도전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테스트 약물 후보군이라는 게 몇 만개씩 존재하는 것들 중에 추려내는 것이다.

할라벤은 환자의 생존기간 늘리는 약으로 미국 FDA 혁신 약으로 지정 받았다. 본사에서 할라벤을 개발하기로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렌비마도 국내에는 갑상선암 치료제로 발매됐는데 당시에 마땅한 치료제가 없던 상황이었다.

간암 부분에서도 물론 경쟁사가 굳건하게 자리잡고 있지만 그 동안 치료제가 매우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렌비마가 환자들에게 충분한 가치를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Q. 과거를 보면 정부에서 좋아할 만한 약가 수준은 물론 등재 과정도 빠른 편이다.  

가격을 정하는 일이 쉽지 않다. 본사 승인을 받는 것도 굉장히 어렵다. 기업이기 때문에 손해를 보고 사업 할 수는 없지만 환자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면 본사와 지속적으로 논의해 최대한 가격을 조정해 보고자 노력한다. 

물론 본사를 설득하는 것이 쉽지 않다. 어떤 제품의 경우 대만이 우리보다 가격이 2배 정도 된다. 이에 본사에 승인을 받을 때는 더 많은 환자에게 치료 혜택이 제공될 것이라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국내 환자들이 새로운 치료 혜택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본사와 공단간의 접점을 찾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Q. 글로벌에서는 ERP 얘기가 있는데 한국도 계획이 있는가?

없다. 개인적으로 ERP 진행 사례를 봤을 때 주로 유능한 인재들이 퇴사해 이직하는 상황을 많이 경험했기 때문에 ERP의 효용성에 대해 회의적이다. 직원들을 줄이기 보다는 직원 규모를 유지한 채 직원들과 더 많은 성과를 내는 것이 효과적이다 생각된다. 

Q. 앞으로 포부와 계획은.

해왔던 것을 꾸준히 잘해나가고 싶다. 그 중 하나가 ‘나를있게 하는 우리’이고 나머지 하나는 ‘사내 혁신 프로젝트’인데 올해는 이 프로젝트들이 제 궤도에 올라 빛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최근에는 헬스케어 산업에 제약사뿐만 아니라 타 분야의 기업들이 진입해오고 있다. 이제 약은 한 종류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뇌전증이나 ADHD를 어플리케이션으로 개선하는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산업의 벽이 허물어 지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에 따라 다른 분야의 기업들, 기관, 학회와 협력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모색하려고 한다. 흐름에 뒤쳐지지 않도록 사회 변화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직원들끼리 결속력을 다져 나감으로써 작지만 강하고 단단한 회사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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