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사회적 부담 등으로 우울증 호소…환자 예후 악화로 이어져
우울증 치료전략 평가한 임상연구 근거 제한적
우울증 증상에 따른 개별화된 치료·요독증 등 내과질환 관리 필요

신장질환 환자가 투석센터에서 혈액투석을 받고 있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신장질환 환자가 투석센터에서 혈액투석을 받고 있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평생 투석을 받아야 하는 신장질환 환자들을 힘들게 하는 정신질환이 우울증이지만 이에 대한 치료는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혈액투석, 복막투석 등을 받는 환자들은 신체적 활동이 힘들고 사회활동이 제한될 뿐만 아니라 경제적 부담 등으로 우울함을 호소한다. 이로 인해 환자의 삶의 질이 떨어지고 나아가 예후 악화로 이어진다. 

하지만 진료 현장에서는 우울증을 겪는 투석환자를 정신건강의학과로 의뢰(refer)하는 경우가 적고 치료전략에 대한 임상연구도 부족한 실정이다. 

3월 14일 세계 콩팥의 날을 맞아 투석환자가 겪는 우울증 문제와 함께 임상에서는 이들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조명했다.

우울증 동반 투석환자 20~25% 추정

투석환자의 우울증 유병률은 우울증 진단도구에 따라 다양하게 보고되지만, 그동안 진행된 연구들을 분석했을 때 실제 유병률은 20~25%로 추산된다(Adv Chronic Kidney Dis 2007;14:328-334).

국내에서는 전체 투석환자에서 우울증 유병률을 본 연구가 진행되지 않았으나, 각 병원에 방문하는 투석환자를 대상으로 우울증 진단도구를 활용해 유병률을 평가한 연구가 발표된 바 있다. 

2010년 성균관의대 삼성창원병원 김성록 교수(신장내과)는 병원 인공신장실에서 혈액투석을 받는 만성신부전 환자 104명을 대상으로 불안-우울척도(Hospital Anxiety and Depression Scale, HADS)를 이용해 우울증 유병률을 평가했다. 그 결과 HADS 점수가 8점 이상으로 우울증을 진단받은 투석환자는 58.7%였고, 우울증과 불안증을 동시에 가진 환자는 26%를 차지했다(대한신장학회지 2010;29:733~741).

심리사회적·경제적 부담 등이 우울증 유발해

투석환자가 우울증을 호소하는 원인에는 대표적으로 심리사회적 문제가 꼽힌다.

혈액투석환자는 1회당 최소 4시간 동안 투석을 받아야 하며 이를 매주 2~3회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평생 투석 받더라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으며 치료를 중단하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어 환자가 느끼는 치료에 대한 스트레스가 상당하다. 

복막투석환자는 복막투석 시 카테터가 피부 바깥으로 나와 있어 환자 자존감이 낮아질 수 있다. 

게다가 투석환자는 체중관리와 엄격한 식이조절이 필요하고, 치료에 따른 경제적 부담도 크다. 이 같은 요인들이 종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투석환자는 우울함을 느끼게 된다.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진동찬 교수(신장내과)는 "투석환자들은 평생 투석을 받아야 하고 이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크며 투석 시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다. 또 여러 합병증을 동반하고 식욕이 저하돼 환자들이 많이 힘들어한다"며 "뿐만 아니라 혈액투석환자는 함께 투석 받는 환자들의 상태가 악화되는 것을 지켜보게 되면서 더 우울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복막투석, 혈액투석 등 투석방법에 따라 우울증과의 상관관계가 다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일부 연구에서는 혈액투석환자가 복막투석환자보다 우울증을 더 많이 겪는다고 보고한다(Am J Meds 1998;105:214-221).

이는 혈액투석환자가 복막투석환자보다 고령이 많고 가정에서 스스로 복막투석을 진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차이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한 투석실에서 신장질환 환자들이 함께 혈액투석을 받고 있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한 투석실에서 신장질환 환자들이 함께 혈액투석을 받고 있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우울증 동반하면 삶의 질↓·사망 위험↑

문제는 우울증을 겪는 투석환자의 예후가 상당히 나쁘다는 사실이다.

우울증은 투석환자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투석을 시작하는 말기 신질환 환자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평가한 결과, 질환 중증도, 합병증 등과 함께 우울증이 꼽혔다(Am J Kidney Dis 2001;38(3):443-464).

또 우울증 증상이 심각한 말기 신질환 환자일수록 삶의 질 악화와 강력한 연관성을 보였다(Int J Psychiatry Med 2006;36:457-468). 

이와 함께 우울증은 투석환자의 사망 위험을 높인다고 분석된다. 관찰연구 31개를 체계적으로 문헌고찰한 결과에 따르면, 우울증을 겪는 투석환자에서 사망 위험이 유의미하게 1.51배 상승했다(Am J Kidney Dis 2014;63(4):623-635).

우울증이 투석환자의 사망 위험을 높이는 직접적인 원인인지는 확실하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투석을 거부하는 비율이 우울증을 겪는 혈액투석환자가 100인년 당 3.7명으로 우울증이 없는 혈액투석환자(100인년 당 2.3명)보다 많아(Kidney Int 2002;62(1):199-207), 치료 거부가 사망 위험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투석환자 대상 인지행동치료·항우울제 치료 근거 부족

하지만 우울증을 겪는 투석환자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에 대한 임상연구 근거는 부족하다. 임상에서는 우울증 환자 치료 시 인지행동치료 또는 항우울제 치료를 진행한다. 그러나 우울증을 겪는 투석환자에서 우울증 치료에 따른 예후를 비교한 연구는 제한적이다. 

2009년 브라질 연구팀은 우울증을 진단받은 혈액투석환자를 대상으로 12주간 인지행동치료를 진행했을 때 벡우울척도(Beck Depression Inventory)와 삶의 질 등이 개선됐다는 결과를 보고한 바 있다(Kidney Int. 2009 Aug;76(4):414-421). 결과는 긍정적이었지만 연구에 포함된 총 환자 수가 85명으로 소규모 연구라는 한계가 있었다.

Annals of Internal Medicine 지난달 26일 온라인판에 실린 다기관 무작위 연구에서는, 우울증을 겪는 혈액투석환자가 항우울제 설트랄린(sertraline)을 복용하면 인지행동치료를 받은 환자보다 12주째 간이우울증상평가척도가 더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각각 40% vs 29%). 그러나 이 역시 184명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해 대규모 연구가 아닌 점이 한계점으로 지목됐다. 

신장내과 전문의들은 항우울제가 신장을 통해 배설되기에 말기 신질환 환자에서는 항우울제 반감기가 길어 체내에 축적될 위험이 있으므로, 항우울제 치료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진 교수는 "투석환자가 항우울제를 복용하면 약물이 체내에 누적돼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약물치료를 최소한으로 제한해야 한다"면서 "최근 개발된 항우울제는 섬망 등 이상반응이 보고된다. 오히려 투석환자의 합병증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환자 증상 파악해 증상별 치료접근 이뤄져야"

임상에서 우울증을 동반한 투석환자를 치료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투석치료와 함께 정신과적 진료가 충분하게 이뤄져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김성록 교수 논문에 의하면 정신과적 문제가 있는 환자 5%만이 의사에 의해 정신과적 치료를 받고 있다고 보고되며, 본 연구에서도 불안 및 우울증상으로 환자 스스로 또는 의사 권유 하에 정신과적 진료를 본 경우가 거의 없었다.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홍승철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우울증을 겪는 투석환자를 어떻게 치료해야 할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없으나, 정신건강의학과에서 환자 증상을 파악하고 증상에 따라 치료하면 우울증을 개선할 수 있다"며 "예로 우울증을 겪는 투석환자가 불면증을 호소한다면 이를 먼저 치료해 우울증을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투석환자가 요독증으로 인한 수면장애, 식욕부진 등으로 우울증과 같은 정신적인 불편을 호소할 수 있으므로 요독증 등 내과질환에 대한 관리가 반드시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진 교수는 "기본적으로 내과질환이 관리되지 않으면 투석환자는 건강 상태가 더 악화돼 우울함을 느끼게 된다"면서 "우울증을 치료하기에 앞서 내과질환에 대한 관리를 진행하면 투석환자의 활동성이 높아져 우울증 증상이 좋아지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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