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 윤진하 교수 연구팀,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 분석
새롭게 진단된 환자 2011년 5만명→2015년 7만명…파킨슨병·사르코이드증 등 발생률 ↑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유병인구가 2만명 이하이거나 진단이 어려운 국내 희귀질환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윤진하 교수·임성실 전공의(직업환경의학과) 연구팀이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분석한 결과, 새롭게 희귀질환을 진단받은 국내 환자는 2011년 약 5만명에서 2015년 7만여 명으로 5년새 약 2만명 증가했다(Orphanet J Rare Dis 2019;14(1):49).

특히 연간 누적 발생률이 오름세를 보인 희귀질환 수가 감소세를 보인 질환보다 많아, 늘고 있는 희귀질환에 대한 의료진 및 환자들의 관심이 높아져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파킨슨병·사르코이드증 등 34개 질환 '증가세'

연구팀은 2011~2015년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활용해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7) 코드에 따라 새롭게 진단된 희귀질환 환자 수를 평가했다. 

KCD-7 코드에서 확인된 희귀질환은 총 415개였다. 연간 누적 발생률은 새롭게 등록된 희귀질환 환자 수를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전체 환자 수로 나눠 추산했다. 

먼저 새롭게 희귀질환을 진단받은 환자 수를 조사한 결과 △2011년 5만 3831명 △2012년 5만 2958명 △2013년 5만 2955명으로 3년 동안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2014년을 기준으로 환자 수가 증가해 △2014년 7만 1530명 △2015년 7만 559명으로 2011년 대비 2만여명 늘었다. 

2011~2015년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에서 KCD-7 코드에 따라 확인한 새롭게 희귀질환을 진단받은 환자 수.
▲2011~2015년 새롭게 희귀질환을 진단받은 환자 수(Orphanet J Rare Dis 2019;14(1):49).

평균 연간 누적 발생률이 1000만명 당 100명을 초과한 희귀질환은 22개로 전체 희귀질환의 5.3%에 불과했다. 전체 희귀질환 중 절반 이상의 평균 연간 누적 발생률이 1000만명 당 1~100명이었고(227개, 54.7%), 1000만명 당 1명 미만인 희귀질환은 35.66%(148개)를 차지했다. 4.34%(18개) 희귀질환은 연구 기간에 보고된 새로운 환자가 없었다.

전체 희귀질환 중 43개 질환은 연간 누적 발생률이 통계적으로 의미 있게 증가 또는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P<0.05). 이 중 연간 누적 발생률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 질환 수가 감소한 질환보다 4배가량 많은 점에 주목해야 한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증가세를 보인 질환은 △파킨슨병 △사르코이드증(sarcoidosis) △갈랑발레 증후군(Guillain-Barre syndrome) △원발성 담즙성 경변증 △쇼그렌증후군 등을 포함한 총 34개였다. 전체 희귀질환에서는 8.19%를 차지했다.

평균 연간 누적 발생률 가장 높았던 질환은 파킨슨병으로 1000만명 당 2066.43명이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1000만명 당 △2011년 1884.36명 △2012년 1882.58명 △2103년 1945.05명 △2014년 2164.53 △2015년 2447.80명이었다.

사르코이드증 역시 환자 수가 증가해, 연간 누적 발생률 1000만명 당 △2011년 70.91명 △2015년 101.86명으로 파악됐다.

평균 연간 누적 발생률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 희귀질환은 △백혈구 감소증 △신장성 요붕증 △결절성 경화증 등을 포함한 총 9개로, 전체 희귀질환에서 1%에 미치지 못했다(0.96%).

희귀질환 환자 수 늘어난 세 가지 이유는?

연간 누적 발생률이 증가한 희귀질환은 △고령 인구 증가와 같은 인구 변화뿐 아니라 △건강검진 활성화 △진단기술 발전 등의 영향을 받아,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환자들이 확실한 진단을 받으면서 수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본 연구에서 연간 누적 발생률이 가장 높았던 파킨슨병은 퇴행성 뇌질환이자 고령에서 흔히 발생하는 노인성 질환이다. 즉 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고 평균 수명이 늘면서 국내 파킨슨병 환자 수도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의학기술 발달로 질환을 과거에 확인되지 않았던 파킨슨병 환자가 수면 위로 드러났을 가능성이 있다.

폐, 림프절, 간 등 여러 장기에 걸쳐서 일어나는 전신질환인 사르코이드증 역시 건강검진 활성화와 진단기술 발전 등으로 진단율이 높아졌다고 파악된다.

사르코이드증은 건강검진 시 기본으로 진행하는 흉부 X-선 검사를 통해 확인한다. 이를 통해 사르코이드증 환자를 조기에 발견해 연간 누적 발생률이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의료진·환자 희귀질환 관심도 '높이고' 진입장벽 '낮춰야'

이번 연구는 환자 수가 많지 않아 파악이 어려운 국내 희귀질환 환자의 전반적인 현황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이를 시작으로 희귀질환에 대한 의료진과 환자들의 관심도를 높여 희귀질환 진단 및 치료 진입장벽을 낮춰야 한다는 게 연구팀의 전언이다. 

윤진하 교수는 "의료진이 진단할 수 있는 희귀질환은 한계가 있고 환자 수도 많지 않아, 국내 희귀질환 환자 현황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때문에 희귀질환 중에서도 진단이 어려운 질환은 의료진과 환자들의 관심 밖에 있게 된다"며 "희귀질환에 대한 관심도가 낮은 의료진은 환자가 희귀질환 의심 증상을 보일지라도 정밀 진단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의료진과 환자들이 희귀질환에 관심을 가진다면 지금보다 많은 환자가 정밀 진단을 받고 치료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희귀질환에 의료진과 환자들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제시한 것"이라며 "희귀질환은 유병률이 낮고 치료가 잘되지 않으므로, 다른 질환과 달리 희귀질환만큼은 사회적 이슈를 떠나 환자를 발굴하고 관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희귀의약품 급여 등재 기간 단축 필요"

아울러 이번 연구를 계기로 신체적 고통뿐 아니라 경제적 고통을 겪고 있는 희귀질환 환자의 치료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정책도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개발된 새로운 희귀의약품에는 급여 적용이 되지 않아 희귀질환 환자들의 의약품 접근성이 떨어진다. 게다가 임상시험에 충분한 환자 수를 확보하기 어려워 임상적 효용성을 검증하고 급여 여부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

윤 교수는 "신약을 급여화하기 위해선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환자들은 하루빨리 신약 치료를 받고 싶어 하지만 새로운 희귀의약품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보니 확증이 되지 않은 신약을 급여화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면서 "결국 희귀의약품 치료 비용이 비싸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임성실 전공의는 "희귀의약품뿐만 아니라 모든 치료제가 급여 적용되기 위해서는 효용성 평가를 해야 한다. 즉 효용성 평가 기간이 길어지면 상대적으로 급여 적용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최대한 빨리 희귀의약품에 급여가 적용돼 희귀질환 환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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