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업저버 최상관 기자] 일명 '한국형' 진료지침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외국 진료지침을 국내 임상에 적용하기에는 환자의 고유한 환경적, 유전적, 생물학적 특성이 달라 맞춤형 치료를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형이라는 이름에 걸맞으려면 국내 환자의 특성을 반영한 연구 근거를 최대한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진료지침을 개발해야 한다.

그러나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한국형 진료지침 개발을 위한 길은 아직 멀어 보인다. 우선적으로 근거가 될 만한 국내 연구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국내 학회 진료지침의 근거 연구를 보면 국내보다 외국 연구가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국내 연구 근거를 확보하고 반영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한 것이다. 이는 학회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해결하기 어렵기에 정부의 대승적인 투자와 지원 정책이 절실하다. 이에 복지부가 진행 중인 공익적 임상연구 사업이 국내 임상 연구 근거 마련을 위한 해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공익적 임상연구 사업은 개인이나 민간에서는 수행하기 어려운 임상연구를 지원한다. 이전까지 국내 의료기관 및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진행된 임상연구는 제약사 주도로 이뤄지는 신약 허가임상연구가 대부분이었다. 때문에 회사의 이익에만 부합하는 연구 위주로 이뤄지기 마련이어서 그 외의 연구 지원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일례로 지난 2015년 NEJM에 발표된 연구 PROMISE를 들 수 있다. 이 연구에서는 환자 1만 명을 대상으로 관상동맥 CT가 심장부하검사보다 주요 심장 사건을 실제로 줄이는지를 살펴봤다. 그러나 수백억 이상의 연구 자금이 필요했고, CT 기기 회사에서 본사 이익에 반하는 결과가 나올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연구를 지원할 리 만무했다. 결국 PROMISE 연구는 미국 국립심폐혈연구소(NHLBI)의 지원으로 마무리 될 수 있었다.

이에 반해 공익적 임상연구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근거 축적이 어려운 분야의 연구를 수행한다. 예로, 의료기술 간 효과를 비교하는 공익적 임상연구를 통해 가장 최적의 의료기술에 대한 근거를 만들 수 있다. 이로써 신뢰성과 객관성 측면에서도 우위를 점한 의료기술은 진료지침에서 높은 권고등급으로 제시할 수있다.

복지부는 최근 공익적 임상연구 사업에 올해부터 2026년까지 연간 200억원을 지 원하기로 했다. 2015~2018년 연간 100억 원을 지원한 것과 비교해 지원금을 대폭 확대한 점은 긍정적인 신호다.

하지만 여기서 안주해선 안 된다. 미국과 영국은 공익적 임상연구 사업에 각각 연간 3조 3000억 원, 1조 7000억 원을 지원하고 있어 규모에서 타 국가와 확연한 차이가 난다. 이에 꾸준히 지원 규모를 늘려가야 할 것이다. 건강보험 재정 일부를 사업에 투자하는 등 중·장기적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국가암연구사업 참여 교수는 "공익적 임상연구에 대한 지원이 확대돼 국내 연구 근거가 쌓인다면, 한국형 진료지침을 바탕으로 한 근거 중심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료지침은 실제 임상에서 환자의 진단 및 치료의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그 시대의 의료 지형을 반영하는 지도와 같은 존재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진정한 '한국형' 진료지침이 나오길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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