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년 동안 했던 수술 건수 올해는 두 달 만에
내과, 가정의학과 등과의 다학제 진료 중요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올해 1월 1일부터 비만대사수술이 급여화하면서 수술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수술 건수증가보다 다학제 시스템이 더 중요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비만이나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BMI ≥35.0kg/㎡이거나 BMI ≥30.0kg/㎡이면서 합병증(고혈압, 고지혈증, 제2형당뇨병, 저환기증, 수면무호흡증 등)이 있을 때 위소매절제술(Sleeve gastrectomy) 및 비절제 루와이형 문합 위우회술을 급여화 했다. 

또 기존 내과적 치료 및 생활습관 개선으로도 혈당조절이 되지 않는 BMI ≥ 27.5kg/㎡인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도 수술을 했을 때도 급여(선별급여, 본인 부담 80%)를 인정했다.

병원들 너도나도 비만대사수술센터 설립   

정부의 비만대사수술의 급여화 발표 이후 병원들은 비만 환자 수술 증가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수술 건수가 급증했기 때문.

오래전부터 고도비만수술센터를 운영하면서 이를 병원의 경쟁력으로 자부해 온 순천향대 서울병원. 이 병원도 올해 밀려오는 환자를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1년 동안 160건 시술 했는데 올해는 두 달 만에

병원 한 관계자는 "지난해 고도비만 수술을 약 160건 했는데, 올해는 1월과 2월에만 150건을 했을 정도"라며 "8월까지 예약이 밀려 있을 정도로 환자 니즈는 강력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병원들의 상황도 비슷해 보인다.

20일 열린 서울아산병원 비만대사다학제센터 개소 기념 심포지엄에 참석한 서울의대 박도중 교수(분당서울대병원 외과)는 1년 동안 하던 수술 건수를 한달에 할 정도로 환자가 많아졌다고 발표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박도중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박도중 교수

박 교수는 "우리 병원은 2008년부터 고도비만수술을 해 왔는데, 지난해 1년 동안 25명을 수술했다. 그런데 올해 1월에만 25명을 수술했고, 2월에 30명을 수술했다"며 "수술에 대한 근거확보와 환자 비용 부담이 줄면서 수술 건수는 점점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신해철 씨 사건 이후 위 밴드수술은 급격하게 줄고, 위소매절제술이 많이 증가했다"며 "동양인들에게 특히 위소매절제술이 많고, 내시경수술을 하지 못하는 등의 부작용이 있는 루엔와이는 잘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수술 건수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센터를 설립하는 병원들도 많아졌다.

올해 초 강동경희대병원이 비만대사수술 클리닉을 개설했고, 서울성모병원도 비만수술 협진 클리닉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비만대사수술을 하지 않던 서울아산병원도 비만대사다학제센터 개소를 앞두고 있다.   

핵심은 다학제 진료인데...

전문가들은 센터나 클리닉 설립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다학제 진료라고 입을 모은다. 환자 선택이나 수술 종류 선택, 수술 후 관리 등을 다학제 진료를 통해 결정해야 하고, 이것이 수술 성공 여부를 가르는 가늠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외과 의사 혼자 비만대사수술을 결정할 수 없다. 내과와 가정의학과 등 타 진료과의 협진이 매우 중요하다"며 "병원 특성에 맞는 다학제 진료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비만대사수술의 핵심은 다학제진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계명의대 외과 류승완 교수(동산의료원 대사비만수술센터)
계명의대 외과 류승완 교수(동산의료원 대사비만수술센터)

계명의대 류승완 교수(동산의료원 대사비만수술센터)도 "비만대사 수술을 할 때 암이 있는지 내과에서 내시경을 시행하고, 수면무호흡증 여부는 이비인후과에서 파악한다"며 "외과의사 혼자 모든 것을 결정하던 시대는 갔다. 가정의학과, 내과, 영양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니까 수술하는 사람으로서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다학제 진료가 중요하지만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고도비만수술 통합 진료비(9만 2430원~12만 3242원)가 책정돼 있지만, 이 비용으로 내과 등 관련 진료과 교수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게 어렵다는 것. 

이에 병원마다 다학제 진료를 할 방안들이 모색되고 있다. 

류 교수는 "진료과 교수들이 매번 모이기 힘들어 우리 병원은 다학제 단톡방을 개설했다"며 "각 진료과 교수들과 전담간호사 등이 환자에게 필요한 것을 논의하고 토론하면서 환자 상태를 파악한다. 다학제 진료의 효율적 운용을 위해 특히 코디네이터의 존재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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