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중환자의학회 'Critical Care Ethics' 번역한 '중환자실 의료윤리' 책 발간
중환자의학 의료진이 마주하는 윤리 쟁점에 대해 사례 위주로 서술

대한중환자의학회가 '중환자실 의료윤리-의료인이 알아야 할 중환자실 윤리 딜레마'를 발간했다. 학회는 25일 학회 사무국에서 출판 기념회 및 기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좌부터) 학회 박성훈 홍보이사, 홍성진 회장, 임춘학 윤리이사, 홍석경 총무이사.
▲대한중환자의학회가 '중환자실 의료윤리-의료인이 알아야 할 중환자실 윤리 딜레마'를 발간했다. 학회는 25일 학회 사무국에서 출판 기념회 및 기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좌부터) 학회 박성훈 홍보이사, 홍성진 회장, 임춘학 윤리이사, 홍석경 총무이사.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대한중환자의학회(회장 홍성진)가 중환자실에서 환자 치료를 두고 겪는 의료 윤리 문제를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에 대한 길잡이를 제시했다. 

학회는 중환자의학 의료진이 마주하는 진료 현장의 다양한 쟁점을 다룬 '중환자실 의료윤리-의료인이 알아야 할 중환자실 윤리 딜레마'를 발간, 25일 학회 사무국에서 '출판 기념회 및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본 책은 미국중환자의학회에서 출판한 'Critical Care Ethics 3판'을 번역한 것으로, 여러 윤리 원칙 및 미국 판례들과 함께 중환자실에서 경험하는 의료 윤리 쟁점들을 질문 형식으로 제시하며 풀이했다. 이와 함께 국내 주요 사례들을 실었다.

홍성진 회장(가톨릭의대 마취통증의학과)은 "우리나라에서 중환자실 의료 윤리를 주제로 발간된 책은 없었다"며 "응급실에서 생존한 환자들이 가는 곳이 중환자실이다. 초기 급한 상황을 지나 치료가 더 중요한 시기가 (중환자실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높지 않다. 책 발간을 시작으로 국민들에게 중환자실이 어떤 곳인지 알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본 책은 총 40장으로 구성됐다. △연명의료 △안락사 △종교적인 치료 거부 △보완의학 △대체 치료를 요구하는 환자 등 의료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주제가 실렸고 △의료진과 가족 사이의 갈등 △가치관의 차이 및 도덕적 고뇌 등에 대해서도 다뤘다. 아울러 각 상황에서 의료과실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상세히 기술했다. 

이와 함께 미국과 국내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 미국과 달리 국내법은 어떻게 마련됐는지 각주를 달아 설명했다. 

예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미국의 경우 환자를 대신해 의료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대리인으로서 개인 또는 다수를 지정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대리인을 지정하는 절차가 없다. 본 책에서는 이러한 미국과 우리나라 간 차이를 이해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내용을 기술했다. 

임춘학 윤리이사(고려의대 마취통증의학과)는 "중환자실에서는 일반적인 상식이나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는 전문인의 협의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때문에 (윤리 쟁점에 대한) 법 이해를 포함해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본 책은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를 보는 의료진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특히 본 책은 지난해 2월 연명의료결정법 시행으로 중환자실에서 환자 치료를 두고 겪을 수 있는 '윤리적 갈등'을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에 대한 길잡이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임 윤리이사는 "중환자실에 입원했고 의식이 명료한 환자에게 연명의료를 결정할 수 있도록 이를 설명하고, 원하는 경우 연명의료지시서를 작성하고 있다. 하지만 가족들이 환자가 받을 충격을 고려해 이야기하지 않길 원할 때 문제가 생긴다"면서 "환자가 의식이 있음에도 의료진이 연명의료에 대해 설명하지 못하고 치료 결정을 할 수 없는 사례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성훈 홍보이사(한림의대 호흡기내과)는 "예로 60대 환자가 질식사를 겪어 심폐소생술을 받은 후 생존했지만 뇌가 손상된 경우 의료진이 이를 임종 과정으로 봐야 하는지 판단해야 한다"며 "이처럼 연명의료결정법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 책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학회는 이번 책 발간과 함께 연명의료뿐 아니라 다양한 의료 윤리 사례에 대해 전문가들이 의견을 나누고 중론을 모을 수 있는 자리를 홈페이지에 만들었다. 아울러 연명의료와 관련해 가장 걸림돌이 되는 의료 윤리 문제를 전향적으로 분석할 수 없으므로, 이에 대한 후향적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임 윤리이사는 "의료 현장에서 접하는 의료 윤리 사례 중 문제가 되는 것들을 모아 이번 달부터 홈페이지에 게재하면서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에 대한 의견을 올릴 예정이다"면서 "사례들이 모이면 향후 번역본이 아닌 국내 실정에 맞는 책을 발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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