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장 선거 돌입
직원들, 병원장 선출 과정 바꾸고 국립대병원 원래 목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사람 뽑아야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5월 말 임기가 끝나는 서울대병원 서장석 병원장의 뒤를 이를 자리를 두고 벌써 후보자들 경쟁이 뜨겁다. 권준수(정신건강의학과)·김연수(내과)·박노현(산부인과)·박재현(마취통증의학과)·방문석(재활의학과)·성명훈(이비인후과)·이정렬(흉부외과)·조상헌(내과) 교수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직원들, "병원장 선거, 그들만의 리그라 관심 없어요"

그런데 병원장 선거에 대한 열기는 병원장 후보로 뛸 본인들과 그 주변 사람들에게로 국한돼 보인다. 병원에 근무하는 교수, 행정직원, 노조 관계자들은 대부분 "5월에 원장이 바뀌어요?"라는 냉랭한 반응이다. 

사실 현 서창석 원장이 취임하면서 국정 논단 사건에 휘말리면서 서울대병원 직원들은 적잖은 상처를 받아왔다. 

병원장에 대한 분위기가 더 냉소적으로 변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였다. 서 병원장이 계속 자리를 유지했지만, 직원들은 병원장 존재를 거의 느끼지 못했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왔다.

오랫동안 원장의 리더십 부재로 인해 직원들은 이제 병원장이 누가 되든 자신들의 삶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뿐더러, 달라질 것도 없다는 태도였다.

이 모 교수는 "대부분 직원이 대부분 원장 선거에 무관심하다. 병원장이 누가 되든 거의 비슷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이 모 교수는 "지난 병원장 때 워낙 실망을 많이했기 때문에 사실 아무 생각이 없다"고 병원 내 분위기를 전했다.  

노조 관계자는 "직원들이 선거를 자기 일과 무관하게 느끼는 것은 누가 선출되든 똑같기 때문이다. 병원장이라면 자신만의 원칙, 기준을 갖고 병원을 운영해야 하는데, 원칙, 기준조차 없는 것이 서울대병원 상태"라고 꼬집었다.

"병원장 선출과정 바꿔야 

병원 내부에는 청와대가 내리꽂는 수장이 아니라, 직원들이 의견이 반영된 사람이라야 병원장으로서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분위기도 팽배하다.  

현재 서울대병원장 선출은 병원 이사회가 공모에 참여한 후보들을 대상으로 면접과 투표를 거쳐 1순위, 2순위 후보를 정해 교육부에 추천한다.

이사회는 서울대 총장, 서울의대 학장, 서울대 치과병원장, 서울대병원장, 교육부·기획재정부·보건복지부 차관, 사외이사 2명 등 9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후 교육부 장관의 제청을 받아 청와대가 최종 임명한다.

청와대가 병원장을 최종 결정을 하기 때문에 매번 정권의 입맛에 맞는 사람이 임명된다는 꼬리표가 붙어 다녔고, 서 원장도 이 굴레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것이다. 

허 모 교수는 "서울대병원장이 점점 더 정치에 휘둘리고 있다. 병원장이 되려고 이사회에 로비하고, 정치권에 줄을 대는 등 선출과정부터 잘못됐다"며 "의사라는 전문가 집단의 내부적인 합의로 방향을 정하고, 병원장을 결정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태라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이어 "노조가 얘기하는 것처럼 직선제로 뽑아야 한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의사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반영할 수 있는 원장을 뽑을 수 있도록 선출과정은 바꿔야 한다"며 "교수들도 반성해야 한다. 의견을 내고 중지를 모으는 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에서 게을렀다"고 평가했다.

병원장 선출 과정의 변경은 노조의 요구 사항이기도 하다.

노조는 병원장 선거를 직선제로 해야 한다고 요구하며, 이를 실현할 구체적인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 관계자는 "법 개정 등의 문제로 올해 병원장 선거에서 직선제를 반영할 수 없다는 건 알고 있다"며 "하지만 병원장 선출 이사회나 교육부에 의견서를 보내 내부 직원의 의견을 최소한이라도 수렴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원, 전문가 존중하는 병원장이 선출돼야

 병원장에 대한 마음은 차갑게 식었지만, 교수나 행정직 직원들은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서울대병원에 대한 애정은 여전히 뜨거웠다. 우리나라 최고의 병원으로서 자리를 찾고, 공공성 회복이라는 자존심도 되찾고 싶다고 했다. 

김 모 교수는 "새로 선출될 병원장은 서울대병원의 사회적 책무를 잘 이해하고, 그것을 책임감 있게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며 "환자 많이 보고, 돈 많이 벌고, 분원 많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최고의 병원으로서 또 국립대병원으로 가야 할 길을 갈 수 있는 사람이 원장이 됐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이어 "서울대병원은 의료에서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그것이 진료나 연구이든, 공공성이든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춘 병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정부처에 근무하는 김 모 씨도 원장의 리더십과 소통을 요구했다. 

김 씨는 "원장은 본인의 철학을 뚜렷하게 제시하고, 이를 직원과 공유하며 공감을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의 권위적인 리더의 모습에서 벗어나 구성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준비가 된 사람이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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