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전 환자, 암 발생 및 사망 위험 높아
심부전과 암, 공통 위험 인자 우선 관리해야…심장-암 전문의 협업 필요

[메디칼업저버 최상관 기자] 심부전 환자의 암 위험 경고가 나오고 있다.

최근 여러 역학 연구 및 환자 대조군 연구에 따르면 심부전 환자에서 심장과는 무관한 합병증이 다수 발생했으며, 이 중 암 발생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까지는 암 환자의 항암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심부전 위험 경고가 주를 이뤘다.

2016년 유럽심장학회(ESC)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암 치료의 심장 독성 위험을 경고했고, 같은 해 캐나다심장학회(CCS)도 암 치료 과정에서 심혈관 합병증 관리법을 제시한 바 있다.

2014년 미국심초음파학회(ASE), 유럽심혈관영상협회(EACI) 등도 관련 전문가 합의문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심부전 환자의 암 발생 위험에 대한 경각심은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점에서 이번 경고는 더욱 주목할 부분이다.

심부전 환자, 암 발생 및 사망 위험 높아

스웨덴 카롤린스카대학병원 Karolinska Institutet 박사팀 연구에 따르면 심부전 환자 539명 중 16%에서 암이 발생했다(Eur J Heart Fail. 2014 Sep;16(9):992-1001).

미국 메이요클리닉 Tai Hasin 박사팀이 심부전 환자 961명을 분석한 연구에서도 암 발생 및 사망 위험이 유의하게 높았다(J Am Coll Cardiol. 2013 Sep 3;62(10):881-6).

심부전 환자의 암 발생 위험은 심부전이 아닌 사람보다 68% 더 높았고(HR 1.68 95% CI 1.13-2.50), 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은 56% 더 높았다(HR 1.56 95% CI 1.22-1.99).

덴마크 오덴스대학병원 Ann Banke 박사팀 연구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Eur J Heart Fail. 2016 Mar;18(3):260-6).

암 과거력이 없는 심부전 환자 9407명을 분석한 결과, 모든 종류의 암 발생 위험이 심부전이 아닌 사람보다 24% 더 높았다(IRR 1.24 95% CI 1.15-1.33 P<0.0001).

암 유형별로는 피부암이 가장 발생 위험이 높았다. 그 다음으로는 폐암, 신장‧비뇨기암, 간‧담낭암, 림프‧혈액암, 유방암, 대장암 순이었다.

▲ 심부전 환자의 암 유형별 발생 위험도
▲ 심부전 환자의 암 유형별 발생 위험도(Eur J Heart Fail. 2016 Mar;18(3):260-6)

Banke 박사는 "심부전 환자의 암 발생 위험 증가는 심부전으로 진단된 지 1년 이후에도 지속됐다"며 "또한 심부전을 동반하지 않은 암 환자와 비교해 예후는 더 심각했다"고 밝혔다.

Tai Hasin 박사는 "심부전 환자의 암 발생 위험 증가는 유병 기간이 길어질수록 더 높아졌다"며 "심부전 환자에서 암 또는 심장 외 질환을 꾸준히 감시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심장 배출 단백질이 종양 성장 유도

심부전과 암의 연관성을 보여준 연구에 이어 심부전과 암 발생의 인과 관계를 설명하기 위한 연구도 진행됐다.

지난해 10월 Circulation에 실린 네덜란드 흐로닝언의대 Wouter C. Meijers 박사팀은 동물 실험 연구를 통해 기능이 저하된 심장에서 나오는 단백질이 종양 성장을 유도해 암 발생 위험을 높였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연구에서는 만성 심부전 환자에서 주로 발견되는 단백질인 서핀(Sepin)A1/A3, 피브로넥틴(fibronectin), 세룰로플라스민(ceruloplasmin), 파라옥소나아제(paraoxonase)1 등을 잠재적인 암 발생 위험 인자로 추정했다.

이들을 심부전이 없는 쥐에게 적용한 결과, 이 중 서핀A3이 종양 성장을 유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로서는 서핀A3가 가장 유력한 암 발생 위험인자로 꼽힌다.

서울의대 조현재 교수(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는 "심부전 등 심장질환과 암은 메커니즘 상 여러모로 유사하며, 공통된 위험 요소를 가지면서 상호작용해 두 질환이 같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암세포 자체에서 나오는 위험 인자가 심부전을 유발하는지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부전·암 공통 위험인자 우선 관리해야

이처럼 심부전 환자의 암 발생 위험이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 진료 현장에서는 암 환자의 심부전 예방 및 관리법이 우선 논의되고 있다.

항암 치료 과정에서 화학 요법, 방사선 치료의 심장 독성이 심부전을 비롯한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이 이미 정설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또한 심부전 환자의 암 발생 위험과의 비교에서도 암 환자의 심부전 발생 위험이 더 심각한 것으로 간주된다.

때문에 심부전 환자의 암 발생 위험을 입증하고, 암 관리 전략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컨센서스가 모여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는 심부전과 암의 공통 위험 인자를 우선 관리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전문가의 중지가 모이고 있으며, 다학제적 접근도 강조되고 있다.

조 교수는 "심혈관 질환과 암에는 염증, 비만, 산화 스트레스, 당뇨, 고혈압, 흡연, 잘못된 생활습관 등이 공통으로 영향을 준다"며 "심부전 자체를 잘 관리하고, 만성 염증을 줄이면 암 발생률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고려의대 김응주 교수(고대구로병원 순환기내과)는 "심부전 환자에서 조기에 암을 발견하면 치료 성적은 좋을 수 있으나, 이미 심부전까지 진행한 경우는 암에 의한 사망보다 심부전에 의한 사망 위험이 더 높다"며 "이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심장내과 전문의와 혈액종양내과 전문의가 정해진 순서와 전략을 따라 협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전 세계적으로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는 심장-종양학(cardio-oncology)은 국내 임상 현장에도 도입이 절실하다"며 "다학제적 접근을 통해 심부전 환자와 암 환자의 생존 연장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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