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심장 CT 가이드라인 개발 이끈 울산의대 구현우 교수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소아에서 선천성 심장병이 의심될 경우 진단을 통해 치료가 잘 이뤄진다면 성인까지 생존할 수 있어 정확한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때 선천성 심장병 진단을 위해 활용하는 영상의학적 검사법 중 하나가 컴퓨터단층촬영(Computed Tomography, CT)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에는 선천성 심장병 소아 환자에서 심장 CT를 어떻게 촬영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었다. 게다가 CT 기기에 따라 검사법에도 차이가 있어, 실질적으로 임상에 도움이 되는 가이드라인 개발이 필요한 실정이었다. 

이에 아시아심혈관영상의학회(ASCI)가 선천성 심장병 소아 환자에서 심장 CT를 어떻게 검사해야 하는지 길잡이를 제시하고자 '소아 심장 CT 가이드라인'을 개발했다. 국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첫 소아 심장 CT 가이드라인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대한영상의학회지 2월호에 실렸다(Korean J Radiol. 2019 Feb;20(2):190-204). 

울산의대 구현우 교수(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울산의대 구현우 교수(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가이드라인 개발을 이끈 울산의대 구현우 교수(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를 만나 개발 배경과 앞으로 임상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 

- ASCI가 '소아 심장 CT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이번 가이드라인에 앞서 지난 2015년 미국 심장내과 전문의들이 주축이 된 심혈관컴퓨터단층촬영학회(SCCT)가 선천성 심장병에 관한 CT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가이드라인을 읽어보니 아시아와 서양의 소아 심장 CT에 대한 임상 경험이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특히 CT 기기에 따라 검사법이 다른데, SCCT는 이를 고려하지 않고 전반적인 CT 검사에 대한 내용만 서술했다. 이는 SCCT 가이드라인이 실제 임상에서 유용성이 낮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에 한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영상의학과 전문가가 실제 임상에 도움이 되는 가이드라인 개발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전 세계적으로 소아 심장 CT 이용이 늘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는 다른 지역보다 소아 심장 CT에 관한 경험과 노하우가 많이 쌓여 있다. 이를 바탕으로 아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 의료진이 실제 검사에서 유용하게 참고할 수 있는 소아 심장 CT 가이드라인을 만들고자 했다. 2017년부터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기 시작해 제정까지 2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 외국 가이드라인을 수용·개작하지 않은, 아시아 독자적인 가이드라인이라고 볼 수 있나?

그렇다. 일반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정할 때 미국 등 외국 가이드라인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미국, 유럽, 캐나다는 CT보다는 MRI로 소아 심장을 촬영하는 것이 전통적으로 굳어져 있다. 그래서 새롭게 개발된 영상 기술을 아시아만큼 빠르게 받아들이지 못한 상황이다.

이런 측면에서 소아 심장 CT 분야는 아시아가 서양보다 경험이 많고 훨씬 앞서 있다. 이 장점을 살려 SCCT 가이드라인보다 더 나은 독자적인 소아 심장 CT 가이드라인을 만들고자 했다.

울산의대 구현우 교수(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울산의대 구현우 교수(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가장 중점을 둔 내용은?

이전 가이드라인과 달리 회사별(vendor) CT 기기에 따른 사용법을 길라잡이로 제시했고 이 부분에 가장 신경 썼다. 현재 병원에서 사용하는 CT 기기마다 최적의 소아 심장 영상기법에 차이가 있다. 이와 같은 기기 특성까지 고려한 맞춤식 사용법을 가이드라인에 담아 사용자 입장에서 도움이 되도록 만들었다. 그래서 이번 가이드라인 제목도 '사용자 친화적(user friendly)'인 가이드라인이라고 명시했다. 

구체적으로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지멘스 헬시니어스 △캐논 메디칼 시스템즈 △제너럴 일렉트릭 △필립스 헬스케어 회사의 CT 기기별 사용법을 제시했다. 영상의학과 의사마다 사용하고 있는 CT 기기와 경험이 다르기에, 본 가이드라인을 위해 CT 기기별로 검사 경험이 많고 사용법을 잘 파악하고 있는 의료진을 선정해 해당 내용을 집필하도록 했다. 궁극적으로 각 CT 기기를 이용한 소아 심장 CT의 방사선량을 줄이면서 동시에 선명한 심장 영상을 얻을 수 있는 맞춤식 해법을 가이드라인에 담았다. 

- 가이드라인이 임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나?

선천성 심장병 소아 환자는 성인 심장병 환자에 비해 많지 않다. 때문에 CT 검사를 하는 의료진은 선천성 심장병 소아 환자에 대한 CT 검사 경험을 쌓기 어렵고 검사를 잘하고 있는지 확인받을 길도 없다.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무료로 공개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을 통해 임상에서 영상의학과 전문가들이 쌓았던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병원에서 선천성 심장병 소아 환자들이 심장 CT 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을 수 있길 바란다. 소아 심장 CT를 통한 정확한 진단은 많은 선천성 심장병 소아 환자들이 치료를 잘 받을 수 있는 초석이 될 것이다.

- 이번 가이드라인은 '1부(Part 1). 영상기술(imaging techniques)'이란 부제목이 달렸다. 추후 2부(Part 2) 가이드라인을 제정할 계획인지?

오는 3월부터 2부 가이드라인 개발을 시작할 예정이다. 2부는 '임상적용'을 주제로, 실제 임상에서 소아 심장 CT 검사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다루고자 한다. 소아청소년과 교수들도 가이드라인 제정에 참여할 예정이다. 아직 어떤 형식으로 가이드라인을 만들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외국 가이드라인을 그대로 번역하는 것은 의미 없다고 생각해, 기존에 발표된 가이드라인과 다른 형태로 우리 실정에 맞고 실제 임상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개발할 계획이다. 

개인적으로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다양한 소아 심장 CT 임상적용을 그 이용도와 난이도에 따라 등급을 부여하는 방식을 구상하고 있다. 임상에서 흔하게 사용되는 임상적용이 무엇이고, 임상적용에 따라 다른 검사 난이도를 동시에 직관적으로 보여주고 싶다. 향후 선천성 심장병 영상 전문가로 구성된 그룹 멤버들과 논의를 통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형식을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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