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맥 못추는 특허만료 약, 국내는 스테디셀러
미국서 맥 못추는 특허만료 약, 국내는 스테디셀러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9.02.19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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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제약사 제품별 매출-국내 원외처방액 비교
리피토·비리어드 등 일부 주요품목 미국보다 국내서 더 잘나가
높은 제네릭 약가 구조 영향

[메디칼업저버 이현주 기자] 글로벌 제약사들의 실적이 발표됐다. 바이오의약품과 항암, 희귀질환치료제의 선전이 계속되면서 빅파마의 주요 간판품목이 교체된지 오래다. 과거 영광을 누렸던 의약품들은 특허가 끝난 후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유독 국내에서는 스테디셀러로 입지를 다지고 있어 의아함을 자아낸다. 다국적사출입기자모임에서 종합한 글로벌 제약사들의 연차보고서와 국내 원외처방액 자료를 통해 특허만료 주요품목의 매출을 비교하고 그 이유를 알아봤다.

◆리피토·비리어드 등 원외처방액, 미국 매출액 보다 높아 

지난해 원외처방액 왕좌에 오른 고지혈증 치료제 리피토(성분 아토르바스타틴)는 1626억원이라는 처방액을 기록했다. 특허가 끝났음에도 1000억원대 처방액을 꾸준히 올리며 역주행 신화를 쓰더니 작년에는 미국 매출액을 넘어섰다. 

리피토는 미국 의약품시장에서 2012년 9912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특허만료(미국) 이후 2013년 4519억원으로 매출이 급감했다. 2014년 매출은 2635억원, 2015년은 2896억원, 2016년은 1976억원, 2017년에는 1720억원까지 떨어졌고 급기야 작년 매출 한국에서의 원외처방액 보다 낮아졌다. 

반면 국내에서 리피토의 선전은 계속되고 있다. 리피토의 국내 특허만료 시점은 2009년으로 수십여개 제네릭이 나와있다. 그럼에도 2012년 1171억원이었던 처방액이 매년 조금씩 늘어나 2018년 1626억원까지 증가했다. 

B형 간염 치료제 비리어드(성분 테노포비르디소프록실푸마레이트)는 특허만료 타격으로 원외처방액 2위로 떨어졌지만 미국에서의 매출 급락에 비교하면 양호한 편이다.

실제 비리어드는 2017년 5492억원에서 작년 558억원으로 매출이 곤두박질쳤다. 국내 원외처방액은 같은기간 7.4% 감소했을 뿐이다. 

미국보다 국내에서 잘나가는 품목들은 더 있다.

B형 간염 치료제 바라크루드(성분 엔테카비르)는 이미 2015년에 한국에서의 원외처방액이 미국에서의 매출을 앞질렀다. 미국에서의 바라크루드 매출은 2013년 3023억원 이후 감소세를 보이다 작년 357억원까지 감소했다. 5년만에 10분의 1수준까지 떨어진 것이다. 

고지혈증 치료제 바이토린(성분 심바스타틴/에제티미브)은 비교적 최근 특허가 끝난 품목으로, 특허만료에 따른 매출급락 현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2016년 매출 5700억원에서 2017년 1325억원까지 떨어졌고 지난해는 112억원의 매출을 올리는데 그쳤다.

바라크루드와 바이토린은 미국보다 한국에서 더 승승장구 하고 있으며 이 외에 항고혈압약 노바스크(성분 암로디핀)와 아타칸(성분 칸데사르탄), 천식치료제 싱귤레어(성분 몬테루카스트) 등도 국내 원외처방 금액이 미국 시장 매출을 앞질렀다.

단위: 억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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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오리지널 약가 간접보호?

한국은 의약품 전체 시장이 20조원인 반면 미국은 제네릭의약품 시장만 4배 규모인 약 80조원으로 추산된다. 또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미국 제네릭 시장은 세계 제네릭 의약품 시장의 45%를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 품목은 한국에서 가져가는 수익이 더 큰 상황이다.

이 같은 이유는 가격 경쟁력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은 의약품의 특허기간이 종료되면 오리지널 의약품 가격의 10~20%에 불과한 제네릭이 등장한다. 한국처럼 제네릭의 약가 산출 공식이 있는 것도, 고시가격이 있는 것도 아니다.

오리지널이 제네릭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약가를 80~90%까지 인하해야 한다는 뜻인데, 제약사들은 사업을 접는쪽을 택한다는 분석이다.

'제약마케팅' 저자인 노용환 오비다트 대표는 "미국은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되면 6개월에서 1년 사이에 비즈니스를 포기한다고 볼 수 있다"며 "오리지널 가격을 90%까지 떨어뜨려야 경쟁이 가능한데 빅파마들은 그러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제네릭 약가는 특허만료 의약품의 53.3% 수준이며, 오리지널 약가는 제네릭 등재와 함께 30% 인하된다. 이후 1년이 지나면 제네릭 가격과 같아지지게 된다. 제네릭 가격이 높게 책정됨에 따라 간접적으로 오리지널 약가를 보호해주는 형태다. 

이와 함께 국내에서는 특허만료 의약품에 대해 국내사와 코프로모션을 체결하는 전략을 많이 택하고 있다.

앞서 언급된 제품을 살펴봐도 알 수 있다. 비리어드는 길리어드와 유한양행이 공동판매하고 있으며, 아타칸도 유한양행과 아스트라제네카가 협업하고 있다. 바이토린은 MSD와 종근당이 같이 판매 중이다. 

이처럼 국내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판매할 수 있는 이유도 결국 가격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환자 약제비 부담 감소효과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의료계 역시 오리지널 의약품 처방을 변경해야 할 이유가 없다.

국내제약사 마케팅팀 한 관계자는 "미국 의사들 86%가 제네릭을 처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제네릭과 가격 차이가 없는데다 리베이트 오해 소지 등으로 오리지널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작년 발사르탄 사태도 한 몫했다. 뚜렷한 약가 차이가 없는 한 제네릭 처방 장점을 피력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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