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구용 인슐린, 주사제 치료 부담 문제 해결해 치료율 높일 수 있어
새로운 기술 개발되고 있지만…'비용' 등 문제로 대부분 전임상시험 단계에 그쳐
경희의대 우정택 교수 "임상에서 요구 충분…기술 발전한다면 개발 가능할 것"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당뇨병 학계 및 제약업계가 인슐린을 '주사'하는 시대를 끝내고 '먹는' 시대를 열기 위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경구로 복용하는 인슐린(경구용 인슐린)을 개발해 당뇨병 환자들이 느끼는 인슐린 주사제에 대한 거부감과 불편함을 덜고 치료 편의성을 높여 궁극적으로 당뇨병 치료율을 높이겠다는 목적이다.

실제 임상에서 당뇨병 환자들은 자가 주사용 펜 사용의 불편함, 잦은 투여 횟수에 대한 부담, 주삿바늘에 대한 공포 등으로 인슐린 치료를 기피하고 있다.  

2015년 한국당뇨환우연합회 조사 결과에 의하면, 제2형 당뇨병 환자 10명 중 7명은 의료진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인슐린 주사제에 대한 부담 때문에 치료 시기를 놓치고 있었다.

경구용 인슐린은 주사제의 한계점을 해결할 수 있어, 시장에 도입된다면 많은 당뇨병 환자가 치료에 대한 부담 없이 혈당을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경구용 인슐린 개발을 위한 연구 열정과 달리 상업화까지 이어질 수 있는 가시적인 성과는 나오지 않은 실정이다. 경구용 인슐린 개발의 현재와 미래를 조명했다. 

먹는 인슐린 개발의 걸림돌은?

경구용 인슐린은 생리학적(physiologically)인 측면에서 인슐린 주사제보다 체내 부담이 덜한 것으로 분석된다.

체내 인슐린은 췌장에서 분비된 후 가장 먼저 간을 통과하지만, 인슐린을 주사로 투입하면 혈류를 통해 체내를 순환하고 이후 남은 인슐린이 간으로 이동한다. 

반면 경구용 인슐린은 주사제와 달리 체내 인슐린처럼 소화관에서 흡수되면 간으로 바로 이동해 췌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과 유사하게 작용한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단백질 성분인 인슐린을 복용하면 위에서 분비되는 위산으로 인해 음식물이 소화되듯 인슐린이 분해된다는 문제가 있다. 

결국 경구용 인슐린 개발의 핵심은 인슐린이 위에서 분해되지 않도록 하는 기술력에 달려 있다. 이에 학계와 제약업계는 인슐린을 체내에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경구용 인슐린 체내 전달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 개발 중

지난해 미국 하버드대 공학·응용과학부(SEAS) Samir Mitragotri 교수팀은 인슐린을 체내에 전달할 수 있도록 필수 영양소인 콜린(choline)과 식품첨가제인 게란산(geranic acid)을 함유한 이온성 액체(ionic liquid) 캡슐을 개발했다. 

이 캡슐은 내산성(acid-resistant)이 있는 장용성 코팅(acid-resistant enteric coating) 형태로 개발돼, 위산의 영향을 받지 않고 소장으로 이동해 분해된다(PNAS 2018;115(28):7296-7301). 

이 같은 기술을 적용한 경구용 인슐린을 쥐에게 투약한 결과, 2시간 이내 혈당 수치가 38% 감소했고 이후 천천히 떨어져 10시간 째에는 45% 감소했다.

아울러 작은 형태로 만든 인슐린 주사제를 캡슐에 여러 개 넣어, 캡슐을 먹으면 인슐린을 위까지 전달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됐다(Science 2019;363(6427):611-615). 

앞선 경구용 인슐린과 달리 캡슐이 위산에 녹으면 그 안에 있던 인슐린 주사제가 위에 자리 잡아 인슐린을 주사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스스로 자리 잡는 밀리미터 크기의 투약기(self-orienting millimeter-scale applicator, SOMA)'라고 명명했다.

'스스로 자리 잡는 밀리미터 크기의 투약기(self-orienting millimeter-scale applicator, SOMA)'의 작용 방법. =유튜브 캡쳐.
▲'스스로 자리 잡는 밀리미터 크기의 투약기(self-orienting millimeter-scale applicator, SOMA)'의 작용 방법. =유튜브 캡쳐.

엄밀히 말하면 이 기술은 체내에서 투약하는 인슐린 주사제로 봐야 하지만, 캡슐을 먹어 인슐린 주사제를 위까지 전달한다는 점에서 큰 범위의 경구용 인슐린이라 볼 수 있다. 

돼지를 대상으로 한 전임상시험 결과에 의하면, 이 기술을 통해 인슐린 300㎍을 체내에 전달할 수 있었고 최대 5mg까지 증량 가능했다. 또 인슐린 주사제와 유사한 혈당 조절 효과가 나타났으며 부작용도 나타나지 않았다.

임상시험 긍정적이었지만 최종 개발 '중단'…왜?

문제는 동물 대상의 전임상시험에서 경구용 인슐린에 대한 긍정적인 성과를 얻었을지라도, 개발 비용 등의 문제로 대다수 연구가 사람 대상의 임상시험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당뇨병 환자에서 효과를 입증한 경구용 인슐린도 있지만, 긍정적인 결과에도 불구하고 상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최종 상용화까지 이르지 못했다. 

대표적으로 지난달 덴마크 노보노디스크사는 인슐린 투약 경험이 없는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경구용 인슐린 'I338(Oral insulin 338)'이 주사로 투약하는 인슐린 글라진과 유사한 혈당 조절 효과를 보였다는 임상2상 결과를 발표했다(Lancet Diabetes & Endocrinology 1월 21일자 온라인판).

제2형 당뇨병 환자 50명을 대상으로 8주째 공복혈당 수치를 비교한 결과, I338 치료군은 7.1mmol/L, 인슐린 주사제군은 6.8mmol/L로 두 군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P=0.46). 이상반응 발생률도 I338군 15명(60%), 인슐린 주사제군 17명(68%)으로 유사해 안전성도 확보했다.

하지만 긍정적인 결과에도 불구하고 개발사는 최종적으로 I338 개발을 중단했다. I338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고용량 인슐린을 사용해야 하므로, 대량 생산하기엔 상업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이스라엘 제약회사인 오라메드(Oramed)가 경구용 인슐린 'ORMD-0801'에 대한 임상2b상을 진행하고 있어, 첫 경구용 인슐린이 시장에 등장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제2형 당뇨병 환자 188명을 대상으로 ORMD-0801을 28일간 복용했을 때 효과를 평가한 임상b상 결과, 치료받지 않은 이들보다 혈당 수치가 6.47% 더 감소했다. 현재 이뤄지고 있는 임상2b상에서는 치료 기간을 연장, ORMD-0801을 90일간 복용했을 때 효과 및 안전성을 평가할 계획이다.

"경구용 인슐린 개발 비용 상당…비용 대비 효과 검증해야"

현재까지 진행된 연구들을 종합했을 때 경구용 인슐린이 임상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시장에 등장하기 위해서는 '비용 대비 효과'라는 장벽을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경희의대 우정택 교수(내분비내과)는 "그동안 경구용 인슐린을 개발하고자 새로운 기술에 대한 연구가 이뤄졌다. 그러나 사람 대상의 임상시험까지 진행하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경구로 투약한 인슐린은 체내에 흡수되는 양이 적을뿐더러 체내에 어느 정도 흡수됐는지 예측하기가 어렵다. 결국 많은 양의 인슐린을 (경구용 제제에 넣어) 투약해야 하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경구용 인슐린이 개발되더라도 비용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인슐린 주사제가 당뇨병 환자의 혈당 조절에 더 유용하다는 분석이다. 이는 경구용 인슐린 관련 임상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개발 비용 문제를 해결한다면, 향후 경구용 인슐린 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하다.

우 교수는 "저용량 경구용 인슐린으로 혈당을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을지라도 큰 비용이 필요한 기술이라면 유용성이 떨어진다"면서 "다만 임상에서 (경구용 인슐린에 대한) 요구(needs)가 있고 많은 연구자가 이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기에, 향후 기술이 발전한다면 경구용 인슐린이 개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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