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CV 환자 1만 명 전향적 코호트 연구 결과, DAA군 간암 위험 34% 낮아
SVR 달성 여부, HCV 치료 경험 등 여러 변수 영향

[메디칼업저버 최상관 기자] 직접작용항바이러스(DAA) 치료가 간암 위험에 대한 우려의 시선을 벗어던질 수 있을까?

논란의 중심에 서있던 DAA 치료의 간암 위험 우려와 관련해 최근 주목할 만한 연구가 나왔다.

DAA 치료가 간암 발생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기보다는, 지속적 바이러스 반응(sustained virologic response, SVR) 달성 여부를 비롯한 여러 변수들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프랑스 소르본대 Fabrice Carrat 박사팀이 프랑스 전역의 C형간염 환자 1만 명을 대상으로 간암 발생 위험을 분석한 전향적 코호트 연구로 11일 The Lancet 온라인판에 실렸다.

연구진은 DAA 치료와 사망률·간암·비대상성 간경변 발생 위험과의 연관성을 평가했다.

연구에는 2012년 8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프랑스 전국 32개 간암 전문 센터에 등록된 만성 C형간염환자 1만 166명이 포함됐다. 이중 DAA 치료를 받은 환자는 7344명,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는 2551명이었다. 추적 조사 기간의 중앙값은 33.4개월이었다.

연구 결과 DAA군이 비치료군보다 간암 발생 위험이 2.77배, 비대상성 간경변은 3.83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여러 변수를 보정한 결과 DAA군의 간암 발생 위험은 비치료군에 비해 34% 더 낮았다(aHR 0.66 95% CI 0.46-0.93 P=0.018). 변수로는 연령, 성별, 체질량지수(BMI), 출신 지역, 감염 경로, 섬유화 정도, C형간염 치료 경험, C형간염바이러스 유전자형, 음주 여부, 당뇨, 고혈압, 간경변 환자의 간기능 평가(MELD) 등을 고려했다.

SVR 달성 여부도 간암 위험에 영향을 미쳤다.

DAA 치료군 중 SVR을 달성하지 못한 환자는 비치료군과 비교해 간암 발생 위험이 2.23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HR 2.23 95% CI 1.37-3.64 P=0.0012). 반면 SVR을 달성한 환자는 간암 발생 위험이 비치료군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HR 0·52 95% CI 0·34-0·79).

그 밖에도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은 DAA군이 비치료군에 비해 52% 더 낮았다(aHR 0.48 95% CI 0.33-0.70 P=0.0001). 아울러 간 질환과 관련한 사망률은 61%, 간을 제외한 질환과 관련한 사망률은 40% 더 낮았다(HR 0.39 95% CI 0.21-0.71 P=0.0020, HR 0.60 95% CI 0.36-1.00 P=0.048).

반면 비대상성 간경변 위험 감소와는 관련이 없었다(HR 1.14 95% CI 0.57-2.27 P=0.72).

Carrat 박사는 “DAA 치료는 C형간염 환자의 간암 발생 위험 및 사망률을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번 연구는 DAA 치료를 받은 C형간염 환자를 추적 관찰한 최초의 종단 연구로서 의미가 깊다”고 밝혔다.

이어 “DAA 치료는 SVR를 유도해 간 손상과 염증을 감소시켜 간 재생과 간 관련 합병증, 간암 위험을 낮춘다”며 “모든 만성 C형간염 환자에게 DAA 치료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DAA 치료의 간암 위험 우려, 뒤집힐까?

DAA 치료의 간암 발생 위험은 지난 2016년 처음으로 제기됐다.

Journal of hepatology에 실린 이탈리아 볼로냐의대 Fabio Conti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만성 C형간염으로 인한 간경변 환자 344명을 3개월간 추적 조사한 결과 이전에 간암 병력이 없었던 285명 중 9명에게서 간암이 발생했고, 59명 중 17명은 간암이 재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 결과가 보고된 이후 학계에서는 관련 연구 발표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지난 2017년 유럽간학회(EASL)에서는 스페인 연구진이 DAA 제제가 간암 재발 및 진행률을 높인다는 연구를 발표했고, 지난해 아시아-태평양 간암 전문가 회의(APPLE)에서는 일본 연구진이 DAA 치료 횟수가 증가할수록 간암 재발률이 높아진다는 연구를 발표한 바 있다.

이후 DAA 치료가 간암 발생 위험을 높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연구도 여럿 발표됐으나, 대부분이 후향적 연구였으며, 추적 조사 기간도 짧았다. 이에 장기적인 전향적 추적 연구가 필요했던 상황에서 이번 연구는 대규모 코호트를 장기간 분석한 전향적 연구이기에 의미를 더한다.

이번 연구와 함께 실린 편집자 논평에서 미국 하버드의대 Jacinta A Holmes 교수는 “이번 연구는 만성 C형간염에 쓰이는 모든 경구용 DAA 치료제가 임상적인 혜택이 있음을 입증한다”며 “가이드라인에서 모든 만성 C형간염 환자에 대해 DAA 치료를 권고할 만한 강력한 증거가 된다"고 평가했다. 

이어 "세계보건기구(WHO)가 2030년까지 목표로 잡은 ‘만성 C형간염 박멸 계획’에도 일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대한간암학회 가이드라인은 C형간염 환자에서 간암 치료시 DAA를 통한 선제적 항바이러스제 치료는 아직 권고할 근거가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립암센터 박중윈 교수(간암도췌장암센터)는 "DAA 자체가 간암 재발률을 증가시키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DAA 치료와 간암 재발 위험의 연관성은 아직 분명하지 않다. 이를 규명하기 위한 대규모의 장기간 대조 연구가 꾸준히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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