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토론회서 김윤 교수 의료이용지도 연구 비판...정부·여당 "종별 기능 강화 취지"

단국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박형욱 교수.
단국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박형욱 교수.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이른바 '300병상 미만 급성기병원 퇴출론'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중소병원 퇴출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단국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박형욱 교수는 14일 국회도서관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윤일규 의원(더불어민주당) 주최로 열린 '우리나라 의료환경에서 중소병원의 역할과 중요성' 토론회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는 최근 건강보험 의료이용지도 구축 3차 연구를 발표한 바 있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300병상 미만 급성기 병상의 공급은 입원 이용과 재입원을 증가시키고, 자체충족률과 사망률 개선 효과가 미미했다. 

반면,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이나 지역거점 의료기관에 의해 공급되는 병상은 많을수록 자체충족률은 개선되고 입원환자의 사망과 재입원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했다. 

특히 고난이도 질환에서는 자체 충족률과 사망에 개선이 도움이 됐다. 

이에 김 교수는 ▲신설 종합병원 병상기준을 300병상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는 '종합병원 신설 병상 기준 강화' ▲300병상 미만 병원이 회복기 병원으로 기능을 전환하도록 유도하는 '적정 규모 이하의 중소병원 기능전환' ▲중진료권별로 필수진료기능을 담당하는 지역거점병원을 지정하는 '지역거점 의료기관 육성' 등을 정책 제안으로 제시했다. 

이 같은 연구에 박 교수는 퇴출을 쉽게 생각하는 경솔의 우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구자료를 이용한 의료이용 연구 하나를 근거로 종합병원 퇴출이라는 규제정책의 논거로 활용하는 것은 정책적 만용이자, 수많은 환자를 살리는 중소병원 의료진에 대한 모독이라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잘하는 게 없다고 퇴출시키겠다고 하는 것"이라며 "정부는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부처를 변경하고 지원을 위한 법률과 예산을 만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소병원에 대해서는 마치 큰 죄를 지은 것처럼 퇴출을 운운하는 것은 경솔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1969년부터 2014년까지 45년 간 출간된 105개의 논문에 대한 메타분석을 실시한 결과, 200~300병상 사이의 병상을 가진 병원에서 규모의 경제가 나타났다. 

반면 200병상 미만, 600병상 초과 병원은 되레 규모의 비경제가 나타났다.

박 교수는 "특정 병상 수 미만에서 의료질 지표가 악화된다면 병상이 일정규모 이상 증가하면 의료질 지표가 악화되는지 학문적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며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 왜곡의 정점에 선 대형병원은 손도 대지 못하면서 중소병원에만 칼을 휘두르려는 편향된 관점 탓"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보고서 하나를 논거로 수많은 종합병원을 퇴출시키는 규제입법을 추진한다면 권력의 횡포"라며 "후속 연구에서는 병상수에 따라 사망률 지표 등이 달라지는 원인을 규명하고 일정 병상수 이상에서 의료질 지표가 떨어지는지를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중소병원의 지위를 정부가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대한지역병원협의회 김재학 공보이사에 따르면 지난해 병원급의 청구건수는 7460여만 건으로, 상급종합병원(4125만 건)과 비슷했다. 병원급의 내원일수는 1억 5700만일로, 상급종합병원(5300만일)에 비해 3배 많았다. 

즉 중증질환은 상급종합병원에서 주로 다뤄진 반면, 삶의 질과 관련된 질환들은 병원급에서 다뤄졌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병원급 의료기관은 15만 4676명이 근무하고 있어, 병원급 의료기관이 약 30만명 이상의 고용 유발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추정하기도 했다. 

직접고용과 더불어 인근 상권을 고려한다면 직간접 고용효과가 상당해 일자리 정부를 지향하는 정책에 부합한다는 주장이다. 

김 공보이사는 "중소병원은 경제성장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등장했고, 병상의 증가는 한국적 정서를 고려해야 한다"며 "통계자료를 볼 때 정부는 중소병원의 지위를 인정해주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다.  

 

정부·여당 "퇴출 아닌 종별 기능 강화"

14일 국회도서관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윤일규 의원(더불어민주당) 주최로 열린 '우리나라 의료환경에서 중소병원의 역할과 중요성' 토론회에서는 중소병원이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정부도 이를 인정하고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14일 국회도서관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윤일규 의원(더불어민주당) 주최로 열린 '우리나라 의료환경에서 중소병원의 역할과 중요성' 토론회에서는 중소병원이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정부도 이를 인정하고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여당과 정부는 300병상 중소병원 퇴출이 아니라 의료기관 종별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라고 했다. 

여당은 김윤 교수의 연구는 수많은 연구의 일부일 뿐 확정은 아니라고 위로했다. 

더불어민주당 조원준 전문위원은 "300병상 중소병원의 퇴출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퇴출을 전제로 한 연구로 볼 게 아니라 신규진입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해거해야 한다"며 "기존 의료기관이 제대로 경쟁할 수 있는 힘을 갖도록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조 전문위원은 "여당은 대형병원은 중증환자, 급성기 환자 중심으로 운영하는 게 더 효율적이고, 그 이하 병상 규모의 병원은 단과 중심의 기능적 역할을 부여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이 고민"이라며 "현재처럼 종별 간 무한경쟁이 계속된다면 의료인, 중소병원, 환자, 정부 누구에게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보건의료발전계획을 통해 300병상 중소병원의 종별 기능이 작동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으로 보건의료발전계획에 종별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도록 의료전달체계 개편방안, 의료인력 중장기 수급대책 등을 담아내 발표할 계획이다. 

다만 과잉경쟁에 따른 무분별한 병상수 확장은 경계했다. 종별로 각자의 맡은 바 역할에 충실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오창현 과장은 "병원급은 양질의 입원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적으로, 중소병원도 입원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특히 종별간 과잉경쟁을 줄이기 위해 병상총량제 도입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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