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룬드벡제약 오필수 대표

[메디칼업저버 이현주 기자] 중추신경계(CNS) 질환 치료제 개발은 쉽지 않다. 주관적인 결과를 통해 효과를 입증해야 하는 만큼 혁신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이렇다 보니 신약개발 실패 위험을 감수하고 연구개발에 나서는 회사가 드물다. 하지만 80년 가까이 CNS 분야에서 한 우물을 파는 회사가 있다. 룬드벡이 그 주인공이다.

"100년 전 무역회사로 비즈니스를 시작한 회사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자 1940년부터 신경·정신과 치료제 연구에 초점을 맞춰 묵묵히 한 길을 걸어오고 있다"며 "이 같은 지향점은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는 오필수 한국룬드벡 대표의 얼굴에는 애사심과 자부심이 묻어났다.

CNS 질환 치료제 연구개발 한 우물, 자부심 있다 

 - CNS 분야에만 집중하는 기업은 처음이다. 특별한 배경이 있나. 

우리 역시 처음부터 CNS 분야에 집중했던 것은 아니다. 1950년에 삼환계 항우울제(TCA) 개발 과정에서 CNS 질환 관련 경험을 축적했고, SSRI(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 약물인 '시탈로프람'을 개발하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이후 기타 질환 영역을 과감히 정리하고 CNS 질환 치료제 개발에만 전념했다.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제약사가 신경정신계 치료제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워낙 개발이 어려운 분야다 보니 대규모 투자를 하기에는 부담이 크고, 개발에 성공해도 기존 약물을 뛰어넘는 신약을 내놓기 쉽지 않다고 판단해 개발을 중단한 회사가 많았다. 룬드벡 재단 자체에서 CNS 질환 치료제 개발을 사명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힘들지만 한 길만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

- 룬드벡이 한국에 진출한 지도 곧 20년이 된다.  

한국룬드벡은 설립된 지 올해 18년째다. 처음 시작할 때는 국내 제약사와 공동 판매를 했지만, 이제는 전 거래처를 직접 방문하는 제약사로 성장했다. 저의 경우 많은 CNS 경험을 인정받아 대표로 올 수 있었고, 당시 세일즈 디렉터나 RA 전문가 등도 CNS 경험이 있는 사람들로 구성됐다. 비록 작은 규모로 시작했지만 우리의 신념을 알리면서 성장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2014년 신제품 출시는 회사가 급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 18년간 성과를 구체적으로 알려 달라. 

처음에 한국룬드벡은 아시아 소속이었다. 본사가 아닌 아시아 지사를 통해 보고했다. 하지만 2010년부터는 본사에 직접 보고할 만큼 성장했고, 2015년 주요 11개국에 포함됐다. 아마 한국에 지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 제약사 중에 한국이 주요 국가에 들어가 있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2013년부터 지난 5년간 한국룬드벡의 평균 성장률은 약 17%로 다국적 제약사의 평균 성장률을 상회하고 있다. 비교적 좋은 성적표를 보여준 것 같다. 

- CNS 선도기업으로 한국룬드벡의 위치와 역할은. 

두 가지 항우울제를 갖고 있다. 2018년 3분기 기준 국내 항우울제 시장에서 점유율 합이 18% 정도다. 우리나라 환자 다섯 명 중 한 명이 룬드벡의 약을 복용한다는 뜻이다. 
항우울제 시장에서 선도적인 기업으로서, 자살 방지와 관련해 사회적 책임도 크게 느끼고 있다. 작년에는 전 직원이 자살예방 게이트키퍼 과정을 이수했고, 생명존중 자살예방 선도 기업 제1호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한 자살예방협회와 함께 자살 유가족들을 위한 토크쇼를 진행하기도 했다. 한국룬드벡은 우수한 항우울제 공급이라는 제약회사의 기본적인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자살률을 낮추기 위한 다양한 활동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

- 오랜 기간 대표로 재직 중이다. 경영철학은.

신약 허가를 위한 글로벌 임상을 진행할 때 한국의 포함 여부는 중요한 문제다. 선진국과 비슷한 타임라인으로 신약을 국내에 출시하기 위해서다. 국내 환자들이 우수한 신약 혜택을 빨리 접하려면 경험이 많고 본사와 잘 소통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 결국 직원 한 명 한 명이 가진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그 능력을 꾸준히 개발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지원해야 한다.
성과에 대한 확실한 보상을 제공하는 것도 대표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또 평가 위주 시스템보다는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줘 직원 개개인이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줄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자 한다. 자기개발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종합적인 사고와 문제해결 능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 현재 글로벌제약사 대표 중 몇 안 되는 한국인이다. 한국인 CEO가 갖는 강점은.

한국인 대표가 회사를 이끈다는 사실은 회사 문화나 규모에 따라 미치는 영향이 다를 것으로 생각한다. 규모가 큰 회사는 누가 대표를 맡아도 크게 상관 없을 수 있지만 CNS 분야는 매우 전문화돼 있다. 나 같은 경우 전문 분야에 충분한 역량을 쌓고 현지 사정에 밝다는 장점이 있다. 신약을 도입할 때도 CNS 전문가로 구성된 임원들이 본사를 설득하면 다소 수월하다. 한국인 CEO가 감소했다는 것은 한국 시장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도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 향후 목표 또는 계획은.

CNS는 신약이 나오기 어려운 분야다. 안타깝게도 최근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임상 하나가 실패했다. 3상에서 실패해 수천억원이 날아간 것이다. 작년 연말에는 조현병 치료제 임상 3상 결과가 성공적이지 못해 연구를 중단했다. 두 가지 연구가 실패하면서 내부적으로 실망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임상 1, 2상에서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파이프라인은 다수 있다. 이들이 허가받기까지 시간이 걸리므로 앞으로 3년 정도는 신약이 없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누군가는 치료제를 개발해야 한다. 룬드벡은 사명감을 갖고 지속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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