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심장 전문가, ACS와 PCI 시술 환자의 합의문 발표
만성기 환자의 DAPT 치료전략으로 아스피린과 클로피도그렐 병용요법을 추천

[메디칼업저버 최상관 기자] 한국, 중국, 일본 심장전문가들이 동아시아인 환자를 위한 항혈소판제 치료 전략을 제시했다.

급성관상동맥증후군(ACS) 또는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PCI)을 받은 동아시아인 환자에게 특화한 항혈소판제 치료 전략을 담은 한·중·일 전문가 합의문(expert consensus)이 Science Bulletin 2월호를 통해 발표됐다.

동아시아인 환자만을 위한 항혈소판요법을 따로 제시한 까닭은 동아시아인과 서양인의 항혈소판요법 임상적 혜택 및 위험이 다르다는 '동아시아인 패러독스(East Asian Paradox)'에서 비롯했다. 즉, 같은 항혈소판요법이라도 동아시아인이 서양인보다 출혈 위험은 높고 허혈성 사건 예방 효과는 낮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세부내용으로는 △강한 P2Y12 억제제의 적정 용량 △P2Y12 억제제간 스위칭 전략 △위장관 출혈 예방법 △이중항혈소판제요법(DAPT) 적용 기간 등을 제시했다.

아스피린-클로피도그렐 병용요법 추천

먼저 안정형 협심증 또는 안정화된 ACS 환자에서 PCI 이후 DAPT 치료전략으로 아스피린과 클로피도그렐 병용요법을 추천했다.

이는 급성 심근경색 의심 환자 4만 5852명을 대상으로 한 COMMIT 연구를 근거로 한다. 연구에서 아스피린(162mg)과 클로피도그렐(75mg)을 4주간 매일 복용한 환자는 위약군보다 사망, 재경색(reinfarction), 뇌졸중 발생 위험이 9% 감소됐으며, 주요 출혈 위험은 증가하지 않았다.

다만 ACS 환자에게 티카그렐러, 프라수그렐 등 강한 P2Y12 억제제 표준용량 사용은 출혈 위험으로 인해 주의를 요했다.

P2Y12 억제제의 출혈 위험은 국내 연구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국내 ACS 환자를 대상으로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표준용량의 티카그렐러(180mg)을 1개월간 복용한 환자는 출혈과 호흡곤란 발생률이 각각 40.6%, 42.2%로 나타났다(Circulation. 2018;136:A20526).

또한 KAMIR-NIH 연구에 따르면 주요 출혈(BARC 2 이상) 발생 위험이 프라수그렐군에서 8.0% 증가해 클로피도그렐군(3.1%)보다 더 높았다(Thromb Haemost 2018; 118(03): 591-600).

강한 P2Y12 억제제, 저용량 사용 권고

ACS 환자에게 강력한 P2Y12 억제제를 투약할 경우 저용량 사용(특히 프라수그렐)을 권고했다.

PCI를 시행한 ACS 일본 환자 1363명을 대상으로 한 PRASFIT-ACS 연구에 의하면, 저용량 프라수그렐 복용군은 표준용량 클로피도그렐 복용군과 비교해 주요 심혈관 사건 발생 위험이 23% 더 낮았다(HR 0.77 95% CI 0.56-1.07). 또한 출혈 사건 발생률은 각각 1.9%, 2.2%로 유사했다.

P2Y12 억제제 간 스위칭 전략에 대해서도 명시했다.

출혈, 호흡곤란 등으로 강한 P2Y12 억제제 치료를 중단해야 하는 경우, 클로피도그렐 경구 부하용량을 사용 후 클로피도그렐 복용으로 스위칭 하도록 권장했다.

CAPITAL OPTI-CROSS 연구에 따르면, 티카그렐러에서 클로피도그렐로 스위칭하기에 앞서 클로피도그렐 경구 부하용량을 사용한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와 비교해 고혈소판 활성도(HPR)가 의미있게 감소했다.

환자에 따라 DAPT 기간 차별화

DAPT 기간은 환자 유형에 따라 차별화했다.

먼저 안정형 관상동맥질환 환자는 약물방출 스텐트(drug-eluting stent, DES) 시술 후 DAPT를 6개월간 지속할 것을 추천했다.

또한 ACS 환자는 관상동맥 스텐트 시술 후 DAPT를 12개월간 지속할 수 있으며, 고위험군은 허혈성 사건 재발을 막기 위해 DAPT 기간을 선택적으로 12개월 이상으로 늘릴 수 있다고 명시했다. 고위험군에는 △심근경색 과거력 △당뇨병 △만성 콩팥병 △다혈관 질환 △복합 중재술을 받았거나 생체 흡수형 스텐트 시술 환자 등이 포함됐다.

다만 출혈 위험이 높거나 장기간 DAPT가 어려운 환자는 DAPT 기간 단축을 고려할 수 있음을 명시했다.

이번 합의문 작업에 참여한 경상의대 정영훈 교수(창원경상대병원 순환기내과)는 "근거 연구가 아직 부족해 세부적인 기간을 명시하는 것은 어러운 문제"라며 "다만 DAPT를 1년 이상 장기간 지속하는 것은 적절한 방법이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DAPT 환자 PPI 사용 강조

DAPT시 발생할 수 있는 위장관 출혈 예방법도 명시했다.

DAPT를 받는 동아시아인 환자 중 위장관 출혈 경험이 있거나 출혈 위험이 높은 환자에게 위산분비억제제(PPI) 사용을 주문한 것. 대상 환자군에는 쇼크 또는 심부전, ACS 급성단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 흡연자, 고용량 아스피린 복용자(매일 100mg 이상 초과하는 경우), 항응고제, 스테로이드,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 병용군 등이 포함됐다.

또한 위장관 출혈 위험이 낮은 환자는 PPI나 히스타민-2 수용체 길항제 등 항궤양제를 항혈소판제 치료 중에 사용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정 교수는 "실제 진료 현장에서 DAPT 치료 환자 중 PPI 사용률이 절반도 안 된다"라며 "의사들이 PPI 처방 혜택을 잘 모르거나, 처방 약 개수가 늘어나는 것에 대한 부담으로 기존의 처방 패턴을 고수하는 것이 그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어 "위장관 출혈을 예방하기위해 가능하면 PPI나 히스타민-2 수용체 길항제를 같이 처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연구 근거 축적...새 권고 등장 기대

전문가들은 합의문을 통해 모든 환자에게 똑같은 치료를 적용하는 것은 최선의 치료 전략이 아니라는 점에 의견을 모은다. 또한 환자의 임상적 혜택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치료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어 차후 새로운 권고안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아직은 항혈전제 치료와 관련해 동아시아인과 서양인의 약력학 및 약동학적 프로파일을 비교할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학계에서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항혈소판제의 단계적 감량 요법(de-escalation therapy)의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하고자 △HOST-REDUCE POLYTECH △TALOS-AM △TICO 등 연구를 진행 중이다.

정 교수는 "아직은 동아시아인을 대상으로한 연구 근거가 부족해 서구인에 맞춰진 가이드라인을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동아시아인 대상 연구 근거가 점차 쌓이고 있어 차후 동아시아인 환자에 맞는 가이드라인 등장까지 기대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때문에 이번 합의문은 가이드라인 등장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정 교수는 "동아시아인은 항혈소판제 뿐만 아니라 여러 심혈관계 약이 약동학, 약력학적 프로파일이 서양인과 다르다"며 "여러 연구 근거를 쌓아 동아시아인 환자를 위한 정밀의학으로 다가가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