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영구 기자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해서는 말을 더 보태지 않겠다.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윤한덕 선생이 왜 죽음에 이르렀는지 정확한 인과관계를 모를 뿐더러 직접적인 사인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러 이유를 짐작할 뿐 인과관계라 성립한다고 할 만한 원인을 증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고인이 응급실 근무에 따른 과로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센터 전원조정센터장으로 일하며 오래, 그리고 힘들게 일했다는 것은 과장이 아니리라. 

환자를 빠르고 정확하게 전원시켜야만 하는, 그러다 보니 늘 긴장하고 집중할 수밖에 없는 업무의 속사정은 우리가 아예 모르던 일이 아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작년 국정감사에서 도마 위에 오른 한국 응급의료의 현실은 기자들에게도, 의료계에서서도 매년 등장하지만, 해결되지 않는 해묵은 주제로 여길 정도였으니까.

그럼에도 대한의사협회는 고인의 죽음과 '준법진료'를 연결지었다. 

설 연휴 동안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노력하다 숨을 거둔 만큼 준법진료 정착이 필요하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정착하지 못한 채 떠도는 준법진료 준수를 위한 체계와 제도, 예산, 시스템 등 구체적 개혁 방안은 내놓지 못한 채 "적정한 근무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주장만 하는 모습은 씁쓸할 따름이다. 

의협은 준법진료를 주장하며 ▲대형병원 근무 전공의, 전임의, 교수, 봉직의 주당 근무시간 준수 ▲의료기관 내 무면허·무자격 의료행위 금지 ▲전국적 실태조사 및 제보접수 등을 제안했다. 

또 준법진료 준수에 따른 혼란 해소를 위해 업무량 감소, 의사 충원 등을 방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의협은 준법진료 투쟁 후속조치로 전국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 준법진료 매뉴얼을 배포,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현장의 반응은 좀처럼 따라오지 못하는 모습이다.

전공의의 주 88시간 근무, 봉직의의 근로기준법 준수는 언감생심이고, 심지어 준법진료 투쟁을 모르고 있는 의사들도 있을 정도니 말이다.  

일본의 사상가 가라타니 고진은 윤리21이란 책에서 "죽은 자를 애도하는 것은 특별히 그 죽은 자를 생각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부재 때문에 불안정해진 공동체를 재확립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죽음은 한국 응급의료의 문제, 응급의료 안에서의 노동과 인력을 생각하게 된다. 

이 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생각과 힘을 모으는 게 자연스럽다. 

구조를 이렇게 고치자, 이런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만 외칠 게 아니라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더 많이 이야기하는 게 그의 죽음을 진정 애도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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