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의료기기 '값비싼 장난감'으로 남지 않으려면
新의료기기 '값비싼 장난감'으로 남지 않으려면
  • 박선혜 기자
  • 승인 2019.02.08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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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혜 기자.
▲박선혜 기자.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기술이 쏟아지면서 기존 규제가 신(新)기술의 눈치를 보는 듯한 분위기다. 

정부는 지난해 새로운 의료기기의 시장 도입 문턱을 낮추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적은 체외진단 의료기기는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를 적용, 시장 출시를 먼저 허용하고 사후 규제한다는 입장이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은 있지만 정부의 규제 완화 의지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규제 완화 분위기로 시장 도입이 쉽지 않았던 체외진단 의료기기가 시장에 빠르게 진출할 수 있는 문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검증이 더 필요한 체외진단 의료기기까지 시장에 도입되면서 환자들은 의료기기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한 임상시험 대상군이 될 수 있다. 때문에 의료계에서는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가 환자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의료계 우려는 최근 미국식품의약국(FDA) 정책 방향을 보면 결코 기우가 아니다. 지난해 11월 FDA는 약 40년간 운영한 의료기기 신속 허가 절차인 '510(k) 프로그램'을 전면 개편하겠다고 선언했다. 

그 전까지 FDA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기존 의료기기에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 출시하면 부가적인 검토나 임상시험 없이 의료기기를 승인했다. 그러나 출시된 지 10년 이상 된 오래된 제품을 기준(reference)으로 삼아 새로운 의료기기의 안전성을 판단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게다가 미국에서는 그동안 의료기기 신속 허가 절차가 환자에게 심각한 해를 가할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졌다. 2011년 보고에 의하면 심각한 건강 문제 또는 사망 등으로 회수된 의료기기 113개 중 71%(80개)가 510(k) 프로그램 허가를 받았다.

결국 FDA는 시대가 빠르게 변화하더라도 '환자 안전'이 기본이 돼야 한다는 점에 무게를 뒀고 최종 프로그램 개편 결정을 내렸다. 

FDA 사례가 우리나라에서 나타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체외진단 의료기기는 안전성 우려가 적다고 하더라도, 진단이 정확하게 되지 않을 경우 환자는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과치료를 받게 될 공산이 크다.

정부는 이러한 위험을 간과해선 안 되며, 최소한 연구와 검토를 마친 체외진단 의료기기에 선별적으로 제도를 적용해야 국민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의료기기 회사도 시장 조기 진입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환자에게 위해가 되지 않도록 품질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규제 완화는 새로운 체외진단 의료기기의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이면서 실질적인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는 '심판대'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추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환자 안전'을 책임지지 못한 체외진단 의료기기는 '값비싼 장난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정부와 회사 모두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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