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CEND, ARRIVE, ASPREE 등 체계적 문헌고찰 결과, 심혈관질환 1차 예방 효과 확인
주요 출혈 위험 높아…심혈관질환 예방 효과 상쇄
고려의대 나진오 교수 "환자 특성과 상태 파악해 치료 결정해야"

급성 뇌허혈 환자에서 티카그렐러와 아스피린 예후가 비슷했다.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아스피린이 심혈관질환 1차 예방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2라운드를 맞았다.

아스피린 관련 무작위 연구 13개를 체계적으로 문헌고찰한 결과, 아스피린 복용군에서 심혈관질환 1차 예방 효과가 나타났다.

분석에는 지난해 심혈관질환 1차 예방에 있어 아스피린 '무용론'을 제기한 ASCEND, ARRIVE, ASPREE 연구도 포함돼, 아스피린의 혜택과 위험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가 이뤄졌다. 

다만 출혈 위험 역시 아스피린 복용군에서 높아, 임상에서는 환자 특성에 따라 아스피린의 혜택과 위험을 판단해 치료를 결정해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연구 결과는 JAMA 1월 22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JAMA 2019;321(3):277-287).

'양날의 검' 아스피린…복합 심혈관사건 위험 11%↓ vs 출혈 위험 43%↑

분석에는 심혈관질환이 없는 성인 총 16만 4225명이 포함됐다. 1차 심혈관 종료점으로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비치명적 심근경색, 비치명적 뇌졸중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복합 심혈관사건으로 설정했다. 1차 출혈 종료점은 주요 출혈로 정의했다.

그 결과, 1차 심혈관 종료점 예방 효과는 아스피린 복용군이 비복용군과 비교해 11% 더 나타났다(HR 0.89; 95% CI 0.84~0.95). 

복합 심혈관사건 발생률은 1만인년(participant-years)당 아스피린 복용군 57.1명, 비복용군 61.4명으로, 아스피린 복용에 따른 복합 심혈관사건 절대위험감소율(absolute risk reduction)은 0.38%였다. 

문제는 아스피린의 심혈관질환 1차 예방 효과가 출혈 위험으로 상쇄됐다는 점이다. 

본 연구에서 아스피린 복용군의 주요 출혈 발생 위험은 비복용군보다 1.43배 높았다(HR 1.43; 95% CI 1.30~1.56). 주요 출혈 발생률은 1만인년 당 아스피린 복용군 23.1명, 비복용군 16.4명이었고, 아스피린 복용군의 주요 출혈 절대위험증가율(absolute risk increases)은 0.47%였다. 

특히 두개내 출혈 또는 위장관 출혈 발생 위험이 아스피린 복용군에서 각각 1.34배(HR 1.34; 95% CI 1.14~1.57), 1.56배(HR 1.56; 95% CI 1.38~1.78) 상승했다. 이 같은 출혈은 눈에 보이지 않아 상당량의 출혈이 발생하기 전에는 환자가 위험을 느낄 수 없어, 환자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심혈관질환 위험도 따라 혜택·위험 다를까?

논란이 되는 부분은 심혈관질환 위험도에 따라 아스피린 복용 여부가 달라지는지다. 학계 내에서도 이에 대해 서로 다른 권고안을 제시하는 상황. 

미국예방서비스테스크포스(USPSTF)는 50~69세 성인 중 10년 내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10% 이상인 고위험군에게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하도록 권고한다(Ann Intern Med 2016;164(12):804-813). 반면 유럽심장학회(ESC) 심혈관질환 예방 가이드라인에서는 심혈관질환 2차 예방 목적으로만 아스피린 등 항혈소판요법을 진행하도록 주문한다(Eur Heart J 2016;37(29):2315-2381).

이에 본 분석에서는 심혈관질환 위험도 및 당뇨병 동반 여부에 따라 아스피린의 혜택과 위험이 다른지 평가했다.  

최종 결과, 심혈관질환 저위험군(10년 내 심혈관질환 위험도 10% 미만)과 고위험군 모두 아스피린을 복용하면 복합 심혈관사건 예방 효과를 각각 13%(HR 0.87; 95% CI 0.79~0.95)와 8%(HR 0.92; 95% CI 0.84~0.998)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주요 출혈 위험 역시 심혈관질환 저위험군에서 1.45배(HR 1.45; 95% CI 1.28~1.63), 고위험군에서 1.41배(HR 1.41; 95% CI 1.23~1.61) 상승했다. 

당뇨병 환자 3만 361명을 분석한 결과도 전체 결과와 유사했다. 아스피린을 복용한 당뇨병 환자에서 복합 심혈관사건 발생 위험이 비복용군보다 11% 감소했으나(HR 0.89; 95% CI 0.80~0.997), 주요 출혈 위험은 1.29배 높았다(HR 1.29; 95% CI 1.11~1.51).

연구를 주도한 영국 런던 킹스칼리지병원 Sean Zheng 교수는 "연구들을 종합해 분석한 결과, 심혈관질환이 없는 성인에서 아스피린 복용에 따른 심혈관 혜택과 출혈 발생 위험은 거의 유사했다"며 "이번 결과에 따라 환자가 아스피린을 복용했을 때 명백한 혜택이 없다고 판단되면, 의료진은 환자와 아스피린의 혜택과 위험에 대해 논의 후 개별화된 치료를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려의대 나진오 교수(순환기내과)는 "여러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아스피린은 심혈관질환 1차 예방 효과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역으로 주요 출혈 위험을 높이며 소화기계 부작용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아스피린 복용에 따른 이득과 손실을 따져야 하며, 이득이 더 크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투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혈관질환 위험도 판단해 환자별 치료 결정해야"

이에 임상에서는 심혈관질환이 없는 성인의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개별적으로 판단해 아스피린 치료를 결정해야 한다는 데 전문가들의 중지가 모인다. 

나 교수는 "심혈관질환 예방을 목적으로 치료를 결정한다면 심혈관질환 저위험군보단 고위험군에게 아스피린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다만 ASPREE 연구에서는 오히려 아스피린이 사망 위험을 높인다고 보고됐기에, 아스피린 치료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환자 개개인의 특성과 상태를 잘 파악해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뇨병 환자도 심혈관질환 위험도에 따라 아스피린 치료를 결정해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심혈관질환 위험도 평가에서 당뇨병은 심혈관질환 과거력을 가진 것과 같은 위험으로 보고 있다. 이에 과거에는 고령의 당뇨병 환자에게 아스피린을 주로 처방해 왔다. 하지만 아스피린 효과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면서 임상에서는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신중히 따져보고 치료를 결정하는 모습이다. 

아주의대 김대중 교수(내분비내과)는 "이전처럼 고령인 당뇨병 환자에게 무조건 아스피린을 처방하지 않는다"며 "고혈압, 미세혈관 합병증 등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을 동반한 고위험군 당뇨병 환자에게는 아스피린을 추천하고 있으나, 위험요인이 없는 환자에게는 잘 처방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스피린 복용에 따른 위험 대비 혜택을 보면 심혈관질환 저위험군인 당뇨병 환자에서 출혈 위험이 큰 것으로 보인다"면서 "출혈 위험보다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가 더 커야 치료 정당성이 있다. 현재로서는 당뇨병 환자에게 아스피린을 처방하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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