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PCPT 연구 발표로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 안전성 논란
2013년 추가 연구 나오면서 논란 해소 18,4년 추적 관찰서도 확인
여정균 교수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 안전성 확보한 것에 의미둬야"

[메디칼업저버 박상준 기자] 최근 뉴잉글랜드오브저널(NEJM)에 피나스테라이드와 전립선암 사망률에 대한 서신(correspondence)이 실리면서 약제와 암발생률 간 연관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03년 NEJM에 발표된 한편의 논문은 피나스타라이드 위상을 높여주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피나스테라이드가 전립선 비대증 환자의 증상 개선을 넘어 일반인의 전립선암 발생까지 낮춘다는 근거가 대규모 무작위 대조군 연구(RCT)에서 나온 덕분이다.

PCPT로 불렸던 이 연구는 1만8882명의 정상인(직장수지검사 정상, 전립선특이항원 3ng/ml 이하)을 대상으로 피나스테라이드와 위약을 투여하고 7년간 관찰한 것이다.

그 결과 피나스테라이드가 위약 대비 전립선암 발생 위험을 25%가량 낮춘 것. 정상인을 대상으로 전립선암을 낮췄다는 점에서 최초의 예방약이라는 타이틀과 동시에 가이드라인까지 변화시킬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하위 분석이 문제였다. 전체 암을 낮췄지만 고위험군 암은 더 많이 생긴다는 신호가 감지된 것. 두 군에 발생한 전립선암 환자를 글리슨점수(전립선암 위험도)에 따라 분석해보니 피나스테라이드군에 고위험군 암이 집중돼 있었다.

암 위험도를 평가하는 글리슨 점수가 7~10점인 암은 피나스테라이드군과 위약군 각각 37.0%(280건)와 22.2%(237건)로 더 많았다. 생검상에서 확인된 고위험 암발생률 또한 각각 47.8%와 25.3%였다.

결국 전체 전립선암을 예방하고도 고위험 암 발생 신호에 막혀 임상에는 활용되지 못했다.

이후 2013년에 추적 관찰한 연구가 또 한번 나오면서 변화를 기대했지만 반전은 일어나지 않았다(N Engl J Med 2013;369:603-10).

PCPT에 참여한 환자를 총 15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가 나온 것인데, 위약 대비 피나스테라이드군에서 전립선암 예방효과는 30%로 여전히 있었지만 동시에 고위험 암발생 위험도 17% 더 늘어나 2003년 발표 당시 나왔던 연구와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다만 한가지 추가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전체 생존율이다.

장기 추적 관찰 연구이다 보니 전체 생존율 평가가 가능했던 것인데 15년 시점에서 전체 생존율(OS)은 피나스테라이드군이나 위약군이나 차이가 없었다( 78.0% vs 78.2%). 또한 논란의 중심이었던 고위험 전립선암 환자군과 저위험 전립선암 환자군에서도 10년 전체 생존율은 차이가 발생하지 않았다.

최근 서신에서는 18.4년간 추적 관찰 데이터가 나왔다. 그 결과 두 치료군간의 전체 생존율은 차이가 없었다. 수치적으로는 25%를 낮추는 경향성을 보였지만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또 암 위험도에 따른 발생률도 차이가 없었다.

이를 토대로 서신을 쓴 프레트허치슨암연구소 phyllis j. Goodman 박사와 Catherine Tangen 박사는 초기 나왔던 피나스테라이드와 고위험 전립선암 위험 증가의 연관성은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현재 PCPT 연구가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전립선 치료제의 안전성을 확립했다는 근거로 받으들이면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전립선암 권고안을 만든 인제의대 여정균 교수(서울백병원)는 "2003년 PCPT 연구가 나오면서 당시 피나스테리드를 복용했던 많은 전립선 비대증 환자들이 왜 암이 생기는 약물을 처방했냐는 항의를 했었다"며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우려는 있다. 하지만 최근 20년에 가까운 관찰 연구가 나오면서 암 발생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피나스테리드는 여전히 예방약의 기능으로 재탄생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여 교수는 "치료제와 달리 예방약의 기능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혜택과 위험을 평가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피나스테리드의 전립선암 예방약 발전 가능성은 많은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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