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환자안전학회 포럼 개최
이상일 교수, "단기 대책보다는 종합적인 답 찾아야"
정신건강복지법 이후 입원 환자 수 감소 지적도 나와

대한환자안전학회가 29일 성균관대학교 히포크라테스홀에서 안전한 진료환경을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대한환자안전학회가 29일 성균관대학교 히포크라테스홀에서 안전한 진료환경을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고 임세원 교수의 안타까운 사건에 대해 분노만 표출할 것이 아니라 답을 찾기 위한 노력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병원에서 폭력이 얼마나 발생하고 있는지를 계속 반복하면 답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29일 대한환자안전학회가 '안전한 진료환경'을 주제로 성균관대학교 히포크라테스홀에서 포럼을 개최했다. 

패널로 참석한 환자안전학회 이상일 부회장(울산의대 예방의학과)은 감정을 다스리고 이제 병원 내 폭력 예방을 위해 어떤 활동을 해야할지를 논의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차분하게 문제를 정확하게 봐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병원 내 폭력을 얘기하면서 정신건강의학과와 응급실 폭력을 같이 얘기하면 답을 찾기 어렵다. 물리적 폭력이라는 부분은 공통점이지만, 두 진료과의 폭력 발생 원인은 다르다. 따라서 하나로 단순화하면 안 된다"며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해 너무 조급한 것도 걱정이다. 또 단기 대책을 내놓고 이것이 해결됐다고 생각하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병원 내 폭력에 대한 기본적인 데이터를 먼저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해 응급실 폭력 사건 이후 응급의학과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등이 있을 뿐 과거 데이터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상일 대한환자안전학회 부회장(사진 중앙)
이상일 대한환자안전학회 부회장(사진 중앙)

이 부회장은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야 올바른 대처방안을 찾을 수 있다. 따라서 정확한 자료가 필요하다"며 "답을 찾기 위한 체계적인 접근과 해결방안을 실행한 후 효과를 평가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에도 반대 의견을 냈다. 

일각에서 가해자는 환자, 피해자는 의사라는 프레임으로 처벌을 강하게 하자고 주장하지만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신건강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숙제"

정신건강복지법 개정과 정신건강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 타파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대한정신건강의학회 법제이사 최준호 교수는 정신건강복지법의 맹점을 지목했다. 

지난해 정신건강복지법 제43조 제4항 및 제6항에는 환자의 의사에 반하는 비(非)자의 입원의 경우 입원의 적합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서로 다른 정신의료기관에 소속된 2명 이상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교차 진단하도록 했다.

다른 기관의 의사는 이후 여러 여건을 고려해 같은 기관 소속의 다른 전문의로 확대됐다.

최 교수는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이후 전체 입원 환자수가 2016년 말 6만 9162명에서 2018년 4월 23일 기준으로 6만 6523명으로 2639명(3.8%)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최 교수는 "법 시행 이후 입원 환자 수가 줄었다는 것은 질환이 있는 환자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임세원 교수 사건도 결국 치료권에서 이탈한 환자가 저지른 일이다. 보호자들이 포기한 환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사회적 편견의 문제점도 꼬집었다. 

일반인보다 정신건강질환자보다 범죄율이 높다는 잘못된 언론 보도나 통합정신건강센터를 설립 반대 움직임 등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정신건강질환자들이 탈원화를 통해 사회적 가는 것은 국제적 추세다. 그럴려면 정신건강센터 등의 재활시설이 있어야 하는데 지역주민들이 편견을 갖고 이를 막는 일이 생기고 있다"며 "지역주민이 정신질환자들과의 조우를 거부하면 이들이 갈 곳은 교도소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정부, "전수조사 하겠다"

정부는 병원 내 전수조사를 먼저 실시한 이후 해결책을 제시하겠다고 답했다. 

보건복지부 오성일 보건의료정책과 서기관은 "병원에서 발생하는 작은 폭력사건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다"며 "앞으로 병원 내 폭력 실태를 전수조사할 것이다. 폭력 경위, 병원 내 시설이나 인력 상태 등 종합적으로 분석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전수조사 등을 통해 대안을 만들 예정이지만 응급의학과나 정신건강의학과 등 특정 과목에 집중하지 않고 진환경 개선에 포커스를 둘 것이라 밝혔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