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제1회 건강향상 정책관리 포럼' 열려
경제·사회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융합적 접근 필요

연세대 보건정책 및 관리연구소는 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건강과 복지의 정책융합을 통한 통합적 자살예방대책'을 주제로 '제1회 건강향상 정책관리 포럼'을 개최했다.
▲연세대 보건정책 및 관리연구소는 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건강과 복지의 정책융합을 통한 통합적 자살예방대책'을 주제로 '제1회 건강향상 정책관리 포럼'을 개최했다.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보건의료 분야의 노력만으로 자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자살은 보건의료 분야의 주된 문제이지만 경제, 사회복지 분야에서 함께 힘을 모아야만 궁극적으로 자살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연세의대 박은철 교수(예방의학교실)는 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건강과 복지의 정책융합을 통한 통합적 자살예방대책'을 주제로 열린 '제1회 건강향상 정책관리 포럼'에서 이 같이 밝혔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 자살의 주요 동기는 정신문제, 경제문제, 신체질병으로, 이를 모두 합치면 80%를 차지한다"며 "정신문제와 신체질환, 그리고 이로 인해 유발되는 경제문제를 함께 해결해야만 자살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자살예방을 위해서는 정신의학적 접근뿐 아니라 경제적, 사회복지적 접근 등이 포괄적으로 이뤄지는 '융합적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송인한 교수는 "우리나라 자살 문제는 경제 위기와 궤를 같이한다. 금융위기 때마다 자살 위험이 급격히 상승했다"며 "경제적인 이유만으로 자살 위험이 높아지진 않았겠지만, 경제 위기로 인해 사회·경제, 의료 분야에서 도미노적인 변화가 나타나면서 (자살 위험 상승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자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문 분야 간 장벽을 허물고 융합적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경제문제가 자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자살시도자의 자살예방을 위해 경제적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지원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고령자에게 중점을 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박은철 교수는 "우리나라 연령별 자살률을 살펴보면 65세 이상 고령자 자살률이 다른 연령에 비해 상당히 높다. 이들은 경제적인 문제를 많이 겪고 있다"며 "고령의 자살시도자에 대한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이들의 자살 재시도를 막을 방법이 없다. 정신의학적 접근뿐 아니라 경제적 접근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도별 자살예방사업만 전담하는 공무원 수 '0.12명'

이와 함께 자살예방을 위한 예산 지원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2017년 전국 지방자치단체 자살예방사업 전담 및 담당 공무원 현황에 따르면, 시·도별 자살예방사업만 전담하는 공무원 수는 전국 평균 0.12명으로 서울과 경기 각각 1명이 전부다. 그 외 시·도는 1명이 자살예방사업과 정신건강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지자체의 자살예방사업을 위한 예산도 부족한 실정이다. 보건복지부의 자살예방사업비는 센터 인건비 일부를 충당하는 정도로, 대부분 지역은 지자체에서 자살예방사업 예산을 마련하고 있다.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송인한 교수.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송인한 교수.

하지만 지자체장의 관심에 따라 추가 예산을 투입해 사업을 확대하는 지역이 있는 반면, 최소 인력이 자살예방을 포함한 정신건강, 보건 영역 등을 모두 담당하는 등 지역별 인력 및 예산 차이가 컸다. 

17개 시·도가 보건복지부에 제출한 '2017 지자체 자살예방 시행계획 추진실적' 분석에 의하면, 2017년 전국 지방자치단체별 자살예방사업 예산 현황에서 △광주 △대전 △충북 △전남 △제주 △세종은 자살예방을 위한 시·군·구 예산이 마련되지 않았다. 

게다가 2017년 전국 기초 지방자치단체의 자살예방사업 담당 공무원 중 자살예방 관련 교육을 1회 이상 참여한 비율은 전국 평균 52.2%로 절반 수준에 그쳤다. 

이에 자살예방사업 현장 전문가들은 자살예방정책에 적용해야 할 중점과제로 △자살예방을 위한 사회적 지지체계 마련 △정신건강 인프라 강화 △자살위험 환경 개선 등을 가장 우선순위로 꼽았다. 

송인한 교수는 "자살예방을 위해서는 의료계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인재들이 밀접하게 접근해야 하며, 민관협력 역시 중요하다"면서 "우리가 가진 좋은 자살예방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예산과 인력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산 지원도 필요하지만 지역별로 예산이 적절하게 사용됐는지에 대한 평가가 우선 진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상지대 박지영 교수(사회복지학과)는 "자살예방을 위한 예산이 부족하다는 의견에 공감한다"면서 "하지만 예산을 늘리기 전 예산이 효율적으로 적절한 곳에 사용됐는지 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지영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살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지역은 농촌이지만 인구가 밀집되지 않아 자살예방사업 담당자가 농촌에 거주하는 자살 고위험군을 하루에 1명 이상 관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때문에 지역별로 예산과 인력이 적절하게 배치됐는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박지영 교수는 "이제는 지역마다 자살예방사업 계획을 모니터링하고 평가할 수 있는 자살예방 담당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며 "이들이 (자살예방사업 관련) 실무진과 협력한다면 그 지역에 적합한 맞춤형 자살예방 전략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자살시도자 사후관리하는 응급실 '10%' 불과

아울러 자살 고위험군인 자살시도자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대책 마련도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자살시도자는 일반인보다 자살 위험이 25배 이상 높다고 보고된다. 즉 자살시도자를 발굴해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자살률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세의대 박은철 교수.
▲연세의대 박은철 교수.

지난해 '자살예방 국가 행동계획'이 마련되면서,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사업을 진행하는 곳은 2017년 42개에서 지난해 52개로 늘었다.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사업이란, 자살시도로 응급실에 방문하는 사람을 사후관리하고 정신과 치료로 연계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국내 응급실이 532개라는 점은 고려하면 단 10%에서만 자살시도자 사후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응급실과 지역사회 간 자살시도자 연계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하다. 2017년 기준 응급실 방문 환자 수는 약 1만 2000명이며, 환자 동의 하에 응급실에서 정신건강복지센터로 연계된 이들은 71.9%(8800여명)다. 환자 동의 시 치료비를 지원하면서 동의율 70%를 겨우 넘을 수 있었다. 

박은철 교수는 "자살시도자 관리를 위한 대상 응급실을 전체 응급실로 확대하면 지금보다 많은 자살 고위험군을 찾을 수 있다"며 "또 응급실을 방문한 자살시도자는 심리적, 육체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므로, 응급실에서 받는 정신건강복지센터 연계 동의를 지역사회에서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건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 장영진 과장은 "현재 52개 응급실 외 기관에서 (자살시도자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면서 "이와 함께 자살시도자들을 지역사회로 연계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답을 만들어가고 있다. 지역사회와 연계가 이뤄져 자살률이 높은 지역과 낮은 지역의 특징 및 정책 등이 파악된다면, 향후 지역사회 맞춤형 정책을 펼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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