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완화제 '레보도파' 파킨슨병 진행 억제 '실패'
증상완화제 '레보도파' 파킨슨병 진행 억제 '실패'
  • 박선혜 기자
  • 승인 2019.01.29 0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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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P 무작위 연구 결과, 초기 파킨슨병 환자 80주 치료 후 질병변경효과 없어
장기간 치료에도 부작용 발생률은 증가하지 않아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파킨슨병 증상완화제 레보도파(levodopa)가 파킨슨병 진행을 억제하는 약물로 도약을 꿈꿨지만 실패로 끝났다. 

레보도파는 파킨슨병 증상 조절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알려진 약물로, 초기 파킨슨병 환자의 증상 조절뿐 아니라 질병 진행상황을 늦춰주는 '질병변경효과(disease-modifying effect)'가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LEAP(Levodopa in Early Parkinson's disease) 무작위 연구 결과에 의하면, 초기 파킨슨병 환자는 80주 동안 레보도파 치료를 받아도 질병변경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LEAP 연구는 레보도파 조기 치료가 파킨슨병 진행을 지연시키고 환자 기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를 확인하고자 네덜란드에서 2011년 8월부터 진행 중인 연구다. 

다만 장기간 레보도파 치료에 따른 부작용 위험은 증가하지 않아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이번 연구는 NEJM 1월 24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ELLDOPA 연구, 신경보호효과·신경독성작용 결과 혼재

학계에서는 레보도파가 장기적으로 파킨슨병 진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레보도파가 파킨슨병 진행을 촉진 또는 억제하는지 분석한 ELLDOPA 연구 결과(NEJM 2004;351:2498~2508), 40주간 레보도파 치료를 받은 후 2주간 휴약기(washout)를 가진 파킨슨병 환자군에서 파킨슨병 진행 척도인 UPDRS(Unified Parkinson's Disease Rating Scale)가 위약군보다 덜 나빠졌다. 

이에 파킨슨병 환자는 레보도파 치료를 중단하더라도 그 효과가 지속되거나(prolonged effect) 레보도파가 파킨슨병 진행을 늦추는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신경영상(neuroimaging) 데이터 평가 결과, 레보도파가 도파민 신경 말단 손상을 촉진시키거나 지속적 도파민 운반체(striatal dopamine transporter)를 변형시켰다. 

ELLDOPA 연구에서 레보도파의 신경보호 효과와 신경독성 작용 결과가 혼재되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학 Rob de Bie 교수팀은 레보도파 치료를 통해 질병변경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 명확하게 하기 위해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조기 시작군 vs 지연 시작군, UPDRS 점수 변화 비슷  

이번 다기관 이중맹검 위약 대조군 연구에는 초기 파킨슨병 환자 총 445명이 포함됐다. 

이들은 레보도파 치료 시작 시기에 따라 조기 시작군(222명) 또는 지연 시작군(223명)에 1:1 비율로 무작위 분류됐다. 조기 시작군은 80주 동안 레보도파 100mg 1일 3회 + 카르비도파(carbidopa) 25mg 1일 3회 병용했다. 지연 시작군은 40주간 위약 복용 후 40주 동안 레보도파 + 카르비도파 병용치료를 받았다.

등록 당시 UPDRS 평균 점수는 조기 시작군 28.1점, 지연 시작군 29.3점으로 두 군이 비슷했다. UPDRS는 점수가 높을수록 질환 중증도가 높음을 의미한다.

1차 종료점은 등록 당시부터 80주까지 UPDRS 평균 점수 변화 차이로 정의했다. 

분석 결과, 레보도파 치료를 오랫동안 받더라도 파킨슨병 환자의 질병변경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80주 치료 후 UPDRS 평균 점수는 조기 시작군이 1점, 지연 시작군이 2점 감소했으나 두 군간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95% CI -1.5~3.5; P=0.44).

이어 연구팀은 2차 분석으로 치료 시작 후 4~40주 UPDRS 점수와 44~80주 UPDRS 점수를 매주 평가해 조기 시작군과 지연 시작군간 증상진행 속도(rate of progression of symptoms)의 비열등성을 비교했다(비열등성 한계치(margin) 0.055점).

그 결과 4~40주 동안 UPDRS 점수로 측정한 증상진행 속도는 조기 시작군이 0.04점, 지연 시작군이 0.06점으로, 레보도파 복용 시 UPDRS 점수가 0.02점 더 낮았다(95% CI -0.07~0.03).

그러나 44~80주에 평가한 증상진행 속도는 조기 시작군 0.1점, 지연 시작군 0.03으로, 지연 시작군에서 0.07점 더 낮았지만 연구에서 설정한 비열등성 기준에는 충족하지 않았다(two-sided 90% CI 0.03~0.10).

다만 레보도파 치료로 유발된 이상운동증 또는 운동동요(motor fluctuation) 등 이상반응 발생률은 조기 시작군과 지연 시작군이 유사했다. 이는 레보도파 치료를 일찍 시작해 오랫동안 치료를 받더라도 환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이 적음을 시사한다.

"질병변경효과 없지만…'장기간 안전성' 입증 의미 있어"

전문가들은 연구 결과에 대해 레보도파의 질병변경효과를 입증하지 못했지만 장기간 안전성이 확인됐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Bie교수는 "초기 파킨슨병 환자는 레보도파 치료를 일찍 또는 늦게 시작하더라도 질병변경효과 차이가 없었고, 이상반응 발생률도 유사했다"면서 "이번 결과는 파킨슨병 환자가 레보도파 치료를 조기에 시작하면 신경보호효과를 얻을 수 없을지라도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파킨슨병 환자는 장기간 레보도파 치료에 따른 이상반응에 대한 우려 없이 증상 조절을 위해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면서 "향후 고용량 레보도파 치료를 받은 환자 또는 말기 파킨슨병 환자에서 레보도파가 질병변경효과를 보이는지를 평가한 연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의대 Susan Bressman 교수는 논평을 통해 "레보도파 치료를 일찍 시작하면 파킨슨병이 천천히 진행된다는 근거가 없지만, 치료를 늦게 시작해야 할 이유 역시 없다"면서 "이번 연구와 다른 연구 결과를 종합했을 때 임상에서는 저용량 레보도파로 치료를 시작하면 만족스러운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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