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율, 비장애인과 비슷하게 보고…재범률은 3.5배 높아
한양대병원 김인향 교수 "비약물·약물 치료 함께 진행해야 부적절한 성행동 줄일 수 있어"

한양의대 김인향 교수는 18일 한양대병원에서 열린 '2019 발달세미나'에서 '지적장애인의 성범죄-서론과 의학적 접근'을 주제로 발표했다.
▲한양의대 김인향 교수는 18일 한양대병원에서 열린 '2019 발달세미나'에서 '지적장애인의 성범죄-서론과 의학적 접근'을 주제로 발표했다.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지적장애인의 부적절한 성행동을 방치해선 안 되며 적극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지적장애인의 성범죄 재범률은 비장애인보다 높다고 보고되지만 적절한 치료가 이뤄진다면 성범죄 재발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임상에서는 성범죄를 저지른 지적장애인의 경우 비약물적 치료와 약물적 치료를 함께 진행해 부적절한 성행동을 줄일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양의대 김인향 교수(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는 18일 한양대병원에서 '발달장애인의 성문제'를 주제로 열린 '2019 발달세미나'에서 이 같이 밝혔다.

그는 "국내 지적장애 성범죄자에 대한 공식적인 통계를 찾아보기 어렵지만, 외국 보고에 따르면 지적장애인의 성범죄율은 3.7%, 비장애인은 4%로 비슷하게 보고된다"며 "하지만 성범죄 재범률은 비장애인보다 지적장애인에서 3.5배 더 높다고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적장애 가해자가 치료 받는다면 성범죄 재범률은 확연히 줄어든다. 2003년 발표된 '성폭력 가해자의 정신과적 이해'에 따르면, 치료받지 않은 가해자의 재범률은 40%까지 나타나지만 치료받은 가해자는 7%까지 내려갔다. 

이에 그는 성범죄를 저지른 지적장애인에 대한 치료가 이뤄져야 하며, 일차적으로 비약물적 치료인 인지행동치료를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지적 왜곡을 교정하는 '인지치료'와 올바른 성행위에 대해 교육하는 '행동치료'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국내에서 지적장애인을 고려해 제작한 인지행동치료 프로그램이 없다는 점은 보완해야 할 문제로 꼽힌다. 

다른 정신질환에서 이뤄지는 인지행동치료 프로그램은 어느 정도 지적 수준이 있어야 가능하며, 이를 지적장애인에게 똑같이 적용하면 치료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 영국 등 외국에서는 지적장애인을 위한 인지행동치료 프로그램을 개발했고 그 효과가 입증됐다. 모든 프로그램에는 공통으로 △성교육 △성범죄 자체를 정당화하는 인지적 왜곡 교정 △피해자 마음 이해하기 △재발 방지 등에 대한 내용이 포함됐다. 

그는 "지적장애인은 장애가 없는 가해자에 비해 오랜 시간 치료받아야 피해자에 대한 공감 능력이 향상되고 인지적 왜곡이 교정된다고 보고된다"면서 "이들의 지적 수준에 맞춘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피력했다.

이어 그는 성범죄 재범 가능성이 높은 지적장애인은 약물치료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특히 성도착증 진단을 받았다면 남성호르몬 수치를 낮춰 성욕을 떨어뜨릴 수 있도록 약물치료를 적극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용할 수 있는 약물은 항안드로겐 제제(anti androgen agents)인 △시프로테론 아세테이트(cyproterone acetate, 제품명 안드로쿨) △아세트산 메드록시프로게스테론(medroxyprogesterone acetate, 제품명 사야나) 등이다.

두 약물은 성욕감퇴를 위한 치료제로 허가받지 않았다. 그러나 시프로테론 아세테이트 또는 아세트산 메드록시프로게스테론 치료 시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치료 전보다 각각 22~50%, 25~50%가량 감소해 임상에서 성욕을 떨어뜨리는 목적으로도 처방되고 있다.

하지만 약물치료 후 골밀도 손실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18세 미만에게는 투약해선 안 되며, 치료 전 성호르몬 수치 및 혈당, 신장기능, 간기능, 골밀도 관련 검사를 진행한 후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아울러 약물치료가 꾸준히 이뤄져야만 치료 효과가 유지될 수 있다. 

그는 "약물치료를 받으면 성욕이 줄어들지만 치료를 중단하면 다시 빠르게 돌아온다. (성욕을 떨어뜨리는) 완치약이 아니다"며 "또 약물치료 후 남성호르몬 수치가 감소하더라도 외부에서 남성호르몬 수치를 높이는 약물을 투약하면 효과가 상쇄된다"고 주의를 요했다.

이어 "지적장애인이 정상적인 행위를 했음에도 보호자가 약물을 남용 또는 오용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물리적, 법적 문제가 생길 수 있기에 반드시 환자 동의를 받고 약물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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