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다제내성 결핵 가이드라인 개정, 어떻게 달라졌나?
WHO 다제내성 결핵 가이드라인 개정, 어떻게 달라졌나?
  • 최상관 기자
  • 승인 2019.01.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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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이후 2년 만에 개정
신약 권고 등급 상향, 주사제는 권고 등급 하향·제외

[메디칼업저버 최상관 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달 21일 다제내성 및 리팜피신 내성 결핵(multidrug and rifampicin-resistant tuberculosis) 가이드라인을 새로 발표했다.

신약 상향 권고, 주사제는 하향 권고·제외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주목할 점은 치료제 권고에 과감한 변화를 준 것이다. 신약은 권고를 상향했고, 부작용 문제가 언급됐던 주사제는 제외했거나 권고 수준을 대폭 낮췄다.

WHO는 지난 2016년 가이드라인에서 다제내성 환자 항결핵제를 핵심 이차약제(core second-line agent)와 추가 약제(add-on agent)로 분류한 바 있다. 핵심 이차약제는 A군(퀴놀론계 약제), B군(이차 주사제), C군(이외 핵심 이차약제)으로 나눴고, 추가 약제군은 D군에 포함했다.

반면 이번 새 가이드라인은 이전 분류를 더욱 간소화해 A군(우선 선택 약물), B군(A군으로 약제 구성 안 될 경우 추가), C군(A군, B군 사용할 수 없을 경우 추가)로 분류했다.

또한 다제내성 환자의 약제 처방 원칙으로 A군 약제 3종과 B군 약제 1종을 조합한 치료제 4종이 효과적이며, A군 약제 사용에 제한이 있다면 B군 약제 2종을, A군 B군 약제가 부족할 때에는 C군 약제를 추가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각 군의 변화를 살펴보면, 먼저 A군에서는 레보플록사신(levofloxacin), 목시플록사신(moxifloxacin)이 기존 자리를 지켰고, 가티플록사신(gatifloxacin)은 제외됐다. 대신 이전 가이드라인에서 D군에 있었던 신약 베다퀼린(bedaquiline)과 C군에 있었던 리네졸리드(linezolid)가 권고 등급이 상향돼 새로 이름을 올렸다.

B군에는 클로파지민(clofazimine), 사이클로세린(cycloserine)/테리지돈(terizidone)이 포함됐다.

이전 가이드라인에서 B군으로 분류됐던 이차 주사제 항목은 사라졌다. 그리고 해당 항목에 속했던 주사제 4종 중 카나마이신(kanamycin)과 카프레오마이신(capreomycin)은 더 이상 권고하지 않았고, 아미카신(amikacin)과 스트렙토마이신(streptomycin)은 추가 약제인 C군으로 밀려났다.

C군에는 에탐부톨(ethambutol), 델라마니드(delamanid), 피라진아미드(pyrazinamide), 이미페넴-실라스타틴(imipenem-cilastatin), 메로페넴(meropenem), 아미카신(amikacin), 스트렙토마이신(streptomycin), 에티오나미드(ethionamide)/프로치온아미드(prothionamide), 파스(p-aminosalicylic acid) 등이 있다.

이전 가이드라인에서 D군에 있었던 티오아세타존(thioacetazone)은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대신 신약 델라마니드가 C군에 새로 이름을 올렸다. 기존 가이드라인에서 핵심 이차약제로 분류됐던 에티온아미드/프로치온아미드는 C군으로 밀려났다.

WHO가 이처럼 치료제 파트에 과감한 변화를 준 까닭은 치료 실패와 재발 위험을 높일 수 있는 치료제를 배제하기 위해서다. 특히 주사제 사용과 관련한 이독성, 신독성 등 부작용이나 시력과 청력 상실 위험을 예의주시했다.

국내 1차 권고 약제, WHO와 상반돼

국내 가이드라인과의 비교는 어떨까?

가장 최근에 나온 국내 가이드라인은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가 지난 2017년 개정한 ‘결핵 진료가이드라인 3판’이다. 그러나 국내 가이드라인은 항결핵제를 효과, 안전성, 임상 경험, 약제 계열 등을 근거로 제1군부터 5군까지 5개 군으로 분류했다.

이는 이전 WHO 가이드라인 분류 기준과도 다르다.

학회는 WHO 분류 기준을 따르지 않는 이유로 WHO의 약제 분류가 각 나라의 개별 약제들의 가용성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지 못하며, 그 분류 근거가 미약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렇듯 국내와 WHO의 항결핵제 분류 기준이 다르므로 명확한 비교는 어렵다. 다만 이번 WHO 가이드라인에서 제외된 주사제 4종 카나마이신, 카프레오마이신과 C군 아미카신, 스트렙토마이신, 프로치온아미드, 파스, 피라진아미드, B군 사이클로세린 등을 국내 가이드라인에서는 1차 권고하고 있어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정부와 학회가 이번 WHO의 새 가이드라인에 대한 적용 및 급여 문제 개선 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심태선 수련교육이사(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WHO 가이드라인을 국내 여건에 맞게 수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전과는 전혀 새로운 부작용이 등장해서 주사제를 즉시 끊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정부에서도 즉시 조치를 취했을 것이다. 즉, 주사제 사용을 당장 금지할 정도로 부작용 문제가 큰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한 “특정 신약은 1인당 24주 치료에 3000만원가량 들 수도 있다. 반면 주사제는 훨씬 저렴할뿐더러 효과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주사제 관련 부작용도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알고 있는 상태에서 써왔던 것”이라며 "가이드라인 개정을 당장 서둘러야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신약 사용과 관련한 제도적 한계도 지적됐다.

심 이사는 “신약을 허가사항에서 벗어나 마음대로 쓸 수 없다. 또한 모든 다제내성 결핵 환자에게 신약을 쓰기위해 허가사항을 바꾸는 것 또한 어렵다”라며 “다만 허가사항 내용을 조금 다르게 해석할 수 있을지 여부와 필요하다면 허가사항에 없더라도 보건복지부 장관 고시를 통해 약을 쓰도록 하는 방법을 논의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추후 국내 가이드라인 개정과 관련해서는 다제내성 파트를 포함한 부분 개정을 예상했다. 국내 가이드라인이 개정된 지 1년 반 정도 지났기에 전면 개정할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심 이사는 “주사제를 비롯한 전체적인 치료제 파트가 변경될 가능성이 있으며, 6개월 안에 관련 논의가 진행돼 국내 여건에 맞는 지침이 발표돼 진료 현장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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