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혁재 연세의대 교수 "비스타틴 계열 약물의 동맥경화 개선 효과는 충분히 입증되지 않아"

연세의대 장혁재 교수(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연세의대 장혁재 교수(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이상지질혈증 환자의 심혈관질환 예방약으로 나아가기 위한 비스타틴 계열 약물의 공세에도 스타틴의 입지는 흔들림이 없다.

지난해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와 미국심장협회·심장학회(AHA·ACC)는 이상지질혈증 가이드라인을 업데이트하면서 이상지질혈증 약물 치료전략으로 전통적인 치료제인 스타틴을 1차 치료제로 권고했다.

연세의대 장혁재 교수(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는 "비스타틴 계열 약물은 스타틴과 병용했을 때 스타틴 단독치료 대비 심혈관계 사건 발생 위험을 낮춘다는 근거만 있다"며 "스타틴과 달리 비스타틴 계열 약물의 동맥경화 개선 효과는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 조금 더 근거가 쌓인 약물을 쓰는 것이 바람직하기에 현재 가이드라인에서 고강도 스타틴을 1차 치료전략으로 권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상지질혈증 환자는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스타틴 복용이 필요하지만 국내 치료율은 낮은 실정이다. 지난해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가 발표한 팩트시트에 따르면, 이상지질혈증 환자 3명 중 1명만 꾸준히 치료받는 것으로 추정된다.

장혁재 교수를 만나 국내 이상지질혈증 환자 관리가 어려운 이유와 치료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 및 치료전략 등에 대해 들었다. 
 
- 국내 이상지질혈증 환자 치료율이 낮은 이유는?

심혈관질환 위험인자인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당뇨병 중 유일하게 증상이 없는 것이 이상지질혈증이다. 당뇨병은 입이 마르거나 체중 감소, 물을 많이 마시게 되는 등 자각 증상이 있다. 고혈압 역시 혈압 상승으로 얼굴이 붉어지거나 두통 등이 나타난다.

반면 이상지질혈증은 질환을 인지할 수 있는 증상이 없다. 거꾸로 말하면, 이상지질혈증 환자는 질환을 관리하더라도 잘 조절되고 있는지 자각할 수 없다는 뜻이다. 

때문에 이상지질혈증 환자는 질환을 관리하려는 동기가 부족하다. 물론 혈액검사로 콜레스테롤 수치를 확인하는 것이 질환 관리에 대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심혈관질환 또는 동맥경화 합병증이 발병하기 전까지 콜레스테롤 수치는 숫자에 불과하다.

환자는 불편을 호소하지 않고 의료진도 환자의 불편함을 알지 못하니 치료율이 낮은 것이다. 

- 치료율을 높이기 위해 어떤 전략이 필요한가? 

의료진은 이상지질혈증 환자가 왜 치료제를 복용해야 하는지 알도록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이를 위한 전략으로 혈액검사뿐 아니라 동맥경화 진행 상황을 검사해 이상지질혈증 치료를 유도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과거에는 동맥경화 진행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침습적 검사가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초음파검사 또는 컴퓨터 단층촬영(CT) 등을 통해 쉽게 확인 가능하다.

이를 통해 환자는 이상지질혈증 치료제를 복용하면 동맥경화가 완화되고 복용하지 않으면 동맥경화가 심각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의료진은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치료제 복용을 유도할 수 있다.
 

- 지난해 우리나라와 미국 모두 이상지질혈증 가이드라인을 개정했다. 공통적으로 권고한 이상지질혈증 치료전략은?

연세의대 장혁재 교수(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연세의대 장혁재 교수(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을 동반한 환자의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고강도 스타틴을 1차 치료전략으로 권고했다. 고강도 스타틴이란, 스타틴 복용 시 이상반응을 유발하지 않을 수 있는 최대 내약 용량(tolerable dose)을 뜻한다.

과거에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어느 정도만 낮추면 충분하다고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더 낮추더라도 최대 내약 용량을 쓰도록 하고 있다.

이는 콜레스테롤을 조절해야 하는 환자가 확인되면 고강도 스타틴을 통해 더욱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효과적임을 의미한다. 

- 새로운 비스타틴계 약물도 개발돼 임상에서 처방되고 있다. 그럼에도 고강도 스타틴을 1차 치료전략으로 권고한 이유는?

스타틴이 비스타틴 계열 약물보다 이상반응 발생 대비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가 크다는 근거가 확실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가이드라인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제정된다.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만 본다면 스타틴과 비스타틴계 약물을 병용하는 것이 좋을 수 있다. 그러나 이상반응을 함께 고려하면 고강도 스타틴 단독요법이 병용요법 대비 열등하지 않다.

또 스타틴과 비교해 비스타틴 계열 약물들은 동맥경화 발생을 늦추거나 완화시킨다는 근거가 불충분하다. 스타틴과 비스타틴 계열 약물을 병용했을 때 스타틴 단독요법보다 심혈관계 사건 발생 위험을 낮춘다는 근거만 있다.

이에 주요 가이드라인에서 이상반응을 유발하지 않을 수 있는 최대 내약 용량 스타틴을 1차 치료전략으로 권고한 것이다. 
 
- 아스피린의 심혈관질환 1차 예방 효과를 검증한 여러 연구가 실패했다. 1차 예방을 목적으로 아스피린을 복용한 환자들은 스타틴으로 약물 전환(switching)을 해야 하나?

심혈관질환 1차 예방 효과가 입증된 치료제는 스타틴이 유일하다. 뒤집어 말하면, 심혈관질환 1차 예방을 위해 아스피린 대신 스타틴을 복용해야 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아스피린이 심혈관질환이 발병했던 환자들의 심혈관질환 예방에는 틀림없이 효과가 있다. 그러나 아스피린의 심혈관질환 1차 예방 효과를 살펴본 연구들이 잇따라 검증에 실패했다. 이 분야에서 아스피린은 큰 효과가 없다는 의미다.

다만 모든 사람이 심혈관질환 1차 예방을 위해 스타틴을 복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는, 심혈관질환 1차 예방을 위해 스타틴이 필요한 사람들이 스타틴을 복용해야 한다. 심혈관질환 1차 예방 효과가 입증된 약물은 스타틴이 유일하다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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