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녹십자 미국과 중국에 기술수출 계약 체결
삼성바이오에피스·셀트리온, 중국 진출 방침 세워...업계 "언멧니즈가 성공의 키"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새해가 시작하면서부터 국내 제약업계에 '낭보'가 찾아들고 있다. 

지난해 국내 제약사들이 5조원대 기술수출 성과를 올린 데 이어 올해는 유한양행과 GC녹십자가 기술수출 성과를 내고 있다. 

이와 함께 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 등 국내 바이오사들도 중국 진출을 선언하면서 대한민국 제약업계가 올해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릴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글로벌 문 두드린 국내 제약...기술수출로 화답

지난해 1조원대 기술수출을 한 유한양행은 미국계 글로벌 제약사 길리어드에 후보물질 탐색단계의 비알코올성지방간질환(NASH) 치료 물질을 7억 8500만 달러(8823억원) 규모에 기술수출했다. 

양사는 탐색단계의 NASH 치료제 후보물질에 대한 비임상연구를 공동으로 수행하며, 길리어드는 글로벌 임상 개발을 담당하게 된다. 

유한양행의 이번 기술수출은 도입신약, 원료의약품 등에서 오랜 파트너십 유지가 주요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본격적인 임상시험을 진행하지 않은 탐색단계의 후보물질이 기술이전 한 게 그 방증이다. 

실제 유한양행과 길리어드는 2012년 B형간염 치료제 비리어드의 코프로모션 계약을 맺은 뒤 2017년 C형간염 치료제 소발디와 하보니, HIV/AIDS 치료제 스트리빌드와 젠보야 등 다양한 영역의 치료제 공급에 함께했다. 

아울러 현재 유한양행의 전체 수출액의 90% 이상은 길리어드 등에 수출하는 원료의약품에서 나오기도 한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유한양행의 체질개선이다. 과거 유한양행은 도입신약을 가져와 국내에 판매하는 게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었다. 이 때문에 대형 CSO라는 비아냥도 받았어야 했다. 

하지만 최근의 유한양행의 행보를 보면 사뭇 다르다. 최근 1년 동안 항암제 레이저티닙을 비롯해 3건의 기술수출 계약을 이끌어내며 연구개발 역량을 과시했다. 

기술수출 성과를 일궈낸 3건의 계약은 1년치 영업이익에 달할 정도다.

GC녹십자도 기술수출 대열에 합류했다. 

GC녹십자는 중국 희귀의약품전문기업 캔브리지에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에 대한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기술수출 계약에 따라 캔브리지는 중화권 국가에서 헌터라제 개발과 상업화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갖게 된다. 

GC녹십자는 그동안 글로벌 진출이라는 목표 아래 헌터라제의 가치 높이기에 주력해왔다. 특히 국내에서는 작년 2월 기존 진행 중인 임상 3상에 장기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하는 새로운 임상을 추가했다. 

헌터증후군이라는 치료제가 극히 제한적인 시장인 만큼 장기안전성까지 갖춰진다면 독보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과 일본에서는 투여 경로를 변경한 임상도 진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GC녹십자의 기술수출을 두고 적극적인 오픈이노베이션 등 새로운 전략을 수립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업계는 국내 1, 2위 업체가 연초부터 기술수출 성과를 이뤄낸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연구개발과 기술수출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유한양행이 최근 일련의 기술수출로 연구개발과 매출 규모 부문에서 넘볼 수 없는 회사가 됐다"며 "GC녹십자 역시 그동안 혈액제제 분야에 집중하면서 틈새시장을 타깃으로 잡는 데 주력했지만, 이제는 오픈이노베이션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도전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세계 1위 성장률...'중국' 잡아라 

국내 바이오 업체들은 세계 2위 중국 의약품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선진 의약품 시장보다 진입장벽이 낮으면서도 14억명 인구 수에 기반한 큰 시장규모가 매력적인 요소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에 기술수출된 GC녹십자의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는 먼저 개발된 샤이어의 엘라프라제가 중국 내에서 허가를 받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시장독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게다가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 캔브리지는 중국 내 희귀질환 분야 선두주자로 알려져 있어 시너지 효과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 굴지의 바이오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도 중국 진출에 나선다. 

우선 중국 바이오의약품 시장 진출을 알린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중국 바이오제약사 3S 바이오와 바이오시밀러 제품 판권 계약에 관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SB8 등 자체 보유한 파이프라인 일부에 대한 판권을 위임키로 했다. 다만, 중국 현지 임상시험과 허가, 상업화는 양사 간 협의에 따라 이뤄진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중국 바이오의약품 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입, 사업을 지속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경쟁사인 셀트리온도 올해 상반기 중국에 합작회사를 설립, 본격적인 시장 진출에 나설 방침이다.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은 최근 열린 JP모건헬스케어컨퍼런스에 참석해 올해 상반기 중국 합작법인 설립 작업을 끝낼 계획이며, 중국으로 기술을 이전하고 현지에 공장을 지어 중국판매 제품은 중국에서 생산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서 회장은 "소극적 합작이 아닌 적극적 합작"이라며 "중국 정부와 바이오시밀러 보험 등재를 위해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언맷니즈가 성공열쇠"

연초부터 낭보가 날아들자 국내 제약업계는 한껏 고무된 모습이다. 글로벌이라는 외침이 공허한 외침이 되지 않으리란 기대감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국내 제약업계가 글로벌화를 성공하려면 희귀난치성질환 등 이른바 '언맷니즈(unmet needs, 미충족 수요)'가 성공의 키(key)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해와 올해 이뤄진 기술수출의 대부분은 언맷니즈가 높은 질병의 치료제들이었다. 

유한양행의 레이저티닙은 치료가 어려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였고, NASH는 아직까지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다. 

GC녹십자의 헌터라제 역시 타깃인 헌터증후군은 선천성 희귀질환이기도 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언맷니즈가 높은 분야는 기존 치료제가 없기에 시장에 빨리 진입할 수 있고, 그 만큼 성공 가능성도 높다"며 "글로벌 제약사들도 신약개발 추세가 만성질환에서 희귀질환으로 변화하는 만큼 우리도 그에 발맞춘다면 더 많은 기술수출 성과를 일궈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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