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연구팀, 양극성 장애·조현병·비정동 정신병 환자 데이터 분석
만성질환 치료제 복용 기간에 정신질환에 의한 입원·자해 위험 감소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스타틴과 메트포르민이 정신질환 치료제로 대변신하게 될까?

영국 연구팀이 만성질환 치료제를 복용한 정신질환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만성질환 치료제 비복용 기간과 비교해 복용 기간에 정신질환으로 인한 입원 또는 자해 위험이 감소했다.

이번 결과로 임상에서 오랫동안 처방된 만성질환 치료제가 신약 개발이 어려운 정신질환 분야에서 새로운 입지를 다지게 될지 관심을 모은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Joseph F. Hayes 교수팀은 스웨덴 환자 데이터를 토대로 만성질환 치료제가 정신질환자 예후 개선에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했다. 

15세 이상의 양극성 장애, 조현병, 비정동 정신병 환자 14만 3000여명 데이터가 분석에 포함됐다. 이들은 2005년 10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정신질환 약물치료를 받았다. 

연구팀은 환자 데이터를 △이상지질혈증 치료제인 HMG-CoA 환원효소 억제제(스타틴 등) △항고혈압제인 L-type 칼슘채널차단제(베라파밀 등) △항당뇨병제인 비구아니드(메트포르민 등) 복용 기간과 비복용 기간으로 나눠 정신질환으로 인한 입원 또는 자해 위험을 비교했다. 

만성질환 치료제 복용 기간 vs 비복용 기간 환자 예후 비교.
▲만성질환 치료제 복용 기간 vs 비복용 기간 환자 예후 비교.

분석 결과, 만성질환 치료제 복용 기간에 정신질환자의 예후가 개선됐다.

먼저 HMG-CoA 환원효소 억제제 복용 기간에 정신질환으로 인한 입원 위험은 비복용 기간 대비 △양극성 장애 환자 14%(aHR 0.86; 95% CI 0.83-0.89; P<0.001) △조현병 환자 25%(aHR 0.75; 95% CI 0.71-0.79; P<0.001) △비정동 정신병 환자 20%(aHR 0.80; 95% CI 0.75-0.85; P<0.001) 감소했다.

자해 위험 역시 HMG-CoA 환원효소 억제제 복용 시 △양극성 장애 환자 24%(aHR 0.76; 95% CI 0.66-0.86; P<0.001) △조현병 환자 42%(aHR 0.58; 95% CI, 0.45-0.74; P<0.001) 줄었다. 비정동 정신병 환자의 자해 위험은 14% 감소했지만 통계적인 유의성은 없었다(aHR 0.86; 95% CI 0.71-1.05; P=0.15).

L-type 칼슘채널차단제도 HMG-CoA 환원효소 억제제와 유사한 결과가 나타났다.

정신질환으로 인한 입원 위험은 비복용 기간과 비교해 복용 기간에 △양극성 장애 환자 8%(aHR 0.92; 95% CI; 0.88-0.96; P<0.001) △조현병 환자 20%(aHR 0.80; 95% CI 0.74-0.85; P<0.001) △비정동 정신병 환자 11%(aHR 0.89; 95% CI 0.83-0.96; P=0.002) 감소했다.

자해 위험은 각각 19%(aHR 0.81; 95% CI 0.68-0.95; P=0.01), 70%(aHR 0.30; 95% CI 0.18-0.48; P<0.001), 44%(aHR 0.56; 95% CI 0.42-0.74; P<0.001) 낮아졌다.

아울러 비구아니드 복용 기간에도 정신질환으로 인한 입원 위험이 비복용 기간 대비 △양극성 장애 환자 20%(aHR 0.80; 95% CI 0.77-0.84; P<0.001) △조현병 환자 27%(aHR 0.73; 95% CI 0.69-0.77; P<0.001) △비정동 정신병 환자 15%(aHR 0.85; 95% CI 0.79-0.92; P<0.001) 줄었다.

자해 위험은 △양극성 장애 환자 27%(aHR 0.73; 95% CI 0.62-0.84; P<0.001) △조현병 환자 36%(aHR 0.64; 95% CI 0.48-0.85; P<0.001) 감소했지만, 비정동 정신병 환자에서는 의미 있는 자해 예방 효과가 없었다(aHR 0.91; 95% CI 0.71-1.06; P=0.44).

Hayes 교수는 논문을 통해 "이번 연구는 만성질환 치료제인 HMG-CoA 환원효소 억제제, L-type 칼슘채널차단제, 비구아니드가 심각한 정신질환자의 예후를 개선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면서 "이러한 약물은 임상에서 일반적으로 처방되고 가격이 저렴하며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향후 정신질환 치료제로 재포지셔닝(repositioning) 할 수 있도록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 아울러 약물들이 중추신경계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메커니즘을 밝히는 추가 연구가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JAMA Psychiatry 1월 9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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