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안 나서면 '제2의 임세원 사태' 막을 수 없다"
"정부가 안 나서면 '제2의 임세원 사태' 막을 수 없다"
  • 박선혜 기자
  • 승인 2019.01.11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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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부에 사법입원제도 전면 도입·재정 투입 요구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이사장 권준수)는 10일 학회 사무실에서 '안전하고 편견없는 정신건강 시스템 구축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좌부터)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해국 중독특임이사, 이명수 홍보기획이사, 권준수 이사장, 최준호 법제이사,  대한정신건강의학과 봉직의협회 김지민 회장.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이사장 권준수)는 10일 학회 사무실에서 '안전하고 편견없는 정신건강 시스템 구축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좌부터)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해국 중독특임이사, 이명수 홍보기획이사, 권준수 이사장, 최준호 법제이사, 대한정신건강의학과 봉직의협회 김지민 회장.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퇴원한 정신질환자가 치료받을 수 있는 법적 시스템이 있었다면 고 임세원 교수 사망 사건을 막았을 겁니다. 앞으로 이러한 사건을 막기 위해서는 환자를 어떻게 치료받게 할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故 임세원 교수 사망 사건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중증 정신질환자 관리에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부가 중증 정신질환자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안전하고 편견없는 치료 환경'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가 사법입원제도를 전면 도입하고 정신건강 문제 해결에 과감한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이사장 권준수)는 10일 학회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밝혔다.

정신질환자 관리에 '사법기관' 개입 왜 필요한가?

학회는 먼저 비자의 입원에 대한 법적 판단은 사법행정기관에 의해 이뤄져야 하며, 이를 위한 사법입원제도 전면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과 같이 중증 정신질환자의 입원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것은 환자 인권 보장의 대책이 되지 못하며 오히려 치료권을 심각하게 저해한다는 지적이다. 또 정신질환자를 잘 관리해 제대로 된 판단력을 가지고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인권이라고 강조했다.

학회 최준호 법제이사(한양대 구리병원 정신건강의학과)는 "사법입원제도 도입은, 그동안 보호자와 의사가 지녔던 정신질환자에 대한 과도한 책임을 국가가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라며 "정신질환자 탈원화를 위해서는 사법제도가 변화해야 한다. 이번 사고를 예방하고 정신건강복지법의 여러 장치가 효율적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사법입원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학회 권준수 이사장(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은 "의료 문제인데 왜 사법기관이 개입해야 하느냐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법적 장치 없이 환자를 강제 입원시키는 경우, 환자의 트라우마 또는 적대감은 보호자와 의료진을 향하게 된다"며 "사법적 개입이 없으면 이번 사건과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사법입원제도, 사법치료 명령제 도입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를 통해 환자 인권을 보호하는 가족의 부담을 줄일 수 있으며, 의료진이 안전하게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 봉직의협회 김지민 회장(서울시 축령정신병원)은 "정신과 입원에는 의료서비스와 함께 '감금'이라는 개념이 포함됐다"면서 "지금까지 국가는 예산, 인프라 부족 등을 이유로 이에 대한 책임을 민간인인 의사와 보호자에게 맡겼다. 선진국처럼 치료에 관한 역할은 의사가 하되, 치료 유지가 아닌 감금 유지에 대해서는 사법입원제도나 사법치료 명령제 등을 통해 국가가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정부와 의료계가 논의 중인 '임세원법'은 사법치료 체계 강화가 핵심이라는 게 학회의 전언이다. 

정신건강 문제 해결하려면 '재정 투입'은 필수

이와 함께 정신건강 문제 해결을 위한 과감한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정신보건 예산은 전체 보건예산 대비 1.5% 수준으로 경제협력기구(OECD) 가입국 평균 5.05%에 턱없이 부족하며, 재정 투입이 이뤄져야 실질적으로 정신질환자들을 관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학회 이해국 중독특임이사(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는 "정신질환자 탈원화를 이루고 환자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지역에서 이들을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는 인프라와 재원이 필요하다"면서 "인프라와 재원이 마련되지 않았는데 제도적으로 까다롭게 환자들을 관리할 경우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게 없다"고 지적했다.

권 이사장은 "정신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OECD 평균인 보건 예산의 5%를 상회하는 정신보건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한 재정투자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대통령 직속 가칭 '국민정신건강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권 이사장은 "정신건강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의 정책 수립과 실행을 위한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국민정신건강위원회'를 설치해 우리나라가 국민의 마음을 챙기는 나라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제언했다. 

복지위 산하 소위원회 구성…"국민 정신건강 높이는 계기 될 것"

한편 학회는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이 제안한 보건복지위원회 산하 소위원회 구성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권 이사장은 "궁극적으로 (정신건강) 문제는 하루아침에 해결되지 않는다. 보건복지부, 경찰청 등 모두와 관련된 문제이기에 포괄적인 측면에서 다뤄야 한다"면서 "범부처 차원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협의체나 위원회를 구성한다면, 국민들의 정신건강을 한 단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최 법제이사는 "복지부에서 소위원회를 구성하는 것만으로 희망적"이라며 "국무회의에서 (정신건강 문제가) 다뤄져 국가적 문제로 인식된다면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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