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균치료 시 IBD 위험 높아져
기전 불명확 득보다 실 많아

▲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Helicobacter pylori)
▲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Helicobacter pylori)

[메디칼업저버 최상관 기자] 최근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Helicobacter pylori, 이하 헬리코박터균) 제균 치료가 염증성장질환(IBD)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가 나와  주목된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위암예방을 위해서 헬리코박터균 제균치료를 권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복병이 될지 관심이다.

지난달 대만 연구진은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와 IBD 발생 간에 연관성이 있다는 역학 연구를 발표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중국 연구진도 같은 내용의 전문가 리뷰 논문을 발표해 이슈가 커지는 분위기다. 

대만 가오슝 따통병원 Kun-Der Lin 박사팀은 지난해 12월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를 받은 환자에서 IBD 발생 위험이 높다고 발표했다(Clinical Gastroenterology and Hepatology(DOI: 10.1016/j.cgh.2018.12.014).

이 연구는 소화성 궤양이 있는 18세 이하 환자 7만9천명의 코호트를 분석한 것으로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를 받은 환자는 제균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보다 IBD 발생 위험이 높았다(HR 2.36 vs HR 1.91).

중국 베이징 프렌드십 병원 Yang Yu 박사는 헬리코박터감염과 염증성장질환에 대한 리뷰논문을 내고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와 IBD 위험이 상당한 연관성이 있을 수 있다"고 평론했다(Cell Death & Diseasevolume 9, Article number: 961 (2018).

그는 이어 "위험을 높인다면, 무증상의 헬리코박터 감염 환자에게 제균 치료를 시행해야 할지 신중하게 논의해야 한다. 제균 치료의 위암 예방 효과 대비 IBD 위험 유발 사이의 이득과 혜택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해 11월 APDW(아시아태평양소화기주간)에서 중국 시런런쇼 병원 Luyi Chen 박사는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가 장내 미생물의 생태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를 발표하며, 서로 연관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면역관용, 장내 미생물 생태계 영향 미쳤을 것

이처럼 헬리코박터균 감염과 IBD 발생이 서로 연관성을 보이고 있지만 대부분 코호트에서 나타나고 있는 역학 신호로, 정확한 기전은 아직 알 수 없는 단계다.

일부 전문가들은 면역관용(immunological tolerance)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IBD는 면역체계가 예민할수록 발생하기 쉬운 자가면역질환인데, 감염에 많이 노출된 환자일수록 면역체계가 상대적으로 덜 민감하기 때문에 IBD와 역학적으로 반대되는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또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가 체내 미생물 생태계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일 가능성도 있다.

연세의대 천제희 교수(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는 "이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하다. 그동안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군을 넓게 잡지 않았던 이유로 항생제 남용으로 내성균이 길러지고, 마이크로바이오타(장내 미생물군)이 변해서 제3의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제균 치료를 무한정 넓히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천 교수는 "하지만 해당 연구는 IBD 또는 헬리코박터 감염 환자의 역학적 관계를 찾아낸 것일 뿐이며 아직은 뚜렷한 답을 내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직접적 연관성 없다는 주장도

하지만 반론도 만만찮다. 우선 기전이 확실하지 않다는 것. 따라서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를 IBD 위험과의 연관성으로 확장시키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라는 설명이다.

그 근거로 일본 오사카의대 Shinichiro Shinzaki 교수팀은 지난해 10월 분석논문을 통해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가 IBD 악화 또는 질병 활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제시했다(Intestinal Research 2018;16(4):609-618).

연구에서 IBD 환자 429명을 두 군으로 나눠 IBD 악화 발생률을 비교 분석한 결과, 제균 치료군은 9%, 비치료군은 5%로 IBD 악화 발생률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

또한 독일 Rosa Rosania 교수팀도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가 IBD 발병과 연관성이 없다는 논문을 냈다(J Gastrointestin Liver Dis,June 2018 Vol. 27 No 2: 119-125).

이 연구에서 제균 치료를 받은 후 IBD로 진행된 환자 비율은 3%에 그쳤으며, IBD로 진행된 환자 중에서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를 이전에 받았던 환자 비율은 일반 대조군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이처럼 제균치료와 IBD의 연관성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환경에서는 제균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경희의대 이창균 교수(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는 "국내에서는 가장 문제되는 것이 위암 발생이다. 헬리코박터균은 위암의 주요 인자로 이미 밝혀졌기에 치료하지 않을 수는 없다. 치료 우선 순위 측면에서도 아직 국내에서 IBD는 위암과 비교해 드문 병이고, 위암은 공중 보건학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키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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