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성명서 발표…'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완전한 치료시스템 구축'·인프라 확충' 등 제안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고 임세원 회원, 그리고 남겨진 유가족은 우리에게 분명히 말하고 있습니다. '안전'하고 '편견 없는' 치료환경을 만드는 것이 고인의 희생을 헛되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이사장 권준수)가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故 임세원 교수를 애도하며, 이러한 비극적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확실한 해결책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학회는 정부에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함께 노력해주길 바란다는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8일 발표했다. 

먼저 학회는 안전한 진료환경을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기관 내 언어, 신체 폭력에 대한 처벌은 정신건강의학과뿐 아니라 모든 진료과목에 공통적인 사항이기에, 진료실이 최대한 안전한 곳이 될 수 있도록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전한 환경은 치료진이 신속히 대피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거나 안전요원의 확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게 학회의 전언이다. 

학회는 "의료기관 내 안전보장을 위한 시설과 인력이 마련될 수 있도록 정부는 실효성 있는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번 비극은 외래에서 발생했지만 입원병동에서 급성기 정신질환자에 의한 크고 작은 사건은 훨씬 자주 나타나고 있다. 정신질환자 치료환경이 나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충분한 수의 전문 치료인력을 통한 인권적이고 쾌적한 치료환경은 환자의 정서적 안정을 도울 수 있다. 이를 통해 사건사고를 최소화할 수 있다"면서 "비용투자 없는 환경개선은 불가능하다. 초기 집중치료로 입원기간을 최소화하는 것을 국가정책목표로 삼고 있는 현시점에서 당연히 입원치료환경 개선을 위한 총체적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와 함께 완전한 치료시스템을 구축해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이 커지는 악순환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신질환자의 불충분한 치료에 따른 범죄사건은 사회 편견과 차별을 악화시키며, 이는 다시 정신질환자가 치료를 적재적소에서 받지 못하게 하는 악순환을 야기한다는 의미다. 

이에 학회는 사법치료제도 도입을 전제로 정신건강복지법 전면 개정을 요구했다.

사법치료제도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치료 및 복지지원과 함께 재발 위험이 높은 환자에 대한 입원, 외래, 지역사회정신보건기관 등 의무적 치료서비스 제공이 사법적 판단에 의해 결정되도록 하는 것이다.

학회는 "전문가 소견을 참고한 사법체계에서의 입원 여부 판단은 많은 선진국에서 채택하고 있는 제도"라며 "가족은 치료받지 않으려는 정신질환자를 어찌할 수 없다. 현 제도하에서 정신과 의사도 어쩔 수 없다. 치료와 인권을 동시에 확보하면서 치료중단으로 인한 개인적, 사회적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행 법령의 개정 보완과 더불어 더욱더 촘촘한 시스템 구축을 위해 새로운 제도와 프로그램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면서 "현재 보건복지부에서 시범사업으로 검토하고 있는 병원기반형 사례관리가 의미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정부와 국회는 입원을 최소화하면서도 회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다양한 대안적 정책안을 적극적으로 개발 보급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아울러 정신건강문제 해결을 위해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정신보건예산은 전체 보건예산 대비 1.5% 수준으로, OECD 가입국 평균인 5.05%보다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학회는 국가정신건강위원회를 법제화하는 등 정부 차원의 거버넌스 구축과 종합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정신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공공 안전과 보건행정체계 차원의 신속한 대응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회는 "포괄적 진료기능을 갖춘 공공병원, 종합병원에 응급정신의료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 이후 급성기 치료를 위한 입원치료병동 설치와 충분한 치료재원이 법적·제도적으로 보장돼야 한다"면서 "학회는 앞으로 정부, 국회, 정신보건유관단체, 당사자 단체들과 긴밀히 협의하며 이 같은 제안들이 실천될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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