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강북삼성병원 임세원 교수의 안타까운 살해사건으로 인해 전 국민의 애도와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회는 ‘임세원법’을 쏟아내고, 여당과 야당은 재발방지를 위해 의료계의 의견을 듣겠다고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런 국회의 움직임이 과거 응급실 폭행 사건과 아덴만 사건 등이 발생했을 때와 묘하게 닮아 있다.

몇 년 전부터 의료계는 응급실 폭행 사건으로 인해 의료진 및 내원하는 환자들의 생명이 위험하다며, 의료인의 진료 방해와 폭행을 막을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에 요청해 왔다.

하지만, 국회와 정부는 의료계의 요구에 대해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었다.

지난해 익산 병원의 응급실에서 환자가 의사를 무차별하게 폭행하는 장면이 공중파를 타면서 사회적 공분이 일자, 그제야 국회와 복지부는 부랴부랴 대책 마련과 함께 의료법 및 응급의료법을 개정하겠다고 호들갑 아닌 호들갑을 떨었다.

응급실 폭행방지를 위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 무려 9개나 발의됐다.

하지만, 그 법률들은 대부분 응급실에서 폭행을 가한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으로 초점이 맞춰졌다.

종합적인 대책은 되지 못하고 있다.

의료계는 응급실 뿐만 아니라 진료실까지 폭행 방지를 위한 대책을 수립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결국, 응급의료법만 본회의를 통과하고, 진료실 폭행을 방지할 수 있는 의료법 개정안은 복지위에서 잠자고 있다.

아덴만 사건 당시 아주의대 이국종 교수의 열악한 중증외상센터 환경에 대해 비판했을 때도 비슷했다.

이국종 교수의 비판 이전부터 의료계와 관련 학회는 국회와 정부에 중증외상센터 환경 개선의 필요성을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중증외상센터 환경에 대해 제대로된 관심을 가진 국회의원들은 없었다.

아덴만의 영웅 덕분에 국회는 관심을 가지고, 증중외상센터의 문제점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의료계가 희망하는 부분까지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국회는 이번 임세원 교수의 희생에 대해 만시지탄(晩時之歎)하고 있다.

7일 자유한국당 이명수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은 의료계와 정책간담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 중인 관련 진료실 폭행 방지를 위한 의료법 개정안이 미리 통과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며 “이번을 계기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됐지만 제대로 고치겠다”고 말했다.

그나마 국회 차원에서 자신들의 입법 의무를 방기한 것에 대해 성찰의 목소리가 나왔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런 성찰은 국민적 관심이 줄어들면서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또 용두사미(龍頭蛇尾)처럼 임세원 교수의 희생을 잊어 갈 것이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권준수 이사장 역시 이런 부분을 우려했다.

권 이사장은 “임세원 교수의 사건도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것”이라며 “이번 일은 잊혀지지 않고 끝까지 의료진이 안전한 진료환경에서 정신질환자들이 차별없이 진료받도록 자유한국당이 노력해 달라”고 강조했다.

국회는 이제라도 의료계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없길 희망해 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