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윤영원 교수

강남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윤영원 교수. 사진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강남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윤영원 교수. 사진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심혈관질환 예방의 대명사로 불리는 아스피린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출혈 부작용 때문에 아스피린이 가진 혜택보다 위험이 높다는 데 의견이 모이고 있는 것. 동시에 아스피린 자리는 혈소판응집 억제 효과를 가지면서 출혈위험이 적은 실로스타졸 등 다른 기전의 항혈소판제가 대체하는 모습이다. 연세의대 윤영원 교수(강남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를 만나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한 처방 트렌드 변화와 실로스타졸의 임상적 유효성을 들어봤다.

- 심혈관질환 1차예방을 위한 항혈소판요법은. 
심혈관질환 예방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스타틴, 혈압조절 약물 등이다. 예전에는 아스피린을 많이 처방했지만 심혈관질환 1차예방에 적합하지 않다는 데이터가 많이 나오면서 처방 약물에서 제외되는 추세다. 실로스타졸과 클로피도그렐이 아스피린의 약가를 따라갈 수는 없지만 위장관 출혈 부작용이 없어 아스피린에서 이들 약물로 처방을 변경하고 있다. 최근 처방 트렌드라고 볼 수 있다. 

- 최근 아스피린이 심혈관질환 예방효과가 없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ARRIVE, ASPREE 등의 대규모 연구에서 아스피린이 심혈관질환 1차 예방에 유의하게 도움이 안 되는 데다 출혈 부작용이 크다는 결과가 나왔다. 아스피린은 COX와 트롬복산을 억제해 항혈소판 효과를 나타내는데, 동시에 위벽을 보호하는 방어기전을 같이 억제하기 때문에 환자들이 위장장애를 호소한다. 위궤양이나 십이지장궤양, 심각한 출혈 부작용이 많은 게 사실이다. 결국 아스피린의 혜택과 출혈 부작용으로 인한 위험을 비교했을 때 심혈관질환 1차예방으로 권장되지 않는다는 결론이다. 미국식품의약국(FDA)도 마찬가지 의견이다. 아스피린은 심혈관계질환 2차예방에 있어 ‘반석’과 같다. 아스피린의 항혈소판 효과가 확인되면서 심근경색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 스텐트 시술에도 아스피린이 기본으로 처방됐다. '아스피린+와파린', '아스피린+클로피도그렐'처럼 아스피린은 빠진 적이 없었다. 그러나 스텐트 시술에 아스피린 외 다른 항혈소판제를 처방해도 안전한지 알아보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결과에 따라 2차예방에서도 제외될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아스피린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 이른바 '아스피린 무용론'이 아시아인에도 적용 가능한가.
앞서 언급된 연구들에 아시아인들이 많이 포함돼 있지는 않았지만, 1만 4000명의 일본인을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아스피린의 심혈관질환 예방 혜택보다는 위험이 크다는 것이었다. 이후 FDA가 아스피린을 신중하게 처방해야 한다고 발표했고 ARRIVE나 ASPREE 등 연구들로 아스피린 무용론이 힘을 받고 있다. 아시아인들이 위장질환에 더 취약한 경향이 있어 위장출혈 문제는 아시아인에서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 아스피린을 대체할 수 있는 항혈소판제는 어떤 것들이 있나. 
실로스타졸, 클로피도그렐 등은 아스피린과 작용기전이 다른 항혈소판제로, 출혈 우려가 적고 혈소판응집 억제 효과가 있어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아스피린과 효과를 직접 비교한 연구결과는 없다. 또 다른 항혈소판제인 트루플루잘은 아스피린과 작용기전이 유사하다. 위장장애가 있지만 출혈까지는 경험하지 못했다. 티카그렐러, 프라수그렐 등은 항혈소판효과가 너무 강력해 1차예방으로 처방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 실로스타졸은 아스피린 대비 출혈 위험이 어떠한가.
출혈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다만 외상을 입거나 사고를 당할 경우 출혈 우려가 있어 조심해야 한다. 실제 뇌졸중을 겪은 환자를 대상으로 아스피린, 실로스타졸, 클로피도그렐, 디피리다몰 등을 비교해 메타분석했는데, 출혈 부작용과 뇌졸중 2차예방에 실로스타졸이 1등을 차지했다. 흥미로웠다.

- 심혈관질환 예방에 있어 실로스타졸의 임상적 유효성은.
다른 항혈소판약물이 혈소판 응집만 억제하는 데 비해 실로스타졸은 포스포다이에스터라아제(phosphodiesterase, PDE3) 효소를 억제하고 이와 함께 사이클릭 AMP(cyclic AMP, cAMP)에도 영향을 미쳐 다양한 패스웨이(pathway)의 효과를 보인다. 즉 다면발현효과(pleiotropic effect)를 보이는 항혈소판제라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평활근세포증식(smooth muscle cell proliferation)을 막아주는 효과를 꼽을 수 있다. 이전 베어메탈 스텐트 관련 연구에서 시술 후 30%까지 나타났던 재협착률이 실로스타졸군에서는 10%로 더 낮은 것으로 보고되기도 했다. 혈관내피세포 개선작용과 혈관확장(vasodilation) 효과로 재관류술(revasculazation)을 시행하지 못한 환자에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지질수치 개선작용도 있다. 주의할 사항으로는 혈관확장효과로 인한 두통 그리고 PDE3와 cAMP 억제로 인한 빈맥(tachycaria)이 있다. 하지만 두통은 일주일 내외로 적응돼 점차 호전되고, 맥박도 적응하면 실로스타졸을 복용하는 데 문제없다. 특히 실로스타졸 서방정 제제의 경우 임상결과를 보면 기존 제제보다 두통 부작용이 대폭 감소해서 임상에서 사용하기 용이해졌다. 항혈소판효과가 아닌 다른 효과를 기대해야 할 경우 부작용을 감내하더라도 실로스타졸을 사용하게 된다. 

- 실로스타졸 급여기준은 어떤가.
아스피린은 저렴해 삭감이 없었다. 다른 항혈소판제를 사용할 경우 삭감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 실로스타졸은 말초혈관질환(PAD) 상병코드나 PAD가 동반된 당뇨병이나 죽상동맥경화증 상병코드가 있으면 1차 처방이 가능하다. 아스피린 대체 이외에도 PAD 증상 완화에는 실로스타졸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PAD가 있으면 관상동맥질환을 동반하는 경우가 70% 이상이므로 PAD 동반 환자에게 있어 실로스타졸은 PAD 증상 완화뿐 아니라 전반적인 혈관질환 관리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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