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내성에 대한 유럽의 전망
데이비드 리버모어
영국 보건성 감염센터

 유럽인들은 의학적 치료를 포함해 많은 면에서 다양하다. 프랑스나 그리스인들은 스웨덴이나 노르웨이 사람들이 사용하는 항생제의 양보다 평균 4배 더 사용하는데, 주로 겨울에 많이 사용하며 대부분 호흡기계 감염으로 인한 것이다(www.esac.ua.ac.be). 의료시스템도 각기 달라 영국에서는 다른 의사에게 진료 받기가 힘들지만 벨기에는 쉽고, 스페인에서는 다른 나라와는 달리 처방전 없이 항생제를 살 수 있다. 영국 대부분의 병원들은 여전히 큰 규모의 `나이팅게일룑 병동을 갖고 있지만, 스칸디나비아에서는 2인용 침실을 사용한다. 이러한 요소들이 내성의 종류와 전파에 영향을 미친다.
 병원균 내성은 항생제 처방이 증가하는 남부와 동부쪽으로 갈수록, 페니실린과 폐렴구균에 대한 외래환자의 처방빈도가 높을수록 현저한 직선상을 나타내며 증가한다. 기후가 따뜻하고 건조해 호흡기계질환이 많지 않은 남부에서 외래환자에게 항생제를 더 많이 처방하는 이유는 문화적 역사와 깊은 관련이 있는 것 같다.
 구교도의 교리는 구원을 성직자와 성찬으로부터 구할 수 있다고 가르치는 반면, 북부 신교도의 교리는 고통은 개인적으로 이겨내야 하는 것이라고 가르치는 것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사소한 감염증에도 의학적 치료를 찾는 현대의 문화적 성향에서도 이 특징이 아직도 나타나는데, 항생제 처방을 매우 엄격하게 제한하려는 것이 북부 신교도의 강한 청교도의 영향일 수도 있다. 엉뚱한 견해일지 모르지만, 폐렴구균에 대한 페니실린 내성률이 높은 북부 지역 국가인 폴란드와 아일랜드(www.earss.rivm.nl)가 구교도라는 것은 주의를 끌만한 사실이다. 한 연구에서는 60㎞ 거리에 있는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네덜란드의 한 도시와 벨기에의 한 도시가 종교의 차이로 항생제 소비가 다름을 보여 주었다.
 이러한 연관관계를 이해하지 못해도 이 연구에서 네덜란드인들은 상기도 염을 `감기` 혹은 `유행성감기`라고 부르고, 벨기에인들은 `기관지염룑이라고 부르는 명백한 차이를 보여주었다.
 메티실린 내성 포도상구균에 대해서는 다른 견해가 떠오르고 있다. 내성의 전파는 대개 병원안에서 이뤄지는데, 지역사회 항생제 사용에 의한 것이 아니라 병원 위생의 붕괴로 촉진돼 스칸디나비아와 네덜란드를 제외한 대부분의 유럽에서 그 발생률이 높은 상태이므로, `찾아서 파괴`하는 정책으로 고위험군 환자를 격리하고 있다.
 1990년대 초까지 영국은 메티실린 내성 포도상구균을 어느 정도통제하였지만 이 정책이 `침상 효율`을 높이기 위한 압력으로 점차 사라져 더욱 강력한 메티실린 내성 포도상구균을 발현시켰다. 남부유럽에서는 이러한 `찾아서 파괴`하는 정책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지는 않은 상태이다.
 최근 EU는 항생제 내성에 관심을 두어, ESAC(European Surveillance of Antibiotic Consumption, 항생제 소비에 관한 유럽조사)와 EARSS(European Antimicrobial Resistance Surveillance System, 유럽 항생제 내성 조사기구)의 주도로 항생제 내성에 대한 자료를 발표하였다. 또한 EUCAST(European Committee on Antimicrobial Susceptibility Testing, 항생제 감수성 시험에 대한 유럽기구)를 통해 유럽의약품평가위원회(www.emea.eu.int)에 의견을 제출하고 있다. EUCAST는 내성이 없는 균주에 대해 약동학적인 원리와 정확한 MIC 범위를 기초로 한 세균의 성장 정지점을 밝혀내면서 미국의 NCCLS와 균형을 이루고 있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EU는 항생제 사용을 촉진하는 동시에 억제하는 입법기관이라는 사실이다. 적어도 덴마크에서는 닭의 위 장구균 내성을 감소시켰고 돼지의 경우는 아니었는데, 이러한 것이 인체 병원균의 내성에 미치는 영향은 여전히 미지수이다. 이런 뜻밖의 결과가 가축류에 치료목적으로 항생제 사용을 증가시키는 것이라고 논쟁하는 이들도 있다.
 그밖에 유전자 변형 농작물에서 변형 유전자가 인체의 병원균을 도와줄지도 모른다는 우려로 항생제 내성 표식자 사용을 제한해, 임상시험에 공식원칙으로 만들어 관리를 강화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유럽연합이 입법기구로서 항생제 안전성을 보증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EU가 관리를 강화함으로써 비용이 증가하고 과정이 복잡하게 되어 생물공학기술과 제약산업의 혁신이 힘들어지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전세계적으로 내성은 많은 병원균에게로 퍼지는 동안, EU가 이러한 경향을 역전시키거나 내성균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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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항생제 내성에 관한 전망
송 재 훈
삼성의료원 감염내과

 매년 전세계에서 사망하는 5700만명의 사망자중 약 20%인 1100만명이 각종 감염질환으로 사망한다. 이는 심혈관계질환에 이은 두번째 주요 사망원인으로 현대 첨단의학의 발전에도 불구, 가장 고전적인 질병인 전염병이 전혀 정복되고 있지 않음을 의미한다. 오히려 매년 신종 전염병이 출현해 인류를 공포에 몰아 넣고 있으며, 2003년의 사스에 이어 현재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조류독감으로 사망자가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전염병의 위협을 더욱 증가시키는 주요 원인중의 하나가 바로 감염질환치료제인 항생제의 효과가 없어지는 내성이다. 항생제 내성은 이미 범세계적인 문제로 날로 심각해지고 있으며,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현재 항생제 내성현황이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위기상황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특히 문제가 가장 심각한 지역은 아시아 국가들임이 최근의 연구를 통해 계속 밝혀지고 있다. 본인이 아시아 국가들을 대상으로 시행해 최근 미국감염학회지 등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폐렴·뇌수막염·중이염의 가장 흔한 원인균인 폐렴구균의 페니실린 내성률이 베트남의 경우 71%·한국 55%·홍콩 43%·대만 39%로 서구에 비해 현저히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또다른 치료제인 에르스로마이신 내성률은 더욱 높아서 베트남 92%·대만 86%·한국 81% 등 아시아 국가들은 이미 위험수위를 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본인의 연구에서 아시아 국가들이 항생제 내성균주를 서로 주고받는 내성균 전파현상이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음이 확인돼 아시아 대륙 전체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예를 들면 페니실린 내성 폐렴구균은 한국·대만·태국·홍콩·일본·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에서 국가간에 교류되고 있음이 확인됐으며, 메티실린 내성 포도상구균도 한국·중국·일본 등이 동일한 균주들을 상호전파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항생제 내성문제에 국제적인 공동연구시스템이 작동해야만 효과적인 대처를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본인은 `항생제 내성감시를 위한 아시아 연합 (ANSORP)`이라는 국제공동 연구기구를 만들어 아시아 13개국의 33개 병원을 네트워크로 연결한 항생제 내성 감시체계를 구축했다. `ANSORP` 는 아시아 지역에서 최초로 결성된 감염연구 분야의 국제적인 연구 시스템으로 한국 의학자가 주도해 조직된 최초의 국제연구기구이기도 하다. `ANSORP`는 이미 지난 수년간 아시아에서 내성의 현황과 내성균의 전파에 관한 국제 공동연구를 주도했으며, 이를 통해 아시아 국가들이 전세계에서 내성문제가 가장 심각한 지역임을 처음으로 규명한 바 있다. 향후 아시아 전역의 120개 이상의 병원을 네트워크로 엮는 대규모 국제기구로 발전할 예정이어서 세계학계의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ANSORP`가 주축이 되어 앞으로 아시아 지역에서 항생제 내성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시행해야 할 전략은 크게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이는 `항생제 내성의 국제적인 감시 활동`, `항생제의 올바른 사용`, `효과적인 병원 감염관리`, `국제공동 연구 활동과 신약의 개발` 등이다. 국제적인 감시 활동은 모든 전략의 핵심적인 기반으로, 아시아 각국에서 주요 병원균의 내성이 어떻게 변화되는지를 확인해 대책을 수립하는 기초정보를 제공한다.
 이를 토대로 항생제를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이 내성출현을 예방하는 데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아시아 국가들에서는 항생제를 무분별하게 오남용하는 경우가 매우 흔하며, 의사의 처방없이 항생제가 마구 사용되는 경우도 흔하다. 항생제의 오남용은 비단 환자치료에서만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라 농축산업에서도 심각한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항생제에 대한 규제가 비교적 엄격한 미국에서조차 가축사료에 섞는 항생제의 80% 정도는 불필요한 사용이라는 보고가 있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에서도 이는 심각한 문제로, 향후 엄밀한 조사과정을 거쳐 관리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또다른 문제점은 가짜 항생제가 많다는 점이다. 가짜 항생제는 전체 항생제의 약 5%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중 70% 정도가 개발도상국에서 사용된다. WHO 통계에 의하면, 가짜 항생제의 51%는 항생물질이 전혀 들어가 있지 않다. 이러한 약이 감염질환의 치료제로 사용되는 경우에는 바로 환자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또한 28%는 항생물질의 함유량이 부족해 적절한 치료가 되지 않음은 물론 항생제 내성을 유도하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항생제의 올바른 사용을 위해서는 각종 교육·홍보·캠페인은 물론 종합적으로 항생제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국가 및 병원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항생제 사용을 규제하는 규정이나 법규를 만든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므로 정책 당국은 해당 학계와 일선 의료기관 및 농축산업 종사자들과 유기적으로 협조해 체계적으로 대처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항생제 내성균의 문제점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는 묘책은 전혀 없는 상태이며, 이미 WHO도 내성이라는 현상의 근본적인 퇴치는 불가능함을 선언한 바 있다. 따라서 ANSORP와 같은 국제연구 시스템이 활성화돼 다국가 공동대처 방안을 준비, 이를 토대로 지속적으로 내성에 대한 여러가지 전략을 실천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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