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기질환 진단 캡슐내시경 "너 없인 안돼"
소장질환 검사선 일차 선택으로 자리매김

이중풍선내시경과 서로 한계 보완
"체내용해캡슐" 배출안되는 문제 해결


 "병원을 찾은 한 여인이 소화기센터 검사실로 향한다. 그녀가 멈춰 선 곳은 다름 아닌 자동판매기 부스 앞. 자신의 진료기록이 담긴 카드를 대자 식도·위·소장·대장·결석 등의 선택화면이 뜬다. 결석을 택한 여인의 손에 쥐어 진 쌀알 만한 크기의 캡슐내시경은 이내 입을 거쳐 소화기 탐사를 시작하고, 환자는 췌장에서 발견된 결석을 화면으로 확인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결석을 분석한 캡슐내시경은 내장된 레이저를 통해 쇄석작업까지 진행한다. 몸에 상처 하나 남기지 않은 여인은 전문의 상담을 마치고 집으로 향한다."

 "APDW 2007" 특별강연자로 참석한 홍콩 중국대학의 조셉 성 박사가 그려 본 캡슐내시경(Capsule Endoscopy, 이하 CE) 시대의 미래모습이다. 먼 훗날을 담은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얘기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난 2001년 이스라엘 "Given Imaging"사에 의해 최초로 보급된 CE는 거듭된 연구와 기술발전을 거치며 인체 모든 장기를 커버하고 치료까지 가능한 전천후 의료병기(兵器)로서의 역할을 향해 빠르게 달려가고 있다.

 CE가 처음 소개됐을 당시는 기존 내시경 검사의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편의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검사를 앞두고 겪어야 할 고통을 떠 올리며 밤새 마음 졸이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CE는 이제 진단의 정확도에서도 효용성을 인정받으며 소화기질환 진료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OGIB 진단에 최적

 "APDW 2007"에서는 현단계에서 CE의 기술수준과 임상적용에 관한 최신동향을 살펴 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Capsule Endoscopy"를 주제로 특별강연에 나선 조셉 성 박사는 이 첨단기술이 소장질환 검사의 일차선택으로 위치를 확고히 했다고 밝혔다. 특히, 원인불명의 위장관출혈(이하 OGIB) 진단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OGIB는 상·하부위장관 내시경 검사 상 음성결과에도 불구하고 출혈이 지속되거나 반복되는 상태를 말한다. 순천향대병원 소화기내과 심찬섭 교수에 따르면, OGIB의 병소는 대부분 소장에서 기인한다. 하지만, 상부위장관이나 대장내시경 검사로는 소장의 부분적인 검사만 가능하며, 밀기법 소장내시경(Push Enteroscopy, 이하 PE) 역시 환자의 불편감이 심하고 합병증 위험과 함께 전체 소장을 관찰할 수 없다는 한계점이 있다.

 반면, CE는 5~7m에 달하는 소장 전체를 비침습적인 방법으로 정확하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OGIB 진단에 유용하고 편리하다. "OGIB 진단시 CE의 사용"에 대해 발표한 인도 란드히르 수드(Randhir Sud, Sir Ganga Ram hospital) 박사는 "2005년 실시된 14개 관련 연구들에 관한 메타분석(총 대상환자 396명)에서 CE와 PE의 진단율이 56% 대 26%로 큰 차이를 보였다"고 밝혔다. 특히, 혈관이나 염증병변의 인식이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는 가톨릭의대 이인석 교수가 전국 대학병원의 OGIB 환자 220명에 대한 CE 검사를 분석한 결과, 평균 75.5%의 진단율을 보인 것으로 발표한 바 있다.

 PE 검사의 단점을 보완한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중풍선내시경(Double Baloon Endoscopy, 이하 DBE)이다.

 DBE는 소장 전체를 비교적 짧은 시간에 검사하면서 검체채취나 치료를 병행할 수 있는 방법이다. 현단계에서 CE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하지만 진단의 측면에서는 CE가 일차선택으로 DBE의 검사·치료효과를 보완할 수 있는 만큼, 두 검사법이 상호 경쟁이 아닌 보완의 관계로 이해돼야 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CE는 아직 움직임 조절이나 치료가 불가능한 비중재적 성격인 반면, 비침습적인 방법으로 소장 전체를 정확하게 볼 수 있다. DBE는 침습적이지만 생검을 비롯해 지혈·용종절제술·점막절제술 등의 치료가 가능한 이점이 있다. 수드 박사는 2005~2007년 사이 두 검사법을 비교한 6개의 연구결과, CE의 진단율이 DBE보다 우수하거나 대등한 것으로 보고됐다고 지적했다. 2007년 실시된 (8개 연구에 관한)메타분석에서도 전체적으로 CE의 진단율이 앞섰다.

 수드 박사는 이와 관련 CE 검사소견이 DBE 검사 및 치료의 안내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중국대학의 와이 륭(Wai K. Leung) 박사는 이같은 연구결과를 근거로, 소장질환 진단시 캡슐내시경을 일차적으로 실시하고 결과가 양성일 경우 DBE를 통해 검사 및 치료를 하는 것이 새로운 동향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실제로 한 연구(Kaffes AJ, et al. GIE 2007)에서 CE를 통해 OGIB로 진단된 환자를 대상으로 DBE 검사 및 치료를 시행한 결과, 80%에서 출혈이 없어진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심찬섭 교수 역시 본지에 게재한 "내시경 진단 치료의 최신진보"에 관한 글에서 "추후 연구를 통해 평가할 수 있겠지만, 두 검사가 상호 보완적인 방법으로 CE를 우선 시행해 DBE 검사가 필요한 대상을 선별한다면 매우 효과적으로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식도·대장검사 캡슐도 개발

 최근 "탑케어코리아"는 이스라엘 "Given Imaging"사의 식도용 CE "PillCam ESO"를 9월부터 발매한다고 발표했다. 캡슐의 양쪽에 카메라가 장착돼 있어 1초에 14장의 영상을 촬영·전송할 수 있도록 고안된 것으로, 2004년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 전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회사측은 식도용 캡슐의 경우 ▲진정제 사용이 필요없고 ▲간편한 동시에 조직손상이 적어 안전하며 ▲검사후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해 환자의 만족도가 높다고 이점을 설명했다. 이외에도 대장검사에 사용되는 CE(PillCam COLON)가 개발돼 현재 FDA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크론병

 심찬섭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협착을 동반하지 않은 크론병이 의심되는 경우 상부위장관·대장내시경 및 방사선 소견상 음성이라도 CE를 통해 진단할 수 있다.

 현재까지 여러 다기관 연구결과, CE를 통한 크론병 진단율이 51~75%에 이른다고 한다. 하지만, 협착이 우려되는 환자에서는 캡슐이 배출되지 않을 경우 수술로 제거해야 하는 등 문제발생의 소지가 논란이 되고 있다. "Given Imaging"사에서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체내에서 용해돼 분해될 수 있는 "Patency" 캡슐을 개발했다. 검사시 캡슐의 체류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다.


치료 영역까지 역할 기대


 현재 CE의 기술수준은 그 적용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가고 있으며,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의 발전으로 화질과 시야각도·관찰영역 등에서 개선이 보고되고 있다. 일례로 차세대 CE로 알려진 "PillCam SB2"의 경우 시야각도가 기존(PillCam SB) 140도에서 156도로 넓어졌으며, 영상의 형태도 이전의 원형에서 8각형 모델로 전환해 점막 관찰영역이 120% 확대됐다<그림>.

 CE는 이제 소화기, 특히 소장질환의 진단에 일차선택으로 자리 잡았으며 점차 여타 기관으로 역할을 넓혀가고 있다.

 여기에 캡슐에 대한 원격조정 기술까지 더해진다면 치료의 영역 또한 더이상 성역이 아니다. 약물을 체내 특정지역에 전달하는 나노로봇 기술, 미량의 체액으로 몇초 안에 질환을 파악하는 바이오칩 기술 등도 생명과학과 함께 캡슐내시경의 미래를 같이 여는 파트너들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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