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 중심 포켓가이드라인 배포·의료진 교육 적극 나서기로


WHO 심혈관질환 예방 가이드라인


















 지구촌 보건을 총괄하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국가와 지역 또는 보건·의료 수준에 관계 없이 임상현장에서 쉽고 간편하게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심혈관질환(CVD) 예방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WHO는 지난달 12일 홈페이지를 통해 전세계 의료진들이 심장발작과 뇌졸중 등 CVD 위험을 파악하고 적절한 치료를 선택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포켓 형식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전세계 어느 곳에서든 적용할 수 있도록 특별히 마련된 최초의 범세계적인 CVD 위험도 측정 및 관리시스템을 표방한다.

 최근 유럽과 북미의 의료 선진국들은 CVD 및 관련 위험인자 관리 목적의 국제 가이드라인을 지속적으로 개정, 발표해 오고 있다.

하지만, 일부 학계에서 논쟁이 진행중이거나 다양한 검사 및 공격적 치료로 고비용을 요하는 최신동향이 반영되다 보니 실제 임상에 적용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지적돼 온 것도 사실이다.

 선진국은 물론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개도국이나 최빈국 등이 적용하기에 실효성 의문이제기되는 이유다.

현실적·실용적 가이드라인 제시

 일례로 올해 발표된 "고혈압 관리 유럽 가이드라인"의 국내적용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실용적인 측면보다는 학문·교육적 측면이 강조돼, 이를 전반적으로 따르고 임상에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최근의 고혈압 가이드라인이 기존보다 광범위하고 다양한 검사와 함께 보다 빠르고 공격적인 약물치료 등 변화를 요구하고 있어 비용문제 등 현실적으로 고려돼야 할 사항이 많다는 것이다.

 여기에 각 지역의 특성이 고려된 권고안으로 인해 대륙간 또는 인종간 지침내용이 차이를 보여 보편적 적용에 있어 임상현장에서 혼선을 야기하는 측면도 배제할 수 없다.

의료진 쉽게 적용 가능하게

 WHO는 이번 가이드라인이 전세계 어느 곳에서든 일괄적용될 수 있도록 고안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도시의 최첨단 의료센터나 열악한 의료환경의 시골을 막론하고 의료진들이 CVD 위험을 쉽게 파악하고 치료할 수 있는 수단이 제공됐다는 설명이다.

 WHO는 이같은 목적을 충실히 수행키 위해 CVD 유병 및 사망률이 높은 반면 의료 인프라 및 재원이 제한적인 개도국을 중심으로, 관계당국과의 협력하에 포켓 가이드라인의 배포와 의료진 교육을 적극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CVD 예방: 위험도 평가 및 관리를 위한 포켓 가이드라인"으로 명명된 이번 가이드라인은 ◇임상적으로 CVD가 확립되지 않은 경우의 일차예방과 ◇관상동맥·뇌혈관 또는 말초혈관질환이 확립된 경우의 이차예방에 대한 권고안을 제시했다.

 심혈관 위험도를 낮춰 관상동맥과 뇌혈관 사건의 예방을 목적으로, 금연·건강식이·운동·BMI(허리둘레) 감소·혈압강하·지질조절·혈당조절·항혈소판 요법 등을 권장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의 자세한 내용은 "http://www.who.int/cardiovascular_diseases"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일차예방

고위험군 치료 신속히 결정돼야

 CVD 예방에 있어 우선순위의 하나는 환자의 위험도 파악이다. 가이드라인은 이 과정에 필요한 표준화된 위험도 측정모델을 제시했다.


하지만, 일부 두드러진 고위험군들은 병력이나 임상적 특성만으로 신속한 치료를 결정해야 한다. CVD가 확립됐거나 개별 위험인자들이 초고위험 수치에 도달한 환자의 경우, 고위험군으로 간주해 위험도 측정 없이도 집중적인 생활습관 개선과 적절한 약물치료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신속한 관리가 요구되는 환자들은 "CVD 확립", "총콜레스테롤(TC) 320mg/dL 이상이나 LDL 콜레스테롤(LDL-C) 240mg/dL 이상 또는 TC 대 HDL 콜레스테롤(HDL-C) 비율 8 초과", "160~170/100~105mmHg 초과의 지속적인 혈압상승", "명확한 신증이나 여타 심각한 신장질환을 동반한 제1·2형당뇨병", "신부전 또는 신장장애" 등의 경우로 규정됐다.

 이외에는 연령·성별·혈압·흡연·TC·당뇨병 등을 통해 10년내 치명적 또는 비치명적 주요 심혈관사건 발생위험을 나타내는 위험도 측정모델의 사용을 권고했다.

 아프리카·미대륙·유럽·중동·서남아시아·서태평양 지역에 따라 다소 차등화된 모델이 제시됐는데, 한국인의 CVD 유병 및 사망 특성이 고려된 고유의 위험도 측정모델 개발은 여전히 시급한 과제로 남아 있다.

 위험도는 10년내 심혈관사건 발생위험에 따라 "저위험군(위험도 10% 미만)", "중등도위험군(10%~20% 미만)", "고위험군(20%~30% 미만)", "초고위험군(30% 이상)"으로 구분됐다. 생활요법이나 약물치료는 이 위험도에 따라 전략이 결정된다.

금연 장려…지방섭취량 총칼로리 30%로

 모든 흡연자들에게 금연이 장려됐다. 금연 결심과 시작 및 전과정에서 전문적인 의료 종사자에 의한 지도가 요구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흡연자의 노력만이 아닌 전문 의료진에 의한 적극적인 금연 컨설팅 전략이 CVD 관리의 주요전략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CVD "고위험군" 이상에서 금연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패한 경우에는 니코틴대체요법 그리고(또는) 노르트리프틸린이나 암페부타몬(부프로피온)이 제공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식이와 관련해 총지방 섭취량은 전체 칼로리의 30%로, 포화지방량은 10% 미만으로 기준이 제시됐다. 최근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는 트랜스지방은 최대한 섭취량을 줄이고, 대부분의 식이지방을 다중(전체 칼로리의 10%까지) 또는 불포화지방산(10~15%)으로 대체해야 한다. 일일 소금 섭취량은 가능하면 5g 미만으로 낮추라는 권고다.

 운동은 일일 최소 30분 가량 간단한 걷기와 같은 중등도 강도의 활동이 강력히 장려됐다. 최근의 국제 가이드라인이 요구하는 운동량과 일치한다. 특히, 식이와 운동이 병용된 생활요법은 과다체중이나 비만 환자의 체중감량에 기여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160/100mmHg 이상 모든 경우 약물치료

 일차예방 권고안은 생활요법을 중심으로 미국이나 유럽의 적극적인 약물치료 권고보다 다소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 혈압만을 기준으로 했을때 무조건적으로 약물치료가 실시되는 항고혈압 요법은 160/100mmHg 이상을 기준으로 삼았다. 해당 기준을 넘는 모든 경우에 특정조건 없이도 항고혈압제가 투여돼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160/100mmHg 이상의 모든 경우 또는 혈압상승 정도가 다소 낮더라도 표적장기 손상시 약물치료와 생활습관 권고가 이뤄져야 한다. 160/90mmHg 이상에 표적장기 손상이 없는 경우는 CVD 전체 위험도에 따른 관리가 요구됐다.

 10년내 CVD 발생위험도에 따른 혈압관리는 140/90mmHg이 약물치료 시작 또는 생활요법 지속의 경계선 역할을 한다. "저"·"중등도위험군"은 140/90mmHg 이상의 혈압상승 지속시 생활요법의 지속과 함께 2~5년 단위(저위험군) 또는 매년 혈압과 CVD 전체 위험도 평가를 주문했다.

 "고위험군"에서 전문 의료진에 의한 4~6개월 기간의 생활요법에도 혈압강하 효과 없이 140/90mmHg 이상이 계속되면 티아자이드계 이뇨제·ACE억제제·칼슘길항제·베타차단제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치료가 고려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항고혈압 요법의 일차선택으로는 저용량 티아자이드계 이뇨제·ACE억제제 또는 칼슘길항제가 언급됐다. 베타차단제의 경우, 여타 항고혈압제와 비교해 다소 열등한 심혈관 보호효과와 당뇨병 부작용 위험이 보고된 최근의 연구결과가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CVD 위험도 30% 이상의 "초고위험군"은 보다 공격적인 치료전략이 구사된다. 130/80mmHg 이상 지속시부터 고위험군에 적용된 약물의 투여가 요구되며, 역시 저용량 티아자이드계 이뇨제·ACE억제제 또는 칼슘길항제가 일차선택으로 권고됐다.

총콜레스테롤 320㎎/dL 이상부터

 지질저하 식이와 스타틴 요법을 적용해야 하는 전반적인 기준으로 총콜레스테롤 320mg/dL 이상이 제시됐다.
 역시 이 선을 넘으면 지질저하 약물치료가 여타 조건에 관계 없이 시작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외의 모든 경우는 CVD 전체 위험도에 근거한 관리가 이뤄진다.

 위험도 30% 미만의 "저·중등도위험군"에게는 지질저하 식이요법으로 권고가 국한됐다. 20~30% 사이의 "고위험군"은 총콜레스테롤 190mg/dL 그리고(또는) LDL콜레스테롤 115mg/dL을 초과하는 40세 이상 연령대의 경우 스타틴 투여를 권장했다.

 "초고위험군"에게는 총콜레스테롤 190mg/dL(25% 감소), LDL콜레스테롤 115mg/dL(30% 감소) 미만을 목표치로 스타틴 요법이 역시 권고됐다.

 가이드라인은 혈당강하 요법과 관련해 생활요법에도 불구하고 공복시 혈당량이 지속적으로 110mg/dL 초과시 메트포르민을 사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스피린+항고혈압제" 비용효과 우수

 WHO 가이드라인이 제시한 CVD 일차예방에서 아스피린 요법은 세심한 관찰과 분석이 요구된다. 이차예방과 달리 일차예방에서 전반적인 사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아직은 명확히 정립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아직 더 많은 연구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WHO가 제시한 CVD 일차예방에서 아스피린 투여의 권고는 위험도에 따라 의역 없이 그대로 소개한다.

 저위험군: 아스피린 치료로 인한 위험이 혜택을 상회한다. 아스피린이 투여되서는 안된다.
 중등도위험군: 아스피린 치료에 의한 혜택이 위험과 균형을 이룬다. 아스피린이 투여되서는 안된다.
 고위험군: 아스피린 치료혜택과 위험 사이의 균형이 명확하지 않다. 아스피린을 투여하지 않아야 할 수도 있다.
 초고위험군: 저용량 아스피린을 투여해야 한다.

 한편, 가이드라인은 항고혈압제와 스타틴 집중요법에 앞서 아스피린과 항고혈압제(저용량 이뇨제) 병용을 CVD 예방에 있어 가장 비용효과적인 약물요법으로 언급했다.

권고에서 제외된 약물요법

 가이드라인은 호르몬대체요법, 바타민 B·C·E, 엽산보조제 등을 심혈관위험도 감소를 위한 요법으로 권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차 예방

 CVD 이차예방을 위한 치료전략은 물론 생활요법이 지속돼야 하지만, 이미 심혈관사건이 발생한 고위험군으로 약물치료 등의 보다 공격적인 관리가 철저히 적용돼야 한다. 생활요법 또한 일차예방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아 약물요법을 위주로 권고사항을 살펴 본다.

140/90mmHg 이상 약물치료 고려

 생활요법에도 불구하고 혈압이 140/90mmHg를 넘을 경우, 약물치료가 고려돼야 한다. 베타차단제와 ACE억제제에 금기가 있거나 혈압강하 효과가 여의치 않을시에는 티아자이드계 이뇨제를 통해 심혈관사건 재발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차예방을 위한 적절한 혈압강하 목표치는 130/80~85mmHg로, 일과성허혈발작(TIA)이나 뇌졸중 환자는 수축기 130mmHg·확장기 80~85mmHg 미만으로 제시했다.

모든 CHD환자에 스타틴요법 권고

 모든 관상동맥질환(CHD) 환자에게 스타틴 요법이 권고됐다. 이는 일생동안 지속돼야 하며, 초기에 고위험군이 환자들이 특별히 혜택의 가능성이 높다. 스타틴 요법은 모든 뇌혈관질환(CeVD) 환자, 특히 CHD 확립의 증거가 있는 경우에도 권장됐다.

 목표치는 총콜레스테롤 152mg/dL(25% 감소), LDL콜레스테롤 77mg/dL(30% 감소) 미만으로 각각 규정했다.
 스타틴 대체나 추가요법 등 여타 지질저하제에 대한 권고는 없었다.

공복혈당 110㎎/dL 초과지속때 약물 요법

 혈당강하제로는 공복시 혈당량 110mg/dL 초과 지속시 메트포르민 그리고(또는) 인슐린 요법이 적절한 선택으로 이름을 올렸다.

금기없는 한 아스피린 권고

 CVD 이차예방을 위한 아스피린 요법에 대한 권고는 명확하다. CHD가 확립된 모든 환자에게 아스피린 요법이 금기가 없는 한 정기적으로, 초기에, 장기간 사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TIA나 뇌졸중 환자의 경우 뇌허혈 또는 뇌경색 위험을 고려해 일생동안의 장기간 아스피린 요법이 권고될 수 있다는 견해다.

심근경색후 환자 ACE억제제 투여

 가이드라인은 심근경색 후의 모든 환자에게 ACE억제제를 가능한 신속하게 장기간 투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좌심실기능장애 환자에서 혜택이 두드러진다는 설명이다.

 베타차단제 또한 심근경색 병력과 심부전을 야기하는 주요 좌심실기능장애 환자에게 권고됐다. 치료는 심각한 부작용이 없는 한 심근경색 후 최소 1~2년간, 경우에 따라 일생동안 처방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관상동맥우회술 보조수단 고려를

 중등도~고위험군 환자에서 관상동맥우회술(CABG)이 아스피린·지질저하제·ACE억제제·베타차단제 등 최적 약물요법의 보조수단으로 고려돼야 한다는 견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안정형 협심증 환자에서 수술적 요법이 약물치료와 비교해 유의한 심혈관사건 예방효과가 없다는 최근의 연구결과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경피적관상동맥성형술(PTCA) 역시 이미 최적 약물치료를 받고 있는 불응성 협심증 환자의 증상완화를 위해 고려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권고에서 제외된 약물요법

 가이드라인은 현재까지의 과학적 검증자료를 근거로, 제1형 항부정맥제·칼슘길항제·항산화비타민제·엽산·호르몬대체요법 등은 CHD 또는 CeVD 환자에게 권고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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