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학 맞는 새 급여체계 마련을

전문가 참여통한 국민 위한 사회적 합의 필요

 "국민건강보험법령은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거나 질병의 진료를 직접 목적으로 하지 않는 경우 등을 비급여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미용 목적이 아니라면 비만치료도 건강보험 급여대상으로 봐야 한다."

 이는 의사가 비만 환자에게 급여대상 의약품을 처방해 업무정지 처분을 받고 복지부장관을 대상으로 제기한 업무정지처분취소소송에 대해 지난 8월 서울행정법원이 내린 판결이다.

 임의비급여 문제로 의료계가 들썩이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우리나라 건강보험 급여정책과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법의 규정보다는 치료에 비중을 둔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건강보험이 도입된 지난 30년간 급여정책의 불합리성을 지적하며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높여 왔다.

 하지만 올해 건강보험 도입 30년을 맞아 정부가 건강보장 30년을 조명하고 비전을 제시하는 심포지엄 등을 개최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환자 진료와 국민건강 지킴이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의사들의 급여정책에 대한 볼멘소리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제는 건강보험 재정 파탄 이후 건강보험의 틀을 확 바꿔야 한다며 아예 이 제도를 환자 진료를 가로막는 걸림돌로 인식하는 등 불만이 크게 증폭되고 있다.

 의료계는 급여정책의 방향은 생명존중에 있어야 하는데 잘못된 급여정책으로 환자들의 소중한 생명이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경고한다. 의료시장 개방으로 무한경쟁시대에 접어들고 외국 의료기관이 국내에 상륙하는 등 환경 변화가 잇따르고 있는데도 시대에 뒤떨어진 급여기준에 얽매여 의학수준을 후진국형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의학적 발전이 반영된 급여기준만이 우리 의료의 경쟁력 향상은 물론 적정 진료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현대의학 수준과 부합하는 급여기준 마련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적절한 치료를 위해서 고가약을 투약하면 조정된다는 의료계의 일반적 정서를 방지하기 위해 급여기준 개선 전에 진료를 위해 고가약 등을 사용할 때 사전질의시스템을 가동, 신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제안도 하고 있다.

 또 의료계는 임상의학적 필요성, 의료혜택의 형평성, 의료자원 효율성의 조화를 통한 보장성 강화의 우선 순위를 선정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임상의학적 필요성이 결여된 예로 지난해 6월 식대 보험급여를, 의료혜택의 형평성이 저해된 예로 외래 경증질환 정률제 추진을, 의료자원의 효율성 저해의 예로 질환 중심의 보장성 강화로 인한 의료기관 고유의 특성 소멸 등을 각각 들고 이의 개선이 있어야 국민 건강이 바로 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모든 급여정책이 정부 주도로 결정되는데 관련 전문가가 계획 수립부터 참여, 논의와 협의를 하는 등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보험급여 확대시 비용효과성 등에 대해 의학적 전문성과 경제성에 입각한 평가가 이뤄지고 보장성 강화의 우선순위 선정의 합리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재정 안정화에 근거한 점진적 확대도 전문가와의 논의와 합의를 거쳐야 양적·질적 보장성 강화가 조화를 이뤄 성공하는 급여정책으로 국민을 위한 진정한 건강보험제도가 될 수 있다.

 특히 의료계는 저부담 저수가 체계에서 적정급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필수의료와 부가적의료로 구분하고 선택과 집중에 기초한 보장성의 내실화도 필요충분조건이라고 말하고 있다.

 양질의 의료에 대한 국민적 욕구가 증대되고 있는 만큼 이같은 개선 방안만이 날로 커져가고 있는 의료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부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의료적 임의비급여에 대해서도 의학적 근거를 토대로 합리적 절차에 의한 급여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의료계 주장과 국민이 원하는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정책의 일관성과 연속성이 중요하다.
 복지부는 전문성을 강화시키기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급여 정책의 올바른 장단기로드맵을 그릴 수 있도록 전문가 육성에 나서야 한다.

 본지는 이번 급여문제에 대한 기획보도에서 성모병원 임의비급여 문제로 야기된 급여정책에 대한 논란과 문제점을 지적하고 앞으로의 대책 등을 다루면서 각 학회 보험이사 등으로부터 급여정책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제시하고, 급여정책의 개선 방안에 대한 의료계의 목소리를 담았다.

 이번 기획이 보험 당국자, 의료기관, 의사 모두가 건강보험의 도입 목적에 부합되도록 질병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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