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계 CEO 평생주치의로 나서

CEO 전용 고위과정 개설…체계적 평생건강관리
나이 맞는 질병코드 찾아내 실질적 정보제공
대학 산학협력, 발전기금 쾌척 등 부수효과 "톡톡"



전문 경영인 및 관리자, 정부기관 고위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순천향대 건강과학대학원 건강관리 CEO과정은 연 2회, 학기 당 60명 내외의 수강생으로 운영된다. 사진은 지난해 8기 고위과정 수강생들.


 대학에서 관련 분야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고위과정이 붐을 이루고 있다. 보건계열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대 등 보건대학원 및 대학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대학들은 물론 국립암센터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정부기관도 가세해 보다 전문적인 정보를 제공해줌과 동시에 인적 네트워크 구성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보건정책, 보험실무, 의료경영 등 테마도 다양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학에서 운영하는 병원을 십분 활용해 기업 경영자들과의 연계를 강화하는 사례가 있다. 순천향대 건강과학대학원에서 운영하는 건강과학 CEO과정이 그것. 고위과정을 수료한 VIP들을 병원의 평생고객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순천향대 건강과학 CEO과정의 가장 큰 특징은 정책이나 경영 등 전문지식 습득이 아닌 건강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 CEO전용 건강관리 프로그램이라고도 일컬어지는 이 과정에서는 건강 교육은 물론 부속병원을 통한 건강검진, 유명 의료진과의 주치의 결연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CEO들의 평생건강을 책임진다. 이항재 순천향대 건강과학대학원장은 "순천향대병원이 30주년을 맞던 2003년 무언가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것"이라며 "경영자가 건강해야 기업이 건강하고, 기업이 건강해야 나라가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과정을 마친 CEO들이 순천향대병원의 단골고객이 될 것이라는 사실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전문 경영인 및 관리자, 정부기관 고위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이 과정은 연 2회, 학기 당 60명 내외의 수강생으로 운영된다. 10기에 이르는 4년여의 기간 동안 조정남 SK텔레콤 부회장, 이상달 삼남개발 회장, 김순진 놀부 회장, 최병오 형지어패럴 사장, 김재철 전 한국무역협회장, 도달기 NH투자증권 부사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CEO 600여명이 수강했다. 과정은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순천향대병원에서 진행되며, 교육기간 중 수강생 부부가 무료로 종합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고, 병원을 이용할 경우 할인혜택도 주어진다. 또, 수업시작 전 혈압이나 당뇨, 시력 등 기초적인 건강 체크도 진행한다<사진 참조>. 순천향대병원 의료진과 1:1 평생 주치의 결연을 맺어주는 것도 이 과정만의 특징. 입학 후 진행되는 건강검진 결과를 바탕으로 주치의를 선정한 후, 주치의 결연식에서 담당 주치의들로부터 평생 무료진료카드를 받는다. 이를 통해 CEO들은 주치의인 병원 교수들에게 건강상담은 물론 진료에 이르기까지 시스템화 된 상시적 건강관리서비스를 평생 제공받을 수 있는 것이다.

 주치의로는 김성구 원장을 비롯, 신원한 부천병원장, 장혁순 대한이비인후과학회 이사장, 이민혁 대한유방암학회 이사장, 조주연 대한가정의학회 이사장 등 수십 명에 이르는 순천향대병원 의료진이 참여하고 있다. 주치의 이외에도 병원에 전담 코디네이터 2명이 배치돼 내원할 경우 예약부터 병원을 나설 때까지 모든 과정을 도와주며, CEO의 가족들도 동일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몸이 불편할 때 굳이 다른 병원을 찾을 이유가 없는 것. 이 대학원장은 "CEO라면 언제든 연락할 수 있는 주치의와 언제든 입원가능한 병원이 필수적"이라며 "모든 원우들을 가족처럼 생각하며 최대한의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의 내용도 건강관리를 위한 체계적인 정보 제공에 집중하고 있다. 수강생 대부분이 50~60대인 만큼 그 나이 대에 자주 발병하는 질환을 중심으로 예방과 관리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

 6개월에 걸쳐 진행되는 과정에서는 동맥경화와 뇌졸중, 고혈압, 간, 암, 소화기, 협심증, 호르몬, 골다공증, 당뇨병, 스트레스 등 발병빈도가 높은 질환에 대한 전문적인 정보를 제공하며, 골프 및 기체조, 금연체조 등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건강관리 비법도 소개한다. 강의는 90% 이상 순천향의대 교수들이 진행한다. 수강생 대부분이 경영자라는 점을 감안, 경영정보는 물론 업무지식과 쉽게 접할 수 없는 정치 경제 및 문화 관련 최근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특강도 병행된다.

 홍보를 위해 따로 하고 있는 것은 없다고. 이 대학원장은 "지원자 대부분이 다녀간 동문들의 추천으로 찾고 있다"며 "한 학기에 500만원 안팎인 등록금으로 6개월 과정 교육에 부부 두명의 건강검진까지 제공하는 만큼 크게 부담되는 금액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건강검진뿐 아니라 교육과정에도 부부 모두 참여할 수 있다.

 실제로 이 과정으로 부수효과를 얻는 곳은 병원만이 아니다.

 과정에 참여한 CEO들이 자발적으로 동문회를 구성해 병원은 물론 대학에도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것. 발전기금 기탁은 물론 CEO가 운영하는 기업에 순천향대 학생들을 인턴으로 채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작은 시도가 정착되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성균관대와 인하대 등 비슷한 과정을 운영하는 후발주자들이 속속 등장하는 것도 당연하다.

 건강과학 CEO과정은 좋은 아이디어 하나가 얼마만큼의 파급효과를 낼 수 있는지 보여준 사례다.

 의외의 것에서 예상치 못한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참신한 시도를 많이 하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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