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늦으면 손실…"빠른 효과" 고려해 선택
"단극성"·"양극성" 감별진단 가장 주의해야


 2003년 이후 자살인구가 교통사고 사망인구를 넘어섰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05년 국내 자살인구는 10만명당 24.2명이었고 70~80%가 우울증이 원인이었다.
 현재 국내 우울증 유병률은 15%에 달한다. 우울증이 치료를 통해 개선될 수 있는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기에 보다 큰 사회적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

 우울증의 병태생리가 근본적으로 아직 해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완전하지는 않지만 다양한 약물의 등장으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그렇다면 임상의들은 어떤 기준을 가지고 약물을 선택하고 있을까? 텍사스주 치료약 알고리즘, 미국 정신의학회 가이드라인 등이 존재하지만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지는 못하고 있다.

 반가운 소식은 최근 국내에서 이같은 가이드라인을 만들려는 시도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항우울제의 특징과 선택기준에 대해 살펴보자<표>.



 우울증은 일반적으로 두가지 양상으로 분류되고 사용 약물에도 차이가 있다. 먼저 불안·초조를 특징으로 하는 타입은 진정(sedation)을 목표로 하며 NaSSA, TCA를 사용한다. 반면 무기력을 호소하지만 감정반응이 있는 타입의 경우 활력(activation)을 목표로 SSRI, SNRI, DNRI를 사용한다.

 분당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하태욱 교수는 "그러나 이와 같은 분류는 일부 주장일뿐 근거는 명확하지 않다"고 말한다.

 MAOI
 하태욱 교수는 비가역적·비선택적 MAOI가 우리나라에서 거의 사용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오래된 약물이기도 하지만 티라민과 상호작용이 있어 김치와 같은 발효식품과 같이 먹으면 hypertensive crisis가 올 수 있기에 사용을 꺼려왔다"고 말한다. 반면 가역적·선택적 MAOI는 비정형 양상을 보이는 환자나 기타 항우울제 치료에 실패한 환자에 효과적일 수 있다.


 TCA
 TCA는 과거 우울증 치료에 있어 주력약물이었다. 다양한 활성아민에 작용하므로 부작용도 다양한데 항콜린성 부작용이 특징적으로 구갈, 배뇨장애, 변비 등을 동반한다<그림>. 심질환이 있는 노인 환자에서는 특히 주의가 필요한데, 이는 TCA가 노르에피네프린에도 작용하여 과량복용시 심혈관계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혈압을 모니터링하며 사용할 것이 요구된다.
 삼차 아민의 경우 부작용이 보다 심하기 때문에 노인에서는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다. 부작용이 적은 nortriptyline과 desipramine같은 이차 아민이 먼저 선택될 수 있는 TCA로 추천된다.

 SSRI
 TCA의 부작용으로 인한 사용한계의 대안으로 SSRI가 등장했고 그 후 새로운 약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SSRI와 TCA의 효능은 거의 동일하다고 대부분의 연구가 보고하고 있고 1일 1회 투약으로 약물에 대한 순응도를 높였다. SSRI 계열내 약물은 효능과 부작용이 대동소이하다.
 SSRI계열 약의 시초는 1988년 출현한 프로작이다. 한때는 커피보다 안전하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happy drug로서 명성을 얻었으며 2001년 특허가 만료되어 generic 약품들이 출현했다. SSRI는 현재 우울증 외에도 강박증, 공황장애, 범불안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사회불안증으로 그 영역을 확장시켜 가고 있다. 그러나 남용은 곤란하다. 드물지만 부작용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오심, 구토, 설사와 같은 비교적 흔한 소화기계 부작용뿐 아니라 불면증, 진정, 복용 초기 불안, 경련, 발한, 빈맥, 운동실조증, 유즙분비, 추체외로 증상 등이 나타날 수 있다.
 SSRI의 가장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전문가들은 성욕저하, 사정불가, 오르가즘 감소와 같은 성기능 장애를 지목한다. 인제의대 일산백병원 신경정신과 박영민 교수는 "성기능 장애는 약물의 순응도를 줄일 수 있으므로 세로토닌과 관련이 없는 DNRI로 전환 또는 병용하거나 성기능 촉진제와 병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성적으로 활발한 나이의 남성은 아예 초기부터 DNRI를 처방할 수도 있다.
 매우 드물기는 하지만 세로토닌 증후군도 주의해야 한다. 세로토닌 신경전달을 증강시키는 2개 이상 약물을 병용하거나 과용시 발생하고, SSRI를 MAOI와 병용, SSRI와 리튬 병용, SSRI 투약 후 MAOI를 투약한 경우에도 보고되어 왔다.
 그렇기에 이들 약물은 병용하지 않고, SSRI의 긴 반감기 때문에 투약중지로부터 MAOI 투약 개시까지 약물에 따라 2~5주가 경과해야 한다. 이 증후군은 노인에서 흔히 나타나며 의식변화, 신경-근 이상, 자율신경계 이상과 같은 증상을 동반한다.
 SSRI 투약 중단시 금단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SSRI discontinuation syndrome).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투약중단시 tapering이 중요하다.
 얼마전 SSRI가 자살위험을 높인다는 연구를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다룬 후 우울증 환자들이 임의로 약을 끊는 등 한바탕 소동이 있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약물 때문인지 질환 때문인지 확인이 안되는 부분이라며 치료에 대한 환자의 임의결정에 경고 메시지를 전한다.
 하태욱 교수는 정신과 의사들이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단극성 우울증과 양극성 우울증의 감별진단이라고 말한다. 조울증 환자가 항우울제를 복용할 경우 기분이 더 불안정해지고 충동적이 되어 자살의 개연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박영민 교수는 SSRI가 부작용이 적은 약물이기에 가벼운 우울감에도 약물치료를 시작하는 경향이 있음을 우려하며 부작용이 적다고는 하지만 신중한 약물치료가 요구됨을 강조한다. 박 교수는 경미한 우울증에는 생활환경 전환 및 인지행동치료를 먼저 실시함으로써 "정신적 면역력"을 키워줄 것을 권고했다.

 DNRI
 다른 항우울제 복용으로 성기능 부전 및 소화기계 부작용을 겪고 있는 환자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두통, 과량복용시 경련·발작, 불면증의 부작용이 있다.
 Bupropion은 최근 금연클리닉에서 금연 치료제로서도 사용되고 있다.

 SNRI
 SSRI 이후 선보인 여러 약물중 SNRI는 행복감을 고양하는 "세로토닌"과 각성·흥분을 유발하는 "노르아드레날린"의 농도를 높여 우울증을 개선한다. 효능과 부작용은 SSRI와 유사하나 작용발현이 조금 빠른 것이 특징이다. Venlafaxine은 용량에 따라 작용하는 기전이 달라진다. 저용량에서는 세로토닌의 재흡수를 방해하는 작용을 주로 하나 용량이 높아지면 노르아드레날린과 도파민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한 용량증가에 따라 고혈압이 나타날 수 있기에 기저혈압이 높은 노인 환자에서는 주의해야 한다.

 NaSSA
 비교적 최근에 개발된 NaSSA(Noradrenergic and specific serotonergic antidepressant)는 세로토닌의 특정 아형만 차단하므로 SSRI의 일반적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다. 히스타민 차단으로 인한 졸음 부작용은 기타 항우울제가 수면제와 같이 병합치료 하게 되는 단점을 해결했다.

 효과적인 치료를 위한 Tip

 우울증 환자의 효과적인 치료법에 대해 두 전문가에게 물었다. 박영민 교수는 "항우울 효능에 있어 TCA 이후 개발된 모든 약물이 유사하므로 환자의 양상, 생활환경, 부작용 등을 고려해 약물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박 교수에 의하면 우울증의 기본 치료지침은 단일요법이다. 그러나 효과가 부진한 경우 다른 계열로 전환할 수 있고, 두가지 계열의 항우울제를 투약하는 병합요법, 항우울제와 기타 약물을 병용하는 강화요법까지 단계적으로 진행한다. 강화요법에 사용하는 약물로는 갑상선 호르몬(T3), 중추신경자극제(methylphenidate, dextroamphetamine), 기분안정제(lithium), 항불안제(buspirone), 소량의 비정형 항정신병 약물(risperidone) 등이 있으며 원인·증상 및 이전 사용약물을 고려해 병용한다.

 하태욱 교수는 "빨리 낫게 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치료가 지연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개인적·사회적 손실과 자살위험 증가 때문이다. 그렇기에 "빠른 개선"도 약물선택시 고려해야 할 인자라고 말한다. SSRI 중 나중에 출현한 paroxetine과 NaSSA 계열 약물인 mirtazapine의 경우 기타 항우울제보다 약효발현시간이 빠르므로 항우울제의 효능이 거의 동등함을 감안한다면 우선 선택약물로 고려할 수도 있다. 또한 초기부터 강화요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도움말; 인제의대 일산백병원 신경정신과 박영민 교수, 분당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하태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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