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청 내년 현실화 방침에도 업계 손놓고 있어
수익자부담금제 도입 장기적 검토 과제


 정부가 2008년부터 의약품 허가·심사 수수료를 현실화하기 위해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있지만 제약업체들은 이에 대한 준비를 하지 않고 있어 제도가 시행되면 큰 혼란이 예상된다.

 특히 약제비적정화 방안, 새로운 GMP제도, 생동성시험 기준 강화 등 지난 1~2년간 의약품인허가와 관련한 제도가 빠르게 변하고 있는 만큼 적절한 대응책을 찾지 않을 경우 경쟁력이 퇴보할 수 있다는 일부 지적도 있어 적극적인 관심과 대처가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올 초 업무보고를 통해 연내에 의약품 허가·심사 수수료 현실화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고 제도를 정비 내년부터 본격 시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식약청은 현재 국내 의약품 허가·심사 수수료가 매우 낮은 상태인 만큼 이를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입장이다.

 식약청은 각국 허가 수수료 비교와 국내 허가심사업무 원가 계산을 통해 적정수준의 수수료로 인상하는 것으로, 증가된 수입금을 전문 심사인력 확보에 활용 심사의 전문성과 보다 효율적이고 빠른 허가·심사 업무 제도를 정비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허가·심사 수수료 현실화 방안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식약청 의약품안전정책팀 강백원 사무관은 지난 1992년에 책정된 허가·심사 수수료가 책정 이후 한번도 변한적이 없어 물가 인상률을 반영한 수수료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식약청이 지난 2005년 한국의약품법규학회에 의뢰해 작성된 "의약품 허가 등 민원업무 원가분석 및 수수료 현실화 방안" 용역연구보고서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이 상당부분 지적됐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별 신약허가 수수료는 단계별·토탈개념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우리 나라의 경우 6만원인데 비해 미국은 최대 9억2천만원, 유럽 1억3천만원, 일본 1억6천만원으로 조사돼 불필요한 행정업무 부하를 줄이기 위해 선진국 수준의 수수료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강백원 사무관은 "의약품허가 심사 수수료 현실화는 무분별한 허가서 제출이나 무성의하고, 부실한 허가 자료 제출 남발을 우선적으로 차단하는 것에 있다"며 "효율적인 허가 심사 업무는 곧 제약업체 입장에서도 빠른 행정 처리 결과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식약청은 현재 모 회계법인에 의약품 허가·심사 업무에 대한 원가분석 연구용역과제를 의뢰했으며, 오는 11월 30일 연구 결과가 나오는대로 관련 업체 공청회 등을 통해 연내에 제도 시행 방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본지가 국내 주요 제약사 인허가 업무 실무담당자들을 취재한 결과 허가·심사 수수료 인상에 관한 내용을 처음 듣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관련 업계는 정보가 전무한 상태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결국 수익자부담금제도로 제도가 변경된다면 국내 제약업체보다 다국적 기업이 보다 더 관심을 갖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현재 제출하는 허가·심사 자료를 보다 충실히 한다는 점과 정부의 빠른 행정 처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찬성하지만 오히려 수수료 인상이 제약회사에 부담이 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진단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강 사무관은 제도 시행전 공청회나 관련 업체 공문 발송 등을 통해 실현 가능한 정도의 수수료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며, 원가분석에 대한 연구용역 결과 도출 이전에 식약청 나름의 제도 시행방안을 만들어 관련업계 의견도 수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허가·심사 수수료 인상이 제품 가격에 반영된다거나, 제약업체가 수수료 인상을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시키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다"며 "충분한 제도 준비를 할 예정인 만큼 제약업체도 나름의 준비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장기적 관점에서 미국 FDA의 의약품허가신청자 비용부담법(Prescription Drug User Fee Act)과 유사한 형태의 수익자부담금제도(User Fee) 도입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강 사무관은 정부차원에서 수익자부담금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은 아직 없다며, 미국과 우리의 의약품인허가 제도가 매우 다른 만큼 전문인력 확보 등 인프라 구축, 관련 업계의 충분한 사전 준비 등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제도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 사무관은 수수료 인상은 연간 5만건을 상회하는 의약품 관련 각종 인허가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이지만, 장기적으로 미국과 같은 수익자부담금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 제약업체 관계자는 수익자부담금제가 시행되기 위해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는데 실제 국내 제약회사들은 제도 도입을 위한 어떠한 준비도 없는 상태라며 제도를 도입하겠다면 정부의 일방적 끌고가기 식이 아니라 업체와 함께 풀어가는 방식이 보다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강 사무관도 "수익자부담금제도가 기존 허가·심사 제도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인프라 구축 등 단계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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