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젊은 과학도들과 학문 연구 열정 나눠














나 희 삼
전남의대 조교
미생물학교실


 금년 57회 린다우 학회는 생리학 또는 의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와의 모임이었다. 지난해 12월 박사 졸업 논문을 마무리 할 즈음 학장께서 "린다우 학회"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함께 신청해 볼 것을 권유하셨다.

"린다우 학회"란 무엇일까? 충분한 시간이 없어 자세히 알아볼 겨를도 없이 먼저 신청서를 작성하여 한국과학재단에 필요한 서류를 보냈다.

그렇게 해서 린다우로의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한국의 젊은 과학도들이 이 학회에 참가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4년 전 2004년도 제54회부터이며 성애병원 펫 센터 박용휘 명예교수님이 그 길을 개척하셨다.












린다우 학회 참여 등록을 마치고 박용휘 교수님(사진 왼쪽에서 네번째)을 비롯한 참가자들과 한 기념촬영.


어색한 첫만남과 당황스런 면접
출국 전 발표자들 초록·논문 살펴


 작년에 제출한 신청서가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하던 중 2차 면접을 위해 대전 한국과학재단에 방문해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일단 서류에서는 합격을 한 것이다.

1월 17일 한국과학재단에 모두 8명이 면접을 보기 위해 모였다. 어색한 첫 만남. 면접은 먼저 전공에 관한 질문과 원어인의 영어면접으로 구성되었다. 전공 면접에서 무엇을 전공하였는지에 대한 질문에 면역학이라 대답했다.

 그럼 면역학 분야에서 노벨상 받은 사람이 있는지 다시 물어 봤을 때 당황스러웠다. 준비가 부족했다.

작년까지는 전공분야 업적이 큰 영향을 미쳤지만 학회에 참가했던 학생들의 참여가 활발하지 않은 것 같다는 린다우 위원회의 의견으로 원어민 면접을 추가하였다는 설명이 있었다.

 4월초, 최종적으로 선발되어 5월 10일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오리엔테이션에는 린다우 학술대사 박용휘 교수님, 인솔자 이종현 박사님 그리고 참가자로 나를 포함하여 김연주, 안성준, 양후이 씨가 참가하였다.

박용휘 교수님의 환영말씀과 린다우 학회에 대한 소개에 이어 참가단원의 자기소개가 이어졌다. 그리고 미팅참가와 관련된 준비 및 유의사항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린다우에 가게 되었다는 실감이 조금 들기 시작하였다. 무엇을 준비하는게 좋을까 생각해보았다. 발표자에 대한 배경과 그들이 최근 집필한 논문을 한편씩은 읽어보는게 좋을것 같았다.

 참가자들에 대한 인적사항과 업적 그리고 발표 초록은 린다우 미팅 홈페이지(www.lindau-nobel.de)에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출국하기 전 마지막 주에는 실험을 마무리 하면서 그들의 초록과 논문을 보았다. 물론 모두 바쁘지만 한번 정도 더 모여서 린다우 미팅에 참가하는 사람들에 대한 소개를 나누는 기회가 있었다면 미팅에 대한 준비가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인천공항에 모두 모였다. 아직 긴장되기도 하고 서먹하기도 하다.

Lufthansa 항공기를 타고 프랑크프루트 경유 조그마한 항공기를 타고 Friedrich-schafen으로 이동했다. 다시 택시를 타고 목적지인 린다우에 드디어 도착! 한국보다 위도가 크게 높기 때문에 저녁 9시가 넘었는데도 해가 완전히 지지 않아 평온한 보덴 호가 우리를 맞이하였다. 낯선 이국땅에서의 1주일이 시작되었다.















미팅 첫날. 이른 시간이지만 주 회의장에는 많은 학생들이 벌써 자리를 잡고 강연을 준비하고 있다.


낯선 이국땅에서의 첫날
"과학과 인간성" 주제 패널토론


 오전에 등록을 하고 오후에는 개회식과 환영회가 있다. 숙소에서 10여분 걸어가면 등록과 학회가 열리는 Inselhalle가 있다.

Inselhalle는 단아한 외관과는 달리 안에는 500여명이 넘는 학생과 100명이 되는 초청연자, 교수, 외국대사, 보도진 등을 모두 수용할 수 있었다.

10시경에 등록을 마치고 나서 간단한 기념사진을 촬영한 후 린다우를 둘러볼 수 있었다. 조그마한 섬을 한 바퀴 도는 데는 30분 정도면 충분하였다. 화창한 여름 날씨와 선선히 부는 바람이 우리를 맞이했다.

 오후 3시가 조금 넘어 개회식을 위해 다시 회의장을 찾았다. 세계 각지에서 찾아든 학생들과 초청 인사들로 회의장이 북적였다.

 개회식은 10살 조금 넘어 보이는 어린 바이올리니스트에 의한 Kreiler의 "Prelude and allegro in the style of Paganani"의 연주로 시작하였다.

 간단한 개회 선언과 작년에 작고한 노벨상 수상자들에 대한 묵념 그리고 환영사로 이어졌다. 패널 토론에 앞서 쇼팽의 Etude C sharp minor No.4 Op.10이, 현재 베를린에서 공부하고 있는 한국학생 피아니스트 최하선의 연주가 있었다. 짧지만 경쾌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연주였다. 패널 토론에서는 "과학과 인간성"에 대한 토론이 있었다.

먼저 패널 각자의 의견을 간단히 발표한 후 서로 토론하는 형식으로 진행이 되었다. 과학이 사회에 대해 어떤 의무를 지니는가, 과학자로서 연구에 임하는 태도 등에 대한 의견이 교환되는 토론이었다.

그러나 과학에 대한 정의가 일치하지 않고 그에 따라 과학자의 연구결과가 인간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의견도 분분했다. 개회식의 끝은 베토벤의 Piano trio C minor op.1 No. 3으로 마무리 되었다. 환영회는 600여명이 모두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지 않아 몇몇 그룹으로 나뉘어 진행이 되었다.

 우리 테이블에는 미국, 스위스, 그리고 아프리카 어떤 나라(생소하여 기억하지 못한 것을 미안하게 생각합니다)에서 참가한 학생들이 동석을 하였다.

 서로 참가하게 된 배경, 학교생활, 연구내용 등을 나누며 즐거운 이야기의 꽃을 피웠다.

설레는 맘으로 시작된 첫 미팅

 드디어 린다우 미팅 첫날. 설레는 마음으로 주 회의장을 아침 일찍 찾았다. 많은 학생들이 벌써 자리를 잡고 아침에 있을 강연을 준비하고 있었다.

 첫 연자는 2006년에 수상한 Craig Mello 교수였다. 처음 dsDNA를 C. elegans에 주입하는 실험을 했던 그가 dsRNA를 주입한 결과 동일한 mRNA의 발현이 현저히 감소하는 현상을 발견하였다.

1980년 후반에 발견된 이 사실은 20년이 지난 지금 유전자조절과 관련된 많은 실험의 중요한 도구가 되었다. 너무 어렵지도 너무 쉽지도 않으면서 그의 최근 실험 결과까지 포함한 강의는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감명 깊은 강의였다.

 다음은 1998년 Nitric Oxide를 발견한 Ferid Murad로 이어졌다. Ferid Murad교수의 강의는 15분 동안 자신의 발견을 쉽게 이해시키고자 만들었던 동영상을 보여주면서 시작하였다.

자신의 연구를 어렵게 꾸미기 보다는 어린 아이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그의 고민은 자연을 연구하는 우리가 사회에 우리의 연구 성과를 쉽게 이해시키는 모범이 되었다고 믿는다. 커피 한잔 후에 다음 연자로 이어진 후 오전 강의가 끝났다.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오전의 강사들을 중심으로 학생들과의 토론이 이어진다. 이 토론은 보통 학회에서는 보기 힘든 매우 독특하면서 중요한 시간이다. 이 시간에는 강의 내용뿐만 아니라 자신이 실험하면서 고민하였던 것, 사회적인 문제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눌 수 있었다.

 나는 Murad 교수의 토론에 참가하였다. 그는 Nitric Oxide에 관한 질문에 그가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상세히 설명해주었다. 겸손하고 열정적으로 연구에 임하는 그의 모습이 너무도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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