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진 호

동국의대 교수 / 동국대 일산병원 내과


5단계로 나눠 연구…모든 분야 자발적 참여해야

 약물 사용에 따른 위해는 일반인 나아가서는 의료인들이 인식하는 이상으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의 보고에 따르면, 사망원인 중 6위까지 차지하고, 입원 환자의 6.7%는 심각한 약물 부작용을 겪었고, 0.32%는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약물 위해는 전 세계적인 문제로, 의학적인 측면을 넘어 사회적인 문제로 발전하고 있다. 약물 사용에 따른 위해는 인간의 실수로 생기는 과오 뿐 아니라, 인지하지 못하는 요인들에 의해서도 발생한다<그림 1>.

 따라서 단순히 의료인들의 조심만으로는 해결되기 어렵고, 보다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이며 다각적인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전 세계가 공감하여, 이러한 방향으로 전문적인 학자와 정부, 제약사, 나아가서는 시민단체까지 총체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모든 활동들을 종합하여 "약물위해관리"라고 하는 큰 분야의 학문이 발생하였다.

 1. 약물위해 관리의 개념과 분야

 의약품의 위해관리는 약물이 개발, 시판, 소비되는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해와 이익을 평가하여, 위해를 최소화하는 총괄적이고 지속적인 과정이다. 즉, 위해관리는 위해 사실이 무엇인지 알아내고, 이러한 위해 사례를 어떻게 줄일 것인지, 그리고 그러한 활동이 제대로 효과를 나타내었는지 다시 확인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세부적으로는 5단계로 나누어 연구한다<그림 2>.

 먼저 약물의 위해 사례를 수집하고 확인하여, 위해의 정도를 평가한 후(위해 평가, risk assessment), 의학적 손익과 사회적인 측면에서의 수용 가능한 수준을 결정하여야 한다(위해 수준 결정, risk confrontation). 이에 따라 위해를 통제하며 최소화하는 조치들을 취하고(위해 중재, risk intervention), 이러한 위해관련 정보와 조치 사항을 상호 교환하여야 한다(위해 교류, risk communication). 그리고 각 단계의 수행활동의 효과를 재평가하는 작업을 통하여 개선 혹은 보완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위해관리평가, risk management evaluation).

 2. 분야별 특성과 현황

 1) 위해 평가(risk assessment)
 위해 여부를 확인하고 분석하여 위해의 가능성을 결정하고, 그 원인과 결과를 평가하는 과정이다. 약물의 시판 전에는 임상개발 중 발견된 약물의 부작용을 평가하여 약품 설명서에 기입한다. 또한 약물의 상호작용으로 인한 위해나 잘못된 관리로 인한 위해를 평가한다. 의약품의 판매 후에는 의료진과 소비자 그리고 제조업체에 의하여 자발보고 및 추적조사로 이상반응을 수집·평가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시판 전 위해관리는 약품의 허가에 관련되어 있어, 비교적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시판 후 관리는 부작용보고, 약효 재평가, 신약 재심사제도 등 기본제도와 관리 체계는 어느 정도 구축되어 있으나, 실제 운영 결과는 아직도 미흡한 점이 많다. 나아가 처방이나 조제 등 사용단계에 있어서 알려진 과오에 관한 정보 수집은 매우 미흡하다.
 제조 및 유통단계에서 발생하는 불량의약품에 대해서는 대한약사회의 불정불량의약품 신고처리센터, 한국제약협회의 의약품 PL 센터, 한국병원약사회의 불량의약품관 등을 통하여 관련 단체 수준에서 운영되고 있으나, 이러한 정보가 국가적 차원에서 통합되어 관리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또한 의약품 안전관련 위해정보 수집 및 분석을 위한 국가 차원의 기반 연구도 부족하다. 전국민의료보험에 따른 건강보험자료와의 연계 분석 및 평가가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고 위해 분석 및 평가 전문 인력 역시 부족하다. 보다 향상된 자료수집을 위해 지역약물부작용감시센터 운영, 신약의 시판 후 안전성 평가, 약물사용평가 등의 전문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2) 위해 수준 결정(risk confrontation)
 수집된 위해 정보를 분석 및 해석하여 이 위해가 어느 정도까지 수용 가능한지 결정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판단은 전문가들에 의한 과학적인 측면뿐 아니라 사회와 공동체의 가치 또한 중요하게 고려하여 결정된다. 이 과정에는 정부기관 외 의료전문진, 소비자, 산업단체 등 비정부기관이 함께 참여하여 수용 수준을 조절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위해 발생 정보로부터 의약품과의 인과관계를 평가하기 위한 연구방법론의 정부기관내 축척, 위해 측정 지표 선정 및 개발이 미흡하며, 의약품 회수 등을 위한 건강위해평가 등 평가기준 및 도구도 미비하다. 또한 위해 분석 및 평가 전문가 인력도 부족하다.

 3) 위해 중재(risk intervention)
 위해 여부가 확인된 약물에 대하여 해당 위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중재 과정이다. 이러한 사항이 시판전이라면 시장 진출을 허가하지 않으면 되나, 시판 후에는 위해의 수준에 따라 다양한 중재를 시행한다. 허가 일부 변경, 회수, 폐기, 시판 중지, 재평가 지정, 광고나 사용처 제한, 또는 시판 후 임상시험 요구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시판전 허가 사항은 그런대로 이루어지나, 시판 후 조치는 미흡하다. 시판전 허가 활동 중 약품명 및 포장을 검토하여 제품간의 중복과 혼동을 방지하는 처방/투약상의 과오를 줄이는 노력은 부족한 실정이며, 알려진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한 제품별 위해관리 전략이나 기타 위해 대처 방법의 다양성도 미흡한 실정이다. 또한 제조기업의 자발적인 회수 역시 미흡한 상태로 이를 활성화시킬 대책도 필요하다.

 4) 위해 교류(risk communication)
 위해 관련 정보를 환자 및 의료제공자, 정부당국간 교류토록 하는 과정이다. 이를 통해 위해 사례가 확산되는 것을 막고, 또한 효과적인 위해관리 대책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여 보다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의약품을 사용하게 한다. 정보 전달은 약품설명서를 고치는 것을 포함하여, 공중매체, 인터넷, 전화 등을 이용하여 가능한 넓게 알리는 것이 위해관리에 중요하다.
 이때 불확실성을 수반한 위해사례에 대해서는 현재 위해의 발생 현황과 더불어 위해결정에 고려된 여러 가지 요인과 제약 조건을 함께 알려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청 홈페이지의 이지드럭을 통하여 의약품 정보를 제공하고, 신규 안전성 정보를 홈페이지 및 자료집을 통해서 제공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홍보가 미약하며, 안전성 정보의 중요도에 따른 정보 제공의 범위와 방법의 차등화가 이루어져 있지 않다. 또한 관련정보를 신속히 관리하지 못하며, 사용하는 용어 역시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용어 위주로 되어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

 5) 위해 관리 평가 (risk management evaluation)
 위해 정보의 수집, 분석, 결정 단계와 더불어 위해를 줄이는 방법들이 제대로 시행되어 기대하는 효과를 달성하였는지, 또한 그 과정에서 위해 정보는 기대한대로 잘 전달되었는지 모든 단계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과정이다. 가능한 위해 관리에 필요한 측정지표를 설정하고, 이를 측정하여 위해 관리 자체를 평가하는 것이 객관적인 결과를 얻는데 효과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정부업무 평가 차원에서 의약품 위해 관리에 관한 전반적인 평가를 받는 실정이다.
 위해관리의 성과를 평가하기 위한 지침이나 기준 및 중재 후 결과 평가 방안 수립 등 실제적인 측면에서도 개선 여지가 상당히 많으며, 이에 대한 전문가 조직 역시 미흡한 실정이다.
 결론적으로, 위해관리란 어느 한 집단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한 것으로, 정부, 전문가 집단, 제조업자, 시민단체 모든 분야의 자발적이며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각 분야의 약물위해에 대한 의식을 고취시키는 일부터 시작하여, 분야별 전문가를 육성하고, 정부 부처간의 협력 등이 우선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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