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건 세

심평원 심사평가연구실장 / 건국의대 교수, 예방의학교실


예방가능한 약물부작용 사건 방지위해 필요


 미국의학원(IOM; Institute of Medicine)에서는 2001년 "To Err is Human"이란 책을 발간하면서, 매년 병원에서 약 10만명이 약물유해반응(ADE; Adverse Drug Event)으로 사망하고, 수백만명의 환자들이 약물유해반응으로 입원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교통사고, 유방암, 후천성면역결핍증 등에 의한 국민보건상의 문제보다 더 크다는 충격적인 결과였다.

DUR는 왜 필요한가

 약은 잘 쓰면 병을 치료하지만, 적절하게 사용하지 못할 경우, 부작용 등 건강에 위해한 결과를 유발할 수 있는 독이 된다. 모든 의약품은 편익을 갖고 있는 만큼 부작용과 위해도 갖고 있다. 하지만 약물로 인한 위해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정답이 없다.

 의약품에 대한 허가와 시판이후 발생하는 부작용을 보고토록 하는 "시판후 약물감시"는 의약품 그 자체의 안전성을 추구하는 주요한 규제장치로 작동하고 있다. 그러나 의약품은 그 자체의 부작용 외에도, 약물-약물간 상호작용, 약물-질병간 금기, 약물-음식간 상호작용 등을 유발함으로써 환자를 위험한 상태에 빠뜨릴 수 있다.

 따라서, 투약오류로 인해 발생하는 예방가능한 약물부작용사건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의약품이 안전하고 적절하게 사용되고 있는지 평가하고, 교정하는 활동이 필요하다.

 DUR은 drug utilization review, drug utilization evaluation, medication utilization evaluation 등 여러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안전한 약물사용과 비용절감을 목적으로 유럽과 미국 등 각국의 선진국에서는 DUR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대서양을 두고, DUR은 서로 다른 양상을 보여왔다.

DUR의 다른 양상

 유럽과 스칸디나비아에서는 약품의 일일상용량(DDD)을 중심으로 약물에 대한 사용평가를 진행해왔다. DDD란 적응증에 대해 그 약물을 사용하는 성인의 복용량을 측정하는 것이다.

 WHO에서는 DDD를 단위로 하여 DDD/인구 1000명/일 등의 지표를 개발하였고, 각국에서는 국가간, 지역간 지표값을 비교하는 활동을 벌여왔다. 더욱이 OECD에서는 WHO의 ATC-DDD 체계에 기반하여 각국의 약물사용량을 DDD/인구 1000명/일 단위로 제출토록 요구하고 있다.

 반면, 미국에서는 병원 혹은 외래 개인환자 단위로 DUR을 진행해왔다.

 개인환자의 상호작용 혹은 약물문제를 예방함으로써, 치료를 최적화하는데 초점을 맞춰왔다.

DUR의 개념과 방법론

 DUR은 선정된 표준에 따라 약물사용양상을 검토, 분석, 해석하는 공식적이고 구조화된 지속적 프로그램으로, 부적절한 약물사용을 교정하기 위한 노력과, 교정을 위해 취해진 조치들의 효과를 측정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이를 통해 약물처방을 적절히 하고, 중복 또는 금지된 약물의 사용을 막고, 약물의 오용, 남용, 과잉사용, 과소사용 등의 문제를 감소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DUR 프로그램은 시점에 따라 전향적, 동시적, 후향적 과정으로 분류된다. 1) 전향적 DUR 프로그램은 전산화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통해, 처방시점에서 처방이 DUR 기준을 충족하는지 체크하는 것이다. 2) 동시적 DUR은 조제과정과 동시에 발생하는 것으로, 검토의 책임은 약사에게 있다. 3) 후향적 DUR은 치료를 받은 후 혹은 장기치료를 받고 있는 경우 미래의 비용절감을 위해 실시하는 것이다.

 이미 의약품 처방이 일어난 이후에 부적절한 처방양상이 확인되면, 평가결과를 처방자에게 전달함으로써, 향후 처방의 변화가 있었는지 추적관찰하는 것이다.

국내 DUR의 현 주소

 우리나라의 약제비는 2005년 현재 28.3%로 전체 의료비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약물사용량이 많은 편이다. 1980년대 후반부터 DUR의 개념이 소개되어 소규모로 약물사용평가가 진행되어 왔고, 국가수준에서도 안전한 의약품의 사용을 유도하기 위한 각종 정책들이 도입되어 실시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는 2004년부터 2007년 병용금기 및 특정연령대 금기성분을 발표하였고, 직접적인 DUR은 아니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는 2001년부터 항생제, 주사제, NSAIDS, 부신피질호르몬제, 다제병용 등에 대해 약제적정성 평가를 실시하여, 의원별로 평가결과를 공개, 환류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강제적으로 금기약물을 고시함으로써 사용을 금기하는 것만으로 약물의 안전성을 도모하기는 부족하다. 새로운 신약이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의사들이 보다 나은 약물처방을 할 수 있도록 최신 정보를 담은 표준처방지침을 지속적으로 개정하여 제공하는 것은 환자들은 물론 의사들을 위하여도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의사들에게 처방 그 시점에서(point of prescribing) 안전한 약물을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함으로써, 환자의 안전을 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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