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 임상 단일연구 다양한 지역서 진행…학계 합의 이끌어내야

 질병의 인종간 또는 지역간 유병특성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아시아인은 서양에 비해 BMI가 낮음에도 당뇨병 발생 경우가 많다. 이 지역 고혈압 환자들은 심근경색보다는 뇌졸중 합병위험이 큰 것도 특징이다.

 특히, 한국인은 LDL-C이 낮지만 TG는 더 높고 HDL-C은 더 낮은 전형적인 이상지혈증의 특성을 보인다.

 아시아인을 주대상으로 하는 만성질환 치료전략(가이드라인)이 요구되는 이유다. 이같은 인종적 다양성은 최근 흑인 심부전 치료약물이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되는 등 R&D 동향의 변화까지 이끌고 있다.

 암도 예외는 아니다. 특정 항암제의 반응률이나 부작용이 인종 또는 지리적 조건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여 왔다.

이같은 차이가 연구방법상의 문제가 아닌 유전·환경적 요인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일부 밝혀지면서, 항암제 개발 또는 암치료 전략에도 인종 및 지리적 조건을 고려한 접근방식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질병의 인종적 다양성은 최근 신흥시장으로 부각중인 아시아 지역 연구결과가 급증하는 과정에서 일부 데이터가 축적되는 수준이다. 이에 따른 치료전략의 전환을 이끌어 내기에는 아직 이르며,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대한암학회 참석차 방한, "항암제의 반응과 독성에 있어 지리적 다양성에 대한 연구"를 발표한 알렉스 앳제이 박사(미국 메이요임상재단 종양학과장)는 "각 지역에서 동일한 임상디자인의 단일연구를 진행해 인종 및 지리적 다양성과 그 원인을 명확히 밝혀내고 학계의 전반적인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지역간 임상시험 결과 차이

개인적 차이로 보는 견해도



 - 항암제 반응의 인종적·지리적 차이를 확인한 사례는?

 "지난 10년간 아시아·북미·유럽 지역의 차이를 확인한 많은 임상시험이 있었다. 한 예로 일본에서 확인된 이로노테칸과 시스플라틴 병용의 폐암환자 치료효과가 북미에서는 입증되지 않았다. 대표적 사례인 이레사의 경우도 비소세포성폐암에서 일본·미국·유럽을 비교하면 반응률이 큰 차이를 보인다. 암 전반에 적용되는 일반적 트렌드라고 본다.
 다만 이레사와 이리노테칸이 관련 데이터를 많이 확보한 상태일 뿐이다."

 - 원인은 무엇인가?

 "처음에는 지역간 연구방법이 달랐기 때문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레사 연구를 통해 암발생시 돌연변이가 아시아인에게 많이 나타난다는 점을 알게 됐다. 실제로, 이레사의 높은 반응률과 관계가 있는 EGFR 돌연변이가 아시아인에서는 35%에 달하는 반면, 유럽은 7~9%에 그친다. 유전적 특성에 차이가 없다면 환경적 요인을 들 수 있다.
 향후 연구에서 각 지역별 식단·거주환경 등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각 지역에서 서로 다른 연구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임상디자인과 환자수의 단일연구를 여러 지역에서 진행한 후 반응률·독성·생존율 등을 서로 비교해야 한다."

 - 학계의 합의는 이뤄졌나?

 "모든 사람의 합의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개개인에 따른 차이가 더 크기 때문에 인종보다는 개인적 차이를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다양성을 찾기 위해 개개인의 특성차이를 모두 체크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현재로서는 지리적·인종적 분류를 통해 다양성의 명확한 경향과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 인종적·지리적 다양성 연구의 축적이 향후 어떤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보나?

 "이레사를 통해 인종에 따라 반응률이 다를 수 있고, 이는 인종간·지역간 폐암의 유전적 속성이 다르기 때문임이 밝혀졌다. 암의 인종간 유병특성이 치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이 처음 확인된 것이다. 인종간 유전적 차이로 인한 암발생 기전의 보다 깊은 이해를 거쳐 항암제 개발과 암치료 전략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현단계에서는 아시아인의 폐암치료에 EGFR억제제가 가장 적합한 일차선택이 될 것이다. 또한 많은 제약사들이 새로운 폐암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아시아 시장을 주목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과거와 달리 다양한 지역에서 고르게 임상연구를 해야 할 필요성, 즉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 임상연구의 필요성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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