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잔치에 먹을것 하나 없더라"
절차만 더 까다롭고 허위·과대광고 양산우려

 의료광고 네거티브 제도와 사전심의가 시작된 지 한 달 남짓한 시간이 흘렀다. "허용"을 원칙으로 포지티브에서 네거티브 제도로 혁신을 꾀했던 의료광고. 의료계 변화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 같았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 "대폭확대"하겠다는 당초 계획이 무색하게 확대는 커녕 절차만 전보다 복잡해졌다는 볼멘소리가 커지고 있다.또, 현재 계도기간이라는 명목으로 심의를 받지않은 광고도 방치되고 있어 허위·과대광고만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상근위원 없는 주1회 위원회
한달 600여건 이상의 심의 감당안돼


 우선 광고게재 전 사전심의라는 새로운 과정이 신설됨에 따른 불만이 크다. 수수료는 둘째치고 승인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광고게재 일정에 까지 영향을 줘 의료기관의 고충으로 작용하고 있다.

 위원회는 현재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위원장과 의료인을 포함해 14인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으며, 매주 회의를 열고 위원장 직권으로 심의할 수 있는 건을 제외한 모든 접수 건을 결정한다. 문제는 상근위원 없이 주1회 열리는 위원회에서 얼마만큼의 심의를 감당할 수 있겠느냐다.

 5월 초 옥외광고 심의를 접수한 365mc 홀딩스 이의윤 사업본부장은 "20일이 지난 지금까지 연락이 없다"며 "마지노선인 30일 동안 마냥 기다리고 있어야 해 이후 작업 일정을 진행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원회에 따르면 매주 약 150건, 한달에 600여건의 심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모든 광고가 심의과정을 거쳐야하는 만큼 앞으로 지금보다 건수가 훨씬 늘어날 것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대책이 필요하다. 또, 접수 후 진행상황을 알 길 없는 의료기관들을 위해 홈페이지 상에서 심의과정을 볼 수 있게 하는 인프라를 구축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심의대상에 병원 브로셔도 포함

 거의 모든 부문을 아우르는 넓은 심의대상도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 대부분의 의료기관이 지역에 거점을 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광고대상매체가 택시나 버스, 지하철, 현수막, 전단지는 물론 할인마트 쇼핑카트나 음성광고(아직은 심의대상이 아니지만 논의 중인 사안으로 곧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임), 은행PDP 등 다양해지고 있는 것이 최근 추세다. 따라서 다양한 방식의 광고를 실시하는 의료기관의 경우 한 기관 당 여러건의 심의를 받아야 하는 결과가 초래되는 것이다.

 이재선 메디포맨 네트워크 행정부원장은 "한 기관 당 5건의 광고만 한다고 해도 10개 회원의료기관이 가입돼 있기 때문에 50여건 이상 심의를 진행해야 한다"며 "수수료 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토로했다. 따라서 광고내용이 같을 경우 한번 심의로 여러매체에 게재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는 등 절차를 간소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또, 각 의료기관에서 고객관리차원으로 자체 제작해 발행하는 뉴스레터나 브로셔, 병원원보 등도 심의대상에 포함돼 불만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R의원 관계자는 "CRM의 일환으로 병원을 다녀간 환자들에게 병원의 소식과 질병정보 등을 전달하겠다는 개념인데 이 부분까지 사전심의를 받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보통 매달 발행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의료기관의 부담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전심의제도 이미 시행한 건기식시장
"될 대로 돼라"식 광고 남발

 사전심의를 받지 않은 광고를 어떻게 추려낼지도 미지수다. 한국소비자연맹이 지난 17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의료광고 네거티브시스템제도 도입 이후 4월 한달 간 5개 일간지(동아, 조선, 중앙, 한국, 한겨레)에 실린 의료광고는 총 71건(한의원 제외)으로 지난해와 비교할 때 3배 이상 늘어났으나, 이 중 심의필 표시를 한 광고는 3개에 불과했다. 의협 심의위원회가 지난 달 17일 개시했고, 지금이 계도기간이라는 점을 감안한다고 해도 턱없이 낮은 수치가 아닐 수 없다.

 한형일 의료광고심의위원회 위원장은 "계도기간이 끝나면 위원회 자체 모니터링과 신고접수, 광고자율심의기구 등을 통해 감시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먼저 사전심의제도를 시행한 건강기능식품 광고시장의 선례를 볼 때 보다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건강기능식품 광고시장의 경우 복잡한 절차와 수수료 등으로 인해 승인을 받지 않은 "될대로 돼라"식 광고들이 남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비급여중심의료기관 네트워크로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실시하고 있는 S사의 광고담당자는 "지금같은 감시체계로는 광고를 많이하는 몇몇 기관만이 요주의 대상으로 감시의 주 타깃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의료기관 뿐 아니라 광고를 게재하는 매체도 관리하는 등 보다 치밀하게 접근해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간행매체 광고의 경우 광고료가 정해진 단가에 의해 책정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의료기관에서 유의해야 할 상항이다. 누적광고횟수에 따라 유동적일 뿐 아니라 시장상황을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접근할 경우 속칭 "바가지"를 쓸 수도 있다고 실무자들은 입을 모았다. 의료기관 광고를 대행하는 R업체 관계자는 "간행매체, 특히 잡지의 경우 의료광고가 다른 일반 광고에 비해 단가 기준이 높은 것도 사실이지만 조율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며 "의료기관 자체 협상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제 한달 지났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야 하는 험난한 과정을 거치고 있는 만큼 의료수요자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의료공급자에게 이익을 가져다준다는 초기의 취지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효과적으로 제도가 정착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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