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 이전 유방암 증가 없어…7년간 복용 무리없어

 호르몬요법은 장기투여에 대한 부작용 등으로 여전히 논란이 진행중이지만 폐경에 근접했거나 폐경을 맞은 여성들에게는 무리가 없다는 방향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특히 심각한 부작용으로 논란의 한복판에 있던 유방암 발병 위험에 대해 우리나라는 비교적 안전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고, 부작용을 제기했던 Women룑s Health Initiative(WHI)가 정밀연구를 통해 60세 이전에서 긍정적 결과를 보인다고 발표, 호르몬요법 치료를 수용하는 쪽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세계폐경학회·북미폐경학회도 60세 이전까지는 병용요법이나 단독요법 모두 유방암 발병 증가가 관찰되지 않아 7년간은 복용에 무리가 없다고 같은 지침을 냈다. 눈여겨 볼 점은 FDA가 있어 가장 보수적 자세를 취하고 있던 북미폐경학회에서 적극치료 쪽으로 한걸음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다.

 호르몬 요법과 관련한 논란은 2002년 미국 정부 주관의 시험과정에서 유방암이나 심장발작·뇌졸중 위험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이 부분적으로 확인되면서 임상시험이 중단됐고, 지난 2003년 WHI가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틴 병합치료를 받는 여성의 경우, 알츠하이머 등 치매질환과 뇌졸중 발생위험이 높다는 발표(JAMA)를 계기로 최고조에 이르며, 학계 및 임상 전문의들의 우려를 낳았었다.

 이에 따라 FDA는 에스트로겐·프로게스틴 병합요법은 홍조와 여성생식기 주변에서 발생하는 경증에서 중증증상의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외음부나 질 부위의 증상치료를 위한 두 호르몬의 병용요법에 국소성 제품을, 골다공증과 같은 질병의 예방에는 허가된 에스트로겐 치료를 고려하도록 라벨에 명시시키는 등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조치를 취해왔다.

 그러나 최근엔 장점이 점차 부각되는 흐름이다. 이같은 흐름은 그동안 움츠러들었던 이 분야에서 의사들의 처방도 활발해 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주대병원 가정의학과 박샛별 교수는 호르몬대체요법을 받고 있는 여성갱년기 장애 환자 9579명을 대상으로 "호르몬대체요법에 따른 유방암의 발생 위험성"을 6년간 추적한 결과 여성호르몬제제 투여군(6108명)과 비투여군(3471명)간 유방암 발생은 각각 26명과 13명으로 위험도에 차이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최근 밝혔다.

 이 연구는 우리나라에서 가진 첫 연구로 논란의 마침표를 찍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병구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유방암은 미국과는 큰 차이가 있다. 발생률과 사망률이 10만명당 21.74명과 6.2명으로 미국의 5분의 1 수준. 그러나 미국은 연령이 계속 증가할수록 환자가 증가하나 우리나라는 40대에 정점(중앙치 47세)을 보이다가 감소세로 돌아선다.

 50세 이전의 환자가 60%를 차지하는 미국과는 다른 형태를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김정구 서울의대 산부인과 교수(대한폐경학회 회장)는 "호르몬요법 논란은 지속되고 있어 계속적인 추가조사가 필요하지만 호르몬제 복용이 유방암 발생의 비율을 조금 높인다는 결과가 있는 반면 대장암 발생은 더 큰 폭으로 줄인다는 임상결과도 있다"며, 여러 상황을 감안한 치료 결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폐경분야 양대축인 세계폐경학회와 북미폐경학회도 새로운 지침을 통해 올바른 치료가 될 수 있도록 안내에 나서고 있다.

 세계폐경학회는 2004년에 이어 올해 또다시 새 지침을 발표했고 북미폐경학회는 2002년 첫발표후 지난 3월 네번째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 지침들에 따르면 45세 이전 폐경은 심혈관·골다공증 위험이 높아 호르몬요법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러나 적응증이 없을 경우 사용해선 안되며, 1년에 한번 이상 상담해야 한다. 용량은 최저용량을 투여하고 프로게스토겐은 자궁이 있는 여성이 에스트로겐을 전신요법으로 이용하는 경우 자궁내막증식과 암을 예방하기 위해 병용한다. 안드로겐요법은 안드로겐 결핍의 징후나 증상이 있는 여성에게 이용해야 한다.

 호르몬치료는 조기폐경 여성에서 골손실의 예방목적으로 사용하고, 골절위험이 높은 폐경여성 특히 60세 이상에선 첫번째 치료하는 적절한 방법이다. 심혈관 보호 효과와 당뇨병 위험 감소, 지질대사와 대사증후군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 훈 상계백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호르몬치료에 대해 유럽보다 보수적인 북미폐경학회도 시각차는 여전하지만 의사의 판단을 강조하고 "할 수도 있다" 등의 입장에서 긍정하는 자세로 전환하고 있다"며, 북미폐경학회가 현재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은 "호르몬치료를 중단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것은 무엇인지"와 "CC-EPT regimen이 CS-EPT regimen과 비교했을때 어떤 다른 효과를 가지고 있는가"하는 점이라고 밝혔다.

 호르몬 요법은 이제 큰 틀에서의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문제는 논란의 와중에 혼돈에 빠졌던 환자들. 이들이 갖고 있던 부정적 시각들을 어떻게 치유하느냐가 의료인 몫으로 남은 가운데 의료계 내부의 지속적 연구와 논의로 폐경여성에 삶의 질을 높여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