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천 폭발사고 의료 인적교류 계기 돼야 / 첨단 의술·약물 북의료진에 전수 기회로

국제사회는 물론 온 국민이 한목소리로 용천복구를 적극 돕기로 한데 이어 우리 보건의료계
도 동포애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의료인력과 장비를 동원, 한명의 생명이라도 더 건지기 위
해 현지에서 구호 의료활동을 펼치겠다고 제안한데 이어 기금과 의약품 및 의료기기, 각종 소
모품 모으기에 들어갔다.
 이 활동에는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간호협
회, 대한약사회와 국제보건의료발전재단이 `범보건의료계용천의료지원단`을 구성하고 효율적
지원을 다짐하고 있다. 또 경기도의사회(회장 정복희)는 경기도·글로벌케어·샘안양병원과 `연
합의료지원단`을 구성, 지난달 28일 중국 단동으로 출발했다. 이 팀은 현지에서 북한의 화상
환자 치료를 할 계획이며, 입북이 가능하면 곧바로 달려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의료인력은 충분하다"며 의협 등의 의료인력 지원 제안에 대해서는 거부의
사를 밝히고 있다.
 동아일보 황유성 특파원에 따르면 용천지역은 심한 화상과 눈을 심하게 다친 어린이들이 통
증을 호소하며 울부짓고 있지만 진통제조차 주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지켜보고 있는 실정이
며 병원에 수용되지 못한 환자들은 동네한약방에서 간단한 약물(고약)만 발라줄뿐 별다른 치
료수단이 없다고 한다.
 권영진 의협사회참여이사는 "우리가 준비한 지원단에는 장비와 각종 소모품에, 수술시 필요
한 발전차까지 있어 한명의 생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는데 안타깝다"고 했다.
 4차례 북한을 방문한 바 있는 김세곤 의협부회장은 "북한의 의료현실은 치료에 가장 기본적
인 소독제나 수액제 조차 태부족이다. 이번 대형 참사와 같은 경우 외부 지원이 없으면 치료
는 손도 못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의약품이나 경제적 지원만 받을 것이 아니라 인적지
원 교류를 통해 교육을 받는 것이 앞으로 북한의 의료수준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활발한 대북 의료지원활동을 펴고 있는 유진벨재단의 인세반 회장은 북한은 우수한 두뇌의
희생정신·자존심 강한 의료인력과 의료망은 갖추고 있으나 첨단교육을 못받고 한번도 접하지
못한 의약품 등이 많아 전반적으로 의사의 수준은 낮다며, 치료기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속
적으로 관계를 맺고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물적지원과 우수한 의료인력의 현지 지원이 반드시 뒤따라야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
할 것이고 첨단 장비와 각종 신약들이 제공되는 이번 지원활동에서 인적교류가 없다면 최신
의료장비와 의약품 등은 제기능을 못하게 될 것이 우려된다.
 한편 우리나라 의료계의 북한 의료지원활동은 이번 충격적인 사건으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
지만 교류는 이보다 한창 앞서 진행돼 왔다. 남북의료협력은 1980년대 후반부터 남북한 의학
교류에 대한 의지를 천명한 후, 1997년 남북의료협력추진위원회를 구성했고 이듬해 한민족
복지재단의 도움으로 라진 로뎀 제약공장 기공식을 참가했으며, 1999년 유성희 전의협회장
과 북측의 조선 아·태평화위원회 량정모 참사와 의약품 무상제공과 병원기초설비무료기증 등
의 합의서 조인으로 돌파구를 열었다.
 또 2000년 이후 두 차례에 걸친 김재호 교수 등의 백내장 개안수술과 안과 최신지견에 대
한 특강과 2002년과 2003년에는 남북의료협력사업 추진을 위한 방북활동이 있어왔다. 당
시 유성희 전의협회장이 심장마비로 북녘땅에서 생명을 잃은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현재 용천폭발사고의 중상자들은 신의주의 도립병원, 시립병원, 방직병원, 산원병원 등에
400~500명 정도가 수용돼 있으나 제대로된 치료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고 있고
전염병의 발병도 크게 우려되고 있다.
 범보건의료계 용천 의료지원단은 지난 30일 1차 구호품으로 소염진통제와 수액제 등 의약
품 1톤 분량을 대한항공편에 실려 보냈다.
 이 의약품은 용천 사고 현장에서 부상을 입은 북한 동포들의 치료에 사용되게 된다.
 의료지원단은 조만간 2.3차 의약품을 배나 항공을 이용해 전달할 계획이다.
 속수무책으로 구호의 손길만을 기다리는 북녘동포에, 우리 보건의료계가 동포애와 인도주
의적인 입장에서 구호지원 활동에 보다 큰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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